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평소에도 한복을 자주 입으며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중에는 함께 한복을 입고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도 있고, 한복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다채로운 ‘한복’에 대한 반응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유독 자주 듣는 표현들이 있어 전통문화프로젝트 그룹 한복여행가 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첫 번째, “‘운동권, 전교조 교사’라는 말을 들어봤어요.” 80년대 이미 대두됐던 한복의 대중화는 황토색과 자주색 개량한복으로 나타났다. 국가와 민족을 사랑한다는 미명 아래 많은 이들은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도구로 한복을 선택했다. 다소 과격하고 편향적이었던 개인의 주장은 한복이 본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덧붙여 확대 재생산됐다. 이후 한복은 강한 자기주장을 하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입는 특수복이라는 이미지로 둔갑했다.

두 번째, “신혼여행 왔느냐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최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복을 접하는 공간은 결혼식장에서다. 혼주 어머니나 친척 어른들이 입고 손님들을 맞거나, 멀리까지 걸음해준 손님들을 맞이하는 신랑신부의 모습은 꽤 익숙하다. 이런 상황에서 맞추는 한복비용은 꽤 고가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으로서 옷을 맞춰 입기 때문이다. 좀 더 고급스러운 옷감에, 세심하고 화려한 자수나 장식을 넣어서 완성한 한복은 확실히 눈에 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복을 가장 많이 보는 장소가 예식장이다 보니 이런 반응도 심심치 않다.

세 번째, “경주로 벚꽃여행 갔을 때 ‘와 저 여자 본격적이네’라든지 손가락질하면서 관종년 소리도 들어봤어요.” 한복을 입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형태나 모양이 흔한 양옷과는 매우 달라서 확실히 ‘취향’을 탄다. 치마 속에 속치마를 잘 갖춰 입은 경우 드레스 치마처럼 봉긋한 한복 치마의 외양은 확실히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된다. 한복을 입은 당사자는 그런 이유로 몸가짐을 더욱 조심하지만 이를 보는 어떤 사람은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네 번째, “궁에 놀러 갔을 때 사람들이 자꾸 저에게 뭘 물어봐요.”, “와인바에서 직원인 줄 알고 따라 달라고 했어요.” 특히 전통적인 장소에 가면 빈번하게 겪는 상황 중 하나다. 필자가 입은 한복은 수많은 평상복 중에 하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불편한 옷을’, 여기서도 입는 것을 생각해, 그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직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의복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단순히 개인이 ‘좋아서’ 입었다고는 상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 번째, “한복 입고 해외여행 가겠다고 하니, 아버지께서 너 그러다 눈에 띄어서 납치당한다는 얘기까지 하셨어요.” 실제로 한복을 입고 여행을 가면 다양한 인종들의 표정이나 생각을 가득 느낄 수 있다. 눈에 띄는 옷이니 위험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하거나 위해를 가하려는 사람이 적다. 하다못해 한복 입은 사람을 다행으로 소매치기를 한다고 상상해보라.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옷-한복을 입은 사람만 바라볼 텐데 눈속임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옷 때문에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여섯 번째, “기모노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웃으면서 한복이라고 코리아라고 하긴 했지만 조금 씁쓸해지긴 했습니다.” 외국에 나가 한복을 입고 있는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현지인들이 직선 핏의 기모노와 벨(Bell) 모양 치마인 한복을 헛갈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아마도 여밈이 있는 아시아 옷의 대표격으로 일본의 기모노를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을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복들을 모두 기모노라는 명칭으로 불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 브랜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패션이나 응용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상이 얼마나 많이 활용되고, 노출되고, 언급되었느냐에 대한 문제다. 형태부터 크게 차이가 나는 두 옷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참 섭섭한 일이다.

일곱 번째, “밥을 먹으러 갔는데 한복이 너무 예쁘다고 음식점에 있는 모든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사진 찍었어요!”, “대만에서 옆에 가던 아저씨가 10분 동안 쳐다보더니 갑자기 너무 예쁘고 아름답다고 계속 칭찬해주셨어요.”, “구례로 한복여행을 갔는데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께서 간식을 계속 챙겨주시고 터미널에서 간식을 또 챙겨주셨어요.” 한복을 입고 특별대우를 받은 경우다. 우선 한복은 불편하거나 거추장스럽지만 우리의 전통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젊은 사람들은 다 자기 편하고 좋은 것만 찾아다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찾아 입은 친구들이 대견해 보이는 것이다. 딱히 문화적 의미를 생각하고 한복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전통을 일깨워 주어 고맙다거나 우리 문화를 홍보해주어 고맙다는 사람도 가끔 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그런 이미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 한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한국인을 도와줄 수 있었다는 답변도 있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말이 통하는 한국인을 찾고 싶을 때, 한국인을 ‘상징’하는 한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한복은 이렇게 민족적 대표성을 띄는 의복이기도 하다.

때로 한복을 전통문화 캠페인의 하나로서 착용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근 한복 마니아들이 한복을 입는 이유는 개인의 만족감이라는 비중이 좀 더 크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의 한복에 대한 반응은 걸어온 길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한다. 편견과 오해가 쌓여서 결국 부정적인 시각으로 한복을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문화를 살펴볼 때 근간이 되는 의식주, 그중에서도 의는 해당 세대의 생각과 가치관, 사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복이라는 대상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일종의 억울함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죄 없는 한복이 보다 당당하게 우리들 곁에 남을 수 있도록 결백을 믿어보자. 한복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이미 우리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