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간 원유재고량이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 감산합의 재연장 기대로 국제유가가 20일(현지시간) 올랐다. 미국과 이란간 핵협상을 둘러싼 긴장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벤치마크 원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9%(93센트) 오른 50.41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종가기준으로 마침내 배럴당 50달러 고지를 찍은 것으로 5월24일 이후 근 넉 달 만에 가장 높은 값이다.

WTI 11월 인도분은 1.6%(79센트) 오른 배럴당 50.69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1%(1.15달러) 상승한 배럴당 56.2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3월 초 이후 최고가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증가했다는 미국 정부 발표는 유가하락 압력을 가했으나 OPEC이 감산합의를 연장하거나 더 확대할 것이라는 이라크 석유장관의 발표에 상승세를 탔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460만배럴 증가한 4억728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S&P 글로벌플랏츠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치(240만배럴 증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루 전 미국석유협회(API)는 전주 원유재고량이 140만배럴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휘발유 재고는 210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1월 이후 가장 적은 재고 수준이다. 정제유 재고는 570만 배럴 감소했다. EIA는 지난주 정유시설의 가동률이 83.2%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EIA는 또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15만7000배럴 증가한 951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클리퍼데이터의 토리 빈센트 원유 분석가는 “이 데이터는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에 상륙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이 지역이 정상가동으로 복귀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타이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타리크 자히르는 “허리케인 직후 미국의 산유량 증가는 꽤 놀랍다”면서 “셰일이 아주 빨리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가 추가상승은 OPEC의 감산합의 재연장 논의나 감산 규모 확대 컨센선스에 강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바 알-루아이비 이라크 석유장관은 전날 이라크와 OPEC 회원국들이 2018년 3월 말 종료되는 감산합의를 내년 말까지 재연장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C과 비회원국들은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동감산점검위원회(JMMC)를 열어 감산 기한 연장 등을 논의한다.

이란 핵협상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중동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깡패국가’로 규정하면서 “이란 핵협상은 우리가 준수할 수 없는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현실과 동떨어진 파렴치하고 무지한 주장을 늘어놨다”고 비난했다.

콜린 시에스진스키 CMC마켓츠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이란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트윗을 날리는 등 트럼프와 이란에 대한 말이 많았다”면서 “이것이 중동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