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세계적인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Toys R Us)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챕터 11 파산보호신청(우리나라 회생절차에 해당)을 했다는 소식에  바비(Barbie) 인형으로 유명한 완구업체 마텔(Mattel)과 세계 3대 완구업체 헤즈브로(Hasbro),  잭스퍼시픽(Jakks Pacific) 주가가 반등하면서 세간이 이런 말이 나왔다.

18일 토이저러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자 마텔과 헤즈브로의 주가는 당일 6.2%, 2%가까이 하락했다가 다음날 각각 1.5%와 2% 올랐다. 잭스퍼시픽(Jakks Pacific)은 1% 하락하는 데 그쳤다.

 

▲ 토이저러스는 19일 파산보호신청소식이 알려진 후 트위터를 통해 소비자를 안심시켰다.출처=토이저러스 트위터

완구 유통업체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는데도 완구제조 업체의 주가가 반등한 것은  업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이달 초 토이저러스의 파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커진 불확실성이 회생신청이라는 구체적 결과가 나오면서 오히려 해소됐기 때문이다.

또 토이저러스가 연말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정상 운영하고, 이번 회생신청에는 미국과 캐나다 외 국가의 255개 매장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업계는 한시름 놓게 된 셈이다.

미국 CNBC방송은 지난 19일 미국 증권회사 제프리스(Jefferies)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토이저러스의 회생신청은 업계에 약간의 혼란을 가져왔다. 그러나 장난감 수요는 연말연시에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면서 “토이저러스가 아닌 다른 유통채널에서 부족분을 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에서 토이저러스의 최근 움직임을 과거 스포츠용품과 일부 전자제품의 파산에 가깝게 비교하고 있는데, 이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CNBC는 꼬집었다.

장난감 업계의 ‘카테고리 킬러’, 토이저러스의 회생을 바라는 업계의 기대는 여전하다. 토이저러스의 회생신청이 자칫 완구업계 전체의 실패로 비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완구업체인 MGA엔터테인먼트는 시카고트리뷴 인터뷰에서 "토이저러스는 아이들이 가서 장난감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토이저러스가 없으면 장난감 사업은 없다"고 밝혔다. 

전 세계 160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토이저러스는 완구업체의 주요 유통채널이다. 제프리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토이저러스는 마텔 판매량의 11%, 헤즈브로 판매량의 9%를 담당했다. 이는 월마트 다음으로 많은 판매량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Moody’s)의 찰리오셔 분석가는 “제조업체는 토이저러스 전문 상품을 제공하고 판촉을 위한 별도의 자금을 마련하는 등 토이저러스를 수년간 지원했다”면서 “제조업체는 연중 무휴로 완구를 판매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지원을 해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난감 제조업계는 마지막 남은 장난감 전용 유통업체의 생존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텔은 성명서를 통해 “토이저러스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고 발표했고, 다른 완구업체인 위키드쿨토이스(Wicked Cool Toys)의 공동설립자인 마이클 린즐러는 “우리는 토이저러스를 필요로 한다. 토이저러스는 완구업계의 가장 큰 지지를 받아온 기업”이라며 토이저러스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토이저러스는 JP모건 및 금융회사들과 구조조정 지원약정(RSA, Restructuring Support Agreement)을 맺고 30억달러를 지원 받는 등 DIP 파이낸싱으로 운영자금을 수혈 받기로 했다.  토이저러스는 회생신청과 동시에 자동금지명령(Automatic stay) 조항에 따라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DIP 파이낸싱 투자자들은 토이저러스가 정상화 되면 최우선적으로 운용수익을 더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