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지난 2012년 6월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하 의무휴업)’이 적용된 지 5년이 지났다. 그런데 의무휴업이 적용된 기간 동안 전국 전통시장의 매출은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실정에 맞는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 출처=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의무휴업은 종전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던 각 대형마트들에게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 일수를 반드시 휴업해야 한다는 규제다. 이에 따라 국내 모든 대형마트들은 월 2일을 무조건 휴업해야 한다. 이는 대형마트들의 출점 경쟁으로 전통시장 등 지역 소규모 상권들이 보는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적용됐다. 

그러나 여러 연구기관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의무 휴업이 전통시장의 수익을 개선하는 효과가 미미했다. 의무휴업 적용 5년 동안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의 매출과 전통시장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의무휴업이 처음으로 적용된 2012년의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총매출은 26조1435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3년 26조1402억원, 2014년 25조4461억원, 2015년 25조5564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5조1629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서 2016년까지 대형마트 매출은 약 9800억원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대형마트 지출액도 매출 추이와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다. 숙명여자대학교 서용구 교수의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에 따르면 총 5개 9개 유통부문(마트·SSM·전통시장·슈퍼마켓·편의점·온라인·마트 온라인몰·농협·백화점)의 지출액에서 2012년 대형마트의 비중은 17.69%, 2013년 22.98%로 한 차례 증가한 이후 2014년 21.93%, 2015년 21.58%. 그리고 지난해 20.2%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의무휴업의 취지가 충실하게 반영됐다면 가장 확실한 변화가 나타났어야 할 전통시장 매출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2015년 발표한 <전통시장 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의무휴업이 적용되기 전인 2010년 약 21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전통시장 매출은 2011년 21조원, 2012년 20조1000억원, 2013년 19조9000억원, 2014년 20조1000억원, 2015년 2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의무휴업 적용 전과 후를 비교하면 오히려 전통시장 매출은 3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편의점 점포 수 증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2만6020개였었던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2017년(7월 기준) 3만7539개로 급증했다.

중소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이사는 “가뜩이나 소비가 줄어 문제가 되는 시점에 대형마트 휴무제는 소비를 위축시켰다”면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이 아닌 집 근처 편의점을 찾아가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면서 소비자 편익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서용구 교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을 도모하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의무휴업 시행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률은 둔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존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조정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재의 마트 의무휴업은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특정 유통채널의 운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면서 “이마트가 지난해와 올해 선보인 전통시장·청년상인간 동반성장 모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전국 58개 전통시장 자매결연을 맺고 및 마케팅, 시설보수, 안전점검을 지원하는 롯데마트의 ‘1점 1전통시장 프로젝트’, 홈플러스의 ‘전통시장 상생협약’ 등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