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일상가젯 -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앱코 해커 K660 스페셜 에디션 편

#화이트 키보드 새 물건 살 때마다 색이 고민이다. 검은 아이폰이랑 흰 아이폰이랑 완전 다른 물건 같으니까. 단지 색만 다른 물건을 두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왔다. 옷이든 카메라든 노트북이든 자동차든.

키보드도 마찬가지. 생애 첫 기계식 키보드는 흰색이었다. 키캡과 상판이 흰색인 텐키리스 사이즈 제품이다. 텅 빈 갤러리 하얀 벽처럼 깔끔한. 여기까진 완전 취향 저격이다. 전원을 연결하면 레인보우 백라이트가 찬물을 끼얹는다. 영 취향이 아니라 조명을 꺼버리고 사용했다.

▲ 출처=한성컴퓨터

#모노톤이 좋아! 첫 기계식 키보드가 고장이 났다. 켜기 싫은 레인보우 조명이 한이 된 걸까. 그 다음 키보드는 조명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겠다 다짐했다. 조명이 예쁘다는 키보드는 몽땅 구경했다.

1680만색 RGB 풀컬러를 내는 키보드가 여럿이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풀컬러보단 모노톤이지.’ 흰색 키캡과 상판에다가 LED 백라이트마저 흰색인 키보드를 발견했다. 장바구니에 담았다 빼길 반복했다.

시시한 선택 아닐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어 구매를 보류했다. 새 물건을 사면 기분 전환이 되지 않나. 온통 흰 키보드는 그런 효과가 없을 듯했다. 그와중에 다른 키보드가 내 마음을 훔쳤다. 올블랙에 붉은 조명을 뿜어대는 녀석이다. 때로는 반대가 끌리는 법.

▲ 출처=커세어

#RGB의 간극 시간이 흘렀다. 생각이 또 달라졌다. 모노톤 역시 의심의 대상이 돼버렸다. 세상에, 무지개빛 RGB 라이트가 예뻐보이는 날도 오더라. 늙으면 화려한 컬러에 혹하게 된다더니만.

계기가 있긴 하다. 조명이 영롱하기로 이름난 게이밍 기어 브랜드 제품을 실물로 본 뒤다. 같은 1680만색 RGB 풀컬러 LED 백라이트여도 브랜드마다 퀄리티가 다르단 사실을 깨달았다. 싸구려 느낌 충만한 죽은 빛과 영롱하고 생기넘치는 빛의 간극이란. 다른 키보드로 갈아타고 말았다.

▲ 출처=커세어

#빨간 키보드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키보드 상판은 무채색일까. 검정 혹은 흰색. 아니면 실버. 상판 컬러가 다르면 더 유니크할 텐데’ 인터넷 여기저기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유니크 컬러 키보드를 찾아서.

레오폴드. 위험한(?) 이 4글자를 알게 됐다. 레오폴드 남색 키보드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현실을 깨닫곤 한숨을 내뱉었다. 내 사정엔 너무 비쌌으니까. 1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키보드에 지불할 의사가 없던 나였다.

미련을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고 다른 물건을 찾아나섰다. 국내 게이밍 브랜드 앱코(ABKO) 키보드가 자꾸 보였다. 김희철이 사용한다는 핑크색 기계식 키보드도 앱코 제품이다. 내 눈엔 빨간 키보드가 괜찮았다. 가격도 5만원대로 합리적이고.

▲ 사진=노연주 기자

#K660의 시간 이번 키보드는 너로 정했다. 앱코 해커(HACKER) K660 스페셜 에디션 레드 제품이다. 검정과 노란색 모델도 있지만 내 선택은 빨강이다. 짙은 붉은색 상판과 검은 키캡 조합에 압도당했다. 화이트 LED 상태 표시등은 포인트로 산뜻한 느낌을 준다.

키 백라이트는? 애석하게도 첫 기계식 키보드와 같은 무지개 빛깔이다. 그럼에도 불빛이 밝지 않은 편이라 오히려 감당할 수 있겠다싶다. 참고로 K660은 9가지 화려한 액션 LED 모드를 지원한다. 무지개 취향인 분은 참고하시길.

▲ 사진=노연주 기자

#유니크 광축 새 키보드를 놓고 색깔 얘기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K660이 컬러만 유니크한 건 아니다. 키스위치가 카일 광축(옵티컬 스위치)이란 점이 독특하다. 광축은 적외선 센서로 신호를 전달하는 구조다. 키 반응 속도가 0.2ms로 회축(스피드축)에 견줄 만큼 빠르다. 게이밍에 유리하다.

일반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에 비해 내구성도 뛰어나다. 센서수명은 5만시간, 스위치 클릭부는 8000만회 클릭을 보장하는 수준이다. 2000만~5000만회가 보통이니 카일 광축이 더 튼튼하단 얘기다.

타건감은 청축 스위치랑 엇비슷하다. 청축보단 조용하지만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 타자기스러운 느낌은 살려냈다. 시끄럽지 않고 경쾌하다. 키압은 조금 무거운 듯하다. 손가락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고 되레 쫀득한 키감을 살려준다.

▲ 사진=노연주 기자

#콜라가 무섭지 않다 또 하나 분명한 강점이 있다. K660은 방수 키보드다. 최고 수준인 IP68 방진·방수 등급이다. 개별 축에 배수홀이 있으며 나노 분사 방식 코팅으로 방수 구조를 완성했다. 키보드에 콜라나 라면 국물을 흘렸다고 피눈물 흘릴 일을 미리 방지해준다.

패키지 구성도 알차다. 키 커버, 청소용 브러시, 키 리무버, 키 스위치 리무버까지. 키보드 받침대 2개도 추가 제공된다. 아기자기하고 알차다. 케이블이 패브릭 소재라 꼬임이 적겠다. 멀티미디어키와 윈도우키 잠금 기능도 있고.

▲ 사진=노연주 기자

#키캡 놀이의 서막? 옷 입는 걸 생각해보자. 모노톤을 좋아해도 가끔은 튀는 원색이 입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한 컬러에 집착하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선호하는 색상은 계속 달라진다. 

여러 색 키보드를 접하면서 나만의 키보드 색깔론이 형성되는 중이다. 취향이 예전보단 선명해지고 있다. 색깔론을 완성할 순 없겠다. 아직 ‘키캡 놀이’에 손을 대지 않았으니. 키캡이 무한한 색상 조합을 가능케 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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