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외제차 한 대 가격에 육박하는 분양가, 한 채에 50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초고가 주택들이 불황과 무관하게 줄을 이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의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중에도 희소성 있는 초고가 명품들은 더 주목받은 것과 같이, 초고가 주택은 현재 주택시장의 거래 침체에도 여전히 은밀하게 관심을 모으고 조용하게 팔려나가고 있다. 과연 상위 0.01%의 부자들이 욕망하는 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게이티드 커뮤니티’, 6성급 호텔 서비스, 풍수지리 명당까지 최근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초고가 아파트들의 이면을 살펴봤다.

‘이태원 외국인 아파트’ 부지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명 미정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대신금융그룹의 자회사 디에스한남이 최고급 아파트를 공급한다. 지하 4층, 지상 5~9층, 9개동, 전용 206~244㎡짜리 대형 아파트 335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추정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이 넘어 40억원 이상의 아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는 초고가 빌라촌 ‘한남 더힐’과 유엔빌리지를 인접해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곳이었다. 디에스한남의 대주주인 대신금융그룹 대신F&I는 지난해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외국인 아파트 부지를 낙찰받아 화제가 됐다.

한남 외국인 아파트는 1980년 국방부 소유의 토지에 LH가 임대주택을 건설해 인근 미군기지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34년간 임대해왔다. 이후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 이전하면서 매각 절차가 진행됐던 것이다.

국내 최고급 주거단지로 개발되는 ‘한남동 외국인 아파트 부지 개발사업’은 에이앤유디자인그룹 건축사사무소와 글로벌 건축디자인 회사인 SMDP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를 맡았다. 조경 설계에는 이 분야 거장인 사사키 요지가, 인테리어 디자인은 B&A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배대용 소장이 맡는다.

대신 F&I는 현재 외인아파트에 주택형을 4~5개 타입 넣을 계획이지만 아직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주택 수는 320~340가구, 건물 높이는 고도제한(18~30m)으로 최저 5층부터 최고 9층까지 저층으로 설계한다. 시공은 롯데건설이 담당하고 2019년 준공이 목표다.

중앙공원과 약 1㎞의 단지 외곽 산책로를 구성하고, 선큰정원을 통해 자연 채광이 유입되는 수영장, 호텔급 라운지, 헬스시설, 실내외 프라이빗 파티공간, 다목적 체육관, 게스트하우스, 와인창고 등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선다. 가구당 주차대수는 약 4.7대로 복층 및 펜트하우스에는 가구별 3~6대의 전용 차고도 제공할 예정이다.

단지는 해외의 부촌들에서 볼 수 있는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 단지로 조성된다. 입주민의 사생활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보행통로를 단지 옆으로 설계하고 4단계 보안체계 등으로 외부인을 보다 엄격하게 차단한다.

분양가는 미정이다. 다만 인근의 ‘한남 더힐’의 시세가 3.3㎡당 7000만~8000만원 선인 만큼 50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디에스한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부유층이 선호하는 한남동의 마지막 남은 주요 입지인 만큼 최고급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한남동은 풍수지리적 길지로 자산가들이 가장 이주하고 싶어 하는 지역 중 하나다. 한남동은 배산임수 입지에다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형상으로 재물운과 후손운이 가득하다는 ‘영구음수’의 형상을 하고 있어 풍수지리학적으로 이상적인 길지로 평가받는다. 명당인 만큼 세계 각국의 대사관은 물론 대기업 총수들의 자택이 밀집해 있다.

게다가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서울의 중심지로 한남대로에 직접 접하고 있어 광역교통 접근성이 탁월한 사통팔달의 요지이기도 하다. 한남대교와 동호대교가 인접해 강남권 이동도 편리하다. 게다가 한남재정비촉진지구, 용산민족공원 등 개발계획 덕에 향후 지역 발전 가능성 역시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엔빌리지 등의 고급빌라와 단독주택의 노후화로 새로운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이다. 최근 일레븐건설이 3.3㎡당 8000만원에 낙찰받은 용산 유엔사부지도 럭셔리 주택으로 꾸며진다.

 

▲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단지 조감도. 출처=대림산업

재벌 2세·연예인의 ‘신흥 부촌’ 성수동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과거 경공업 지역이었지만 도시재생이 이뤄지면서 젊은 층이 유입돼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는 성수동 일대가 신흥 부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입주를 시작한 ‘트리마제’와 ‘갤러리아 포레’와 더불어 고가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연이어 들어섰다. 성수동의 대표 고급 주택으로 꼽히는 ‘갤러리아 포레’는 지난해 4분기 31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170㎡가 올해 1분기에 38억원에 거래돼 7억원가량의 시세 상승을 보였다.

