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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일(현지시간) 자산 축소 계획을 발표하며 금융위기 이후 9년간 유지해 왔던 양적 완화가 끝날 것임을 예고했다.

연준이 긴축 신호탄을 쏘아 올림에 따라 그 동안 양적 완화에 동참해온 주요국도 '갈림길'에 섰다고 파이낸설 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연준의 자산 축소 발표는 각국 중앙은행에 '통화정책 정상화'를 압박하는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긴축행보가 예상되는 곳은 유럽중앙은행(ECB)이다. 주요 외신들은 내달 2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구체적인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달 통화정책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10월 회의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사빈 로텐슐레거 ECB 집행이사는 지난 15일 "그 동안 유지해 온 통화 완화 정책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으며,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에 도달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내년 초가 자산매입을 축소할 지 결정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ECB가 이미 테이퍼링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3월까지이던 자산매입 프로그램 기간을 연말까지 9개월 늘리면서도 4월부터는 매입규모를 월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줄이는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현행 600억 유로의 매입 규모도 내년 1월부터 400억∼450억 유로로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도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며 "ECB가 대규모 자산매입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 만큼, 부양책을 축소할 적기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긴축정책의 또 다른 핵심인 금리인상을 이미 예고한 상태다. BOE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지난 15일 "금융시장 예상보다 이른 시점인, 수 개월 내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6월에는 멕시코가 기준금리를 0.25% 올려 8년 만에 최고치인 7.0%로 인상했고, 캐나다도 이달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였다.

일본의 경우 아직 공식적인 테이퍼링 신호는 내비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초 계획보다 채권을 적게 매입하는 등 시장에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매입을 축소하는 이른 바 '스텔스 테이퍼링'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국제통화연구소(IIMA)의 히로시 와타나베 대표는 "일본 경제는 부양책을 축소해도 될 정도로 충분히 회복됐다"면서 "BOJ는 이미 채권 매입을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정책 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금리를 제로로 유지하는 현 금융 완화책을 유지할 전망이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에는 BOJ가 어떤 식으로든 기존 양적완화 정책에 변화를 줘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중앙은행이 이처럼 긴축 정책의 쌍두마차인 금리 인상과. 특히 자산 축소를 서두는 것은 보유자산 규모가 지나치게 불어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을 포함해 일본, 스웨덴, 스위스 등 6개국 중앙은행은 자국 국채 중 무려 20%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국의 국채 총액 46조 달러 가운데 15조 달러를 중앙은행에 쌓아 둔 셈이다. ECB의 현재 자산은 4조9000억 달러로 연준(4조5000억달러)을 웃돈다.

다만 미국에 이어 유럽·일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테이퍼링에 나설 경우 2013년과 같은 '긴축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벤 버냉기 연준 의장이 자산매입 축소를 시사하자 신흥시장에서 40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이 금융위기 이후 가동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얼마나 노련하게 거둬 들일지가 ECB와 일본은행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