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20일 이사회를 열어 메모리 반도체 자회사 매각 대상자를 선정한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유력하지만 웨스턴디지털(WD)이 대반전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20일 이사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일 연합은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을 비롯해 시게이트, 델 등 미국 IT 회사는 물론 최근 애플까지 합류했다. 2조엔에 달하는 인수비용과 별도로 4000억엔의 연구개발비를 따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며, 애플은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를 인수하지 않으면 앞으로 낸드플래시를 도시바에서 공급받지 않겠다는 뜻도 밝힌 상태다. 제안에 따르면 의결권 지분 비율은 베인캐피털이 49.9%, 도시바 40%, 일본기업 10.1%로 추정되며 SK하이닉스는 융자 방식으로 참여한다. 지분은 15% 상한제가 걸린다.

14일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 우선적으로 매각 협상을 하겠다는 각서까지 쓴 상태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선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WD의 반격도 만만치않다.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정책은행(DBJ) 등과 연합한 상태에서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이 WD의 손을 잡지 않자 일본 정부가 크게 동요하고 있지만 일본 자본과 협력한 WD는 여전히 유력한 인수 후보라는 것이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현지 주요 언론의 평가다.

WD가 도시바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자회사 샌디스크와 도시바의 조인트 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도 변수다.

한편 도시바 이사회는 20일 매각 대상자를 확정한 후 바로 본계약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거래은행의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도시바도 빠른 매각 절차를 추진해야 하지만, 각국의 독과점 심사 등 어려운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어 예단은 금물이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