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가 지인의 채용청탁을 들어주는 행위는 청년실업난이 사상 최악인 현재 취업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최악의 범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공기업 등이 종사하는 공직자들은 정작 채용비리에 대해 최소한의 죄의식도 없어, 채용비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감사결과는 이같은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일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2016년도 신입·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에서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합격자가 뒤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청탁을 받은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 인원을 늘리고, 서울 소재 대학 출신 지원자를 ‘지방인재’로 분류하여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금감원은 부당채용을 포함한 52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돼, 대규모 인사 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금감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총 52건의 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김수일 전 부원장, 서태종 수석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가 채용 비리에 연루됐고, 이들의 비리 사실을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금감원 국장 1명 면직·팀장 등 3명 정직·직원 2명은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현직 3명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가장 많은 비리는 2016년도 5급 신입직원 채용 관련 부문에서 적발됐다. 금감원은 2015년 9월 수립한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계획’에 따라 경제학 분야 11명 등 5급 신입 일반직원 53명을 채용하겠다고 지난해 공고했었다. 이때 서류전형은 채용 인원의 25배수, 필기전형에선 2배수, 1차 면접에선 1.5배수, 2차 면접에선 채용 예정 인원만큼 뽑을 예정이었다.

2016년 신입직원 필기시험이 끝난 뒤, 금감원 전 총무국장 A씨는 지인으로부터 “경제학 분야 지원자 O씨가 필기시험 합격 가능한 수준인가”라는 문의를 받았고, 알고 보니 O씨는 필기 성적이 23등이었다. 필기 합격 대상자는 22명이다.

A 국장은 O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담당 팀장 등에게 경제학 분야를 포함한 3개 분야의 채용 인원을 각각 1명 늘리라고 지시했고, 덕분에 O씨는 필기전형에 추가 합격했다. 이후 O씨는 면접도 통과해 금감원에 최종 합격했다. 면접 과정에서 A국장은 O씨에게 10점 만점 중 9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채용공고를 53명으로 냈던 금감원은 경제학 분야 등의 정원을 3명 늘리면서 IT분야 정원 3명을 축소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 일부 직원은 이력서를 조작하여 금감원 지원자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B국장과 C팀장 등이 응시자 P씨가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대전 소재 대학 졸업’이라며 허위로 기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면접 참고자료에 ‘지방 인재’라고 기재해 P씨를 최종합격 시켰다.

채용 공고에 따르면 지방인재를 정원의 10% 내외로 뽑게 돼 있었고, 지방 인재로 분류되지 않았다면 떨어졌을 지원자였다.

특히 B국장 등은 P씨를 면접에서 합격시키기 위해 당초 계획에 없었던 ‘세평(世評) 조회’까지 임의로 도입했다. B국장은 이 부정적 세평을 이유로 3명을 탈락시킨 후 추가합격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원분야도 다르고 예비후보자보다 후순위자를 합격시키는가 하면, 추가 합격자에 대해서는 세평조회도 하지 않았다.

당시 부원장보였던 김수일 부원장은 채용인원을 늘릴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이를 허용했고,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그대로 결재하면서 채용 비리와 연루됐다. 

감사원은 이밖에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등에도 비리가 있었다고 보고, 부당 채용업무를 주도한 전 총무국장 A씨는 면직, 팀장급 2명과 실무자는 정직을 요구하는 등 4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수석부원장 3명 등에 대해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통보키로 했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은 임영호 전 국회의원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김수일 부원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특혜 채용에 가담한 이상구 전 부원장보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금감원 변호사 경력직 채용 전형에 임 전 국회의원 아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새로운 채용 조건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이 일로 김수일 부원장은 14일 사표가 수리됐다.

감사원은 금감원 채용비리 이외에 금감원 예산과 조직이 방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금감원 조직·정원 정비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감원장에게 통보했다.

금감원 전체 직원(3월 기준 1927명) 중 관리직에 해당하는 1~3급 직원 비중은 절반 수준인 871명(45.2%)에 달한다. 관리직이 차고 넘치다 보니 1, 2급 직원 중 63명은 ‘무보직’ 상태다.

금감원은 292개 팀의 팀원이 평균 3.9명에 불과해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금감원은 1~3급 비중이 높다 보니 전 직원의 20.6%(397명)가 팀장 등의 직위를 갖고 있다. 직위 수가 많다 보니 292개 팀의 팀원은 평균 3.9명에 불과하다는 감사원 지적이다.

특히 금감원 3급 팀장의 평균 연봉은 1억2200만원을 웃돈다. 금감원은 이러한 높은 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감독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에 떠넘기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금융회사에서 감독분담금으로 걷어간 돈은 2489억원이었고 올해는 2921억원으로 17.3% 늘어났다. 감독분담금은 최근 3년간 평균 13.6%씩 증가했다.

차명계좌 주식거래 문제도 감사원 지적사항으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최근 5년간 기업 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 있는 임직원 161명 중 138명 중 매매규정을 어긴 사람은 50명을 적발했다.

적발 결과 차명계좌 금융투자상품 이용 임원 2명, 금융투자 매매 계좌나 매매내역 미신고자 4명, 계좌 신고했으나 매매내역 미통지 12명.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미신고자 32명으로 나타났다.

A 직원은 장모 명의 계좌를 개설한후 2013년초부터 2016년말까지 주식등을 매매했는데 매매금액은 무려 734억여원이나 됐다.

또 금감원 모센터 B직원은 1900만원어치의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면서 계좌는 물론 매매 내역도 금감원에 통지하지 않았다. 또 C직원은 하루에 2500만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가 당일 전부 매매하는 등 빈번히 매매해왔지만 단 한차례도 금감원에 통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