지난 7월 성수동에서 분양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가 또 한 번 최고 분양가를 경신했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4750만원, 역대 최고 분양가였다. 10년 전 성수동 인근에서 분양한 ‘갤러리아 포레’의 3.3㎡당 4535만원 기록을 다시 한 번 성수동에서 깬 것이다.

주거 2개 동과 문화시설 디아트 센터(D Art Center), 리테일시설 리플레이스(Replace), 오피스타워 디타워(D Tower)로 이루어지며 주거는 지하 5층~지상 49층, 전용면적 91~273㎡, 총 280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단지는 서울숲 공원과 남향의 한강 조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특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화 설계가 대거 적용됐다. 세대 내부는 채광과 통풍이 뛰어난 270도 파노라마 평면이 적용되며 창문 밖 풍경이 그림처럼 느껴지는 ‘아트프레임’ 설계가 도입된다. 아트프레임은 창문 프레임을 없애 창문 밖 자연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으로 서울숲과 한강을 단순한 조망이 아닌 설계의 일부로 구현한 것이다.

20층 이하 세대에는 서울숲을 더 가까이 누릴 수 있도록 그린 발코니가 적용된다. 천장 높이도 기존 아파트(2.3m)보다 높은 2.9~3.3m로 설계해 한층 풍부한 개방감과 일조량을 제공한다.

이 같은 자연친화적 설계가 일상의 피로도가 높은 젊은 부유층을 겨냥한 것이 주효하게 먹혔다. 견본주택에서 만난 30대 전문직 커플은 “직장은 강남이지만 퇴근 후에는 자연 속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다. 복잡한 도심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서도 강남 접근이 쉬워 청약 신청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다양하고 고급화된 커뮤니티 시설도 갖췄다. 각 동 29층에 있는 클라우드 클럽은 한강과 서울숲 등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조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된다. 클라우드 클럽은 피트니스,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시설과 함께 가족모임과 파티 등 소규모 연회를 열 수 있는 비스타홀과 클럽라운지, 게스트룸 공간으로 구성된다.

지하 1층 포레스트 클럽은 사우나, 인도어 골프와 반려동물을 위한 펫케어룸, 헤어 스타일링과 네일케어 서비스가 가능한 뷰티살롱 등의 시설로 차별화를 뒀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277가구 모집에 584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 2.1대1을 기록했다. 15개 타입 중 전용면적 97㎡는 10가구 모집에 204명이 청약을 신청해 20.4대 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총 15개 주택형 중 대형 평형인 전용 159㎡, 164㎡ 등 7개 타입은 미달돼 현재도 분양이 진행 중이다.

 

“청담동 살아요” 재개발 활발한 전통 부촌

서울 청담동 ‘더 펜트하우스 청담’

최근 서울 청담동에서 초고가의 빌라 개발도 활발하다. 청담동 엘루이호텔을 재건축해 분양하는 ‘더 펜트하우스 청담’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더 펜트하우스 청담’은 한 채의 분양가가 최고 200억원에 달하는 최고급 빌라다. 시공능력평가 국내 2위인 굴지의 건설사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에 총 29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용면적별로 273㎡ 27세대와 396㎡ 2세대(최고층 펜트하우스) 등 총 29가구다. 전 세대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뛰어난 입지 여건으로 자산가, 유명 연예인, 벤처사업가 등에게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준공은 2020년 중순 예정이다.

▲ 더 펜트하우스 청담의 단지 조감도. 출처=현대건설

지상 20층에 지어지는 펜트하우스에 전용 옥상 수영장인 ‘루프탑 풀(Rooftop Pool)’을 넣을 예정이다. 가로 2m, 세로 10m인 루프탑 풀은 딱 2가구만 공급되는 최고층 펜트하우스 거주자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빌라의 천장고가 6.7m로 높게 지어지는데, 일반 아파트 천장고가 2.4m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전체 가구를 복층으로 설계했다. 주차공간도 기존 고급 주택의 경우 가구당 3~4대를 세울 공간을 두는 편이지만, 이곳은 가구당 5대 이상 주차할 수 있게 설계됐다. 분양가는 75억~110억원이며, 최고층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180억원이다.

