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Toshiba)가 낸드플래시 생산업체 도시바반도체 사업 인수자로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을 최종 선택했다.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향방이 정해지면서 반도체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도시바는 지난 2월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결정 이후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Bain Capital)이 주도하는 한미일연합과 미국 하드디스크업체인 웨스턴디지털(WD)이 중심으로 하는 미일연합 사이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최종 인수자를 결정한 것이다.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도시바가  2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국 투자 회사 베인캐피털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면서 “WD이 참여하는 진영이 도시바 측에 새로운 제안을 했지만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 최종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한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연합에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고 SK하이닉스와 애플, 델, 시게이트 테크놀리지, 킹스톤 테크놀리지 등이 참여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지분 49.9%를 보유할 베인케피탈에 대한  대출을 통해 도시바 지분을 간접으로 보유하게 된다. 

 한미일 연합은 그동안 WD이 속한 연합, 대만 홍하이정밀(폭스콘)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삼파전을 벌였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된 이후에도 말 바꾸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반도체강국인 한국과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에 경영권이나 기술을 넘기는 것을 꺼려왔다.

한미일 연합으로 승기가 기울어 진 것은 지난달 말 애플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가세하면서 다. 애플은 도시바 투자로 낸드플레시를 안정적으로 납품받겠다는 의도로 전체 인수 제안금액 2조엔(약 20조2400억원) 중 16%인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출자하겠다고 제안했다.

도시바는 지난 6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가 지난달   웨스턴디지털로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체했다. 이어 미일 연합에 애플이 가세하자 도시바 이사회는 지난 18일 다시 한미일 연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WD측은 이사회 결정 막바지에 의결권 포기 카드까지 꺼냈지만 결국 최종 인수전에서 탈락했다. 

이번 도시바 메모리 매각에 관한 최종 결정으로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은 앞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재무, 회계, 법률 등의 조사인 실사과정을 거쳐 본 계약을 체결한다.

세계 낸들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5위(10.6%)로  낸드플래시 시장 공략이 급선무인 SK하이닉스는 2위 도시바와 손을 잡게 됨에 따라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 반도체와 협업을 통해 특허 분쟁 등도 손쉽게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경영권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게 아니어서 실익을 거둘 수 있을 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