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20일 도시바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성공하며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지만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이 시작됐다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가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5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3위 도시바와 연합한다고 시장 전체를 흔들만 한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 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의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인수에 성공하기를 바랬을 것”이라면서 “웨스턴디지털(WD)과 도시바의 연합은 3위와 2위의 만남이기 때문에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지만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연합은 5위와 2위의 만남이기에 영향력이 한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8.2%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도시바는 16.1%로 2위, WD는 15.8%로 3위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10.6%라는 것을 고려하면 1위 사업자 입장에서 2위와 3위의 연합보다 2위와 5위 사업자가 만나는 게 더 유리하다.

기술 격차로 봐도 당장 삼성전자를 따라올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이미 4세대 3D 낸드플래시 시장까지 진출하며 5세대 낸드플래시로 넘어갔으나 도시바는 아직 3세대에 머물러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에야 4세대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이 속한 한미일 연합이 이러한 기술적 격차를 단기간에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삼성전자의 독주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소위 이면계약 폭로 후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에서 제한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대목도 중요하다. SK하이닉스가 융자형식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했기 때문에 의미있는 기술 시너지를 추구하기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로드맵을 세웠기 때문에 이번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성공이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금액으로 전년대비 2조6000억원을 증액했고 조만간 4조6000억원을 추가 집행할 예정이다. 또 청주와 중국 우시의 클린룸 건설을 2018년 4분기에 완료하고 D램 공정과 3D 낸드플래시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M14 준공식에서 선언한 중장기 투자계획에 이어 수직계열화 시도도 더해진다. SK는 지난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했으며, 최근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하고 판매하는 전문기업인 LG실트론까지 품었다.

한미일 연합에는 시게이트와 더불어 글로벌 낸드플래시 수요의 큰 손이 애플도 포진해 있다. 애플은 한미일 연합에 참가해 안정적인 낸드플래시 수급을 받는 한편, 추후 컨소시엄 내부의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그리고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에서 유일하게 낸드플래시 시장의 의미있는 ‘공급자’다. 추후 한미일 연합 내수에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