청담동 101번지 효성빌라는 ‘효성빌라 청담 일공일’로 재건축되며 지난해 7월 착공했다. 효성빌라의 경우 1층에 살 경우 최대 330㎡짜리 정원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층짜리 전용 270㎡의 분양가는 90억원이다. 청담동 씨티1차아파트 재건축한 원에이치(ONE H) 빌라는 9층 높이 2개 동 규모에 29가구로 다시 지어진다. 분양가격은 최소 50억원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6월 청담동에서 분양한 지상 1~3층은 상업시설, 4~7층은 부티크 호텔, 8~16층은 81실의 고급 오피스텔로 구성된 ‘아노블리 81’는 분양가가 7억~14억원이었지만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 ‘아노블리 81’은 건물 안에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할 수 있는 부티크 호텔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호텔급’이 아닌 진짜 호텔 서비스 레지던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사업비만 4조원이 투입된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의 주거용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총 223가구가 공급됐다. 롯데월드타워는 지난 4월 정식 개장했다. 1987년 사업지 선정 이후 2010년 11월 착공, 2017년 4월 개장까지 30년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숙원이었던 만큼 롯데월드타워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모든 기술력을 집대성했고, 초고층이라는 상징성을 가졌다.

롯데월드타워 내 고급 주거시설인 한국 최초의 레지던스, 시그니엘 레지던스도 타워 개장과 함께 정식 분양 일정에 들어갔다. 도어맨 서비스, 발레파킹, 하우스키핑, 호텔 조식, 셰프 서비스 등 특급 호텔 서비스가 모든 입주민에게 제공된다. 산책 후 애완동물을 씻길 수 있는 전용 욕실과 방음 처리된 악기 연주실 등 입주민의 생활 습관을 고려한 맞춤형 시설도 만들었다.

▲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내부 모습. 출처=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롯데월드타워 내 지상 42~71층에 조성돼 있다. 전용면적 133~829㎡, 총 223실로 구성된다. 최고급 인테리어 및 마감제가 적용된다. 침실과 거실, 주방에는 유럽산 원목마루, 유럽산 타일, 천연대리석, 친환경도장 등으로 마감했다. 욕실에는 히노끼 욕조, 월풀 욕조, 글라스도어, 매직 미러 글라스, 유럽산 타일 등이 적용된다.

글로벌 주방 명품 브랜드인 ‘불탑’에서 맞춤형으로 제작한 주방가구, ‘가게나우’와 ‘밀레’ 등의 빌트인 주방가전 및 생활가전이 설치된다. 여기에 ‘판티니’, ‘안토니오 루피’, ‘잉고마우러’를 비롯한 국내외 명품 브랜드의 수전과 조명 등이 적용된다.

최고 수준의 첨단 설비와 시스템도 적용된다. 중앙공조 방식의 세대환기 시스템이 적용되고, 냉방용과 난방용 배관을 따로 둬서 냉난방 전환이 쉽고 거실 냉방과 침실 난방을 동시에 이용이 가능하다. 또 세대별 음식물 쓰레기 이송설비 및 층별 일반쓰레기 이송설비가 적용돼 편의성을 높였다.

초안전 구조기술과 첨단 공법이 적용돼 진도 9 이상, 순간최대풍속 80m/초에서도 안전하며, 세대 내 조명 냉난방 환기 방범 시스템 등을 실내외에서 통합적으로 제어가 가능해 엘리베이터 호출, 스마트 주차, 비상 호출 등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가 제공된다.

롯데월드타워 42층에는 약 4030㎡ 규모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됐다. 피트니스클럽, 요가스튜디오, 골프레인지, 스크린골프&티칭룸, 프라이빗 샤워&라커 등으로 이뤄진 ‘스포츠존’과 갤러리 라운지, 레지던스 카페, 와인셀러, 파티룸 등으로 이뤄진 ‘릴렉스존’, 컬처홀, 레슨룸, 게스트룸, 미팅룸 등으로 이뤄진 ‘컬처존’, 컨시어지, 메일룸, 런더리 서비스룸 등의 펑션존 등이 있다.

또한 시그니엘 서울, 롯데 뉴욕펠리스, 롯데호텔 모스크바, 롯데하노이의 이용 특전과 프리빌리지 Platium Level, 트레비클럽 등 멤버십을 제공한다. 여기에 에비뉴엘, 롯데면세점, 제주 아트빌라스, 롯데스카이힐CC 등 글로벌 브랜드인 롯데의 다양한 계열사에서 제공하는 프레스티지 혜택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입주자는 롯데월드타워 호텔 시그니엘 서울, 롯데월드몰 내 콘서트홀, 에비뉴엘,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의 다양한 쇼핑, 문화 편의시설도 가까이서 이용할 수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인기 연예인은 물론 재벌 총수 일가의 문의가 많다. 타워팰리스 등 초고가 주상복합 아파트 거주자를 중심으로 갈아타기 수요도 있고 해외에서 레지던스 서비스를 체험한 적이 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특히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