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환민 파산관재인(왼쪽 첫번째)이 채무자의 사례를 홍현필 관재인(두번째) 등 관재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2002년 부친이 운영하던 의류 도소매 회사에 입사해 일을 배운 김 모씨는  2008년 의류 생산설비 회사를 창업했다. 20014년 부친 회사가 영업 부진으로 파산절차에 들어가고 김 씨 회사도 매출 부진으로 심각한 경영악화가 찾아왔다. 김 씨는 아버지 회사의 채무보증을 서 연쇄적인 파산 신청을 피할 수 없었다.

서울회생법원은 김씨 개인에 대해 파산선고를 내렸다. 황환민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 당시 김 씨의 재산은 ▲모 생명보험(해약할 경우 260만원 환급 가능하지만 김 씨는 이 보험사에 약 300만원의 약관대출이 있음.) ▲예금(소액) ▲임대차 보증금(3000만원) ▲ 사업장 임대차보증금 (3000만원)과 설비 ▲부동산 2곳등이 있었다.

파산선고 이후  이 생명보험회사는 채무자에게 환급금을 기존 약관대출금에 충당해야 할 것이라며, '보험을 해약하고 그 환급금을 대출금과 자동으로 충당시키겠다'는 통지서와 함께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향후 파산절차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별개로 김 씨는 거래처 채권자들로부터 형사고소까지 당했다. 거래처 채권자들은 파산신청 직전에 하도급업체중 일부 봉제 업체에게 대금을 결제해줬다며 김씨를 고소한 것.  이와 함께 채권자들은 편파변제라는 이유로 서울회생법원에 이의신청했다.

◆파산신청 채무자, 보험 함부로 해약하지 말아야

보험도 일종의 재산이다.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채무자의 보험도 파산관재인이 처분을 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 걸까?

지난 11일 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의 세미나에서는 황환민 변호사는 채무자의 재산을 현금화하는 방법에 대해 발제했다.

황 관재인의 발제후 참석한 관재인들은 보험회사가 채무자의 파산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해약을 유도하고,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박범진 파산관재인은 “요즘 보험회사들은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에게 파산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으며 홍현필 파산관재인은 “보험회사가 이렇게 보험을 해약 요구해 기존 대출금을 상환 처리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이수 파산관재인은 “비록 보험회사가 기존 약관대출금의 상환처리를 위해 해약을 유도하는 것이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해약이 이뤄지면 해약환급금은 보험회사로 갈 것이 아니라 파산관재인에게 귀속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해약환급금이 많지 않다면 질병 등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의 성격상 보험을 해약하지 않고 유지하는 대신 환급금에 해당하는 현금을 구해 파산관재인이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을 해약하지 말고 환급금에 해당하는 현금을 마련해 관재인에게 주라는 것. 향후 질병 등으로 보험사고가 나면 보험 혜택을 못받는 점을 감안한 대안이다.

홍 관재인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보험회사가 보험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해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비교적 큰 보험해약환급 사례를 두고 대법원까지 가서 정립된 이론을 만들어야 되지 않나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관재인은 채무자에게 파산이 선고되면 보험을 해약할 권한도 파산관재인이 갖는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채무자가 보험을 해약한다고 해서 그 해약환급금이 당연히 보험회사가 가져가는 것은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없지만, 관리· 처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채무자회생법의 근거라고 제시했다.

파산관재인들은 무조건 보험의 해약을 주장하는 보험사들의 이의제기는 문제가 있으며, 채무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을 함부로 해약할 것이 아니라 파산관재인과 충분한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례를 발표한 황환민 파산관재인은 “처음 이 보험금을 해약해 채권자에게 나눠주려 했으나 기존에 보험회사로부터 약관대출을 받은 사실 때문에 보험을 그냥 놔뒀다”고 말했다.

▲파산관재인 세미나에 참석한 관재인들. 왼쪽부터 김태영, 윤규상, 이이수, 신현호 관재인. 이외에도 이날 세미나에는 박문길, 박석홍, 태원우, 박범진 관재인도 참석했다.

◆ 거주지 소액임대차보증금은 보호, 상가임대차보증금은 채권자에게 나눠줘야

황환민 관재인은 채무자인 김씨의 재산 중 거주지 임대차보증금 3000만원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상 재산으로 취급되지 않아서 환가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채무자회생법에서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면제되는 것이 소액임대차보증금이다.

다만 채무자가 임차인으로 계약된 상가임차보증금은 면제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어서 채권자에게 나눠 줘야 한다.

황 관재인은 임대인에게 상가 임대차계약을 채무자를 대신해 해약하겠다고 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상가임대인은 파산관재인의 요구에 응할 수 있지만 상가 내 집기 등 물건을 처리해 주지 않으면 상가보증금을 관재인에게 내어 줄 수 없다고 반발했다고 소개했다.

결국 재봉틀 기계 24대 등 각종 비품을 약 420만원에 팔고 보증금을 받아 이 돈을 채권자들에게 나눠줬다.

◆채무자 부동산은 경매 또는 매매 대상

파산선고를 받을 때 채무자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파산관재인은 이 부동산을 경매신청하거나 매매 해서 채권자에게 나눠준다. 파산신청 이전에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라면 파산관재인이 그 경매를 그냥 지켜봤다가 담보권자들이 가져가고 남는 돈이 있으면 가져와 파산채권자들을 나눠준다.

김 씨의 부동산 중 한 건은 경매절차에서 확인된 시가가 약 2억 6000만원이고 여기에 저당권 등 담보로 설정된 돈이 약 2억 4200만원이었다. 또 다른 한 건은 추정 시가 약 2억원이고 여기에 담보로 설정된 돈이 약 1억 9000만원이었다.

황 관재인은 “첫번째 건에 대해 경매과정에 남은 돈 약 1800만원이 원래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은행에 배당되었는데, 관재인의 권한으로 다시 찾아왔고 향후 다른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황 관재인은 이어 “두번째 부동산은 약 2억 2000만원의 매매가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내놨는데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아 환가를 포기했다”고 정리했다.

◆사기로 유죄확정 받더라도 면책 못 받는 거 아냐

황 관재인은 채무자의 거래처 채권들이 채무자에 대해 행사한 형사고소 사건을 두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봤다.

김 씨의 형사고소는 결국 김씨의 사기죄 유죄 확정으로 끝났다. 그러나 황 관재인은 채무자가 편파적으로 갚았다는 거래처 채권자들의 이의를 수긍할 수 없었다. 

그는 “채무자는 부친의 도산으로 연쇄적 도산을 한 것인데, 경영악화로 임가공채무를 지급하지 못한 점, 형사 판결문상 채무자가 최종 완성 업체인 봉제 업체들에 만 결제하여 줬다는 사실이 나와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사기로 유죄 확정 판결받은 채무에 대해서만 면책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전체 채무를 면책하지 않아야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내용으로 법원에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발제를 마쳤다.

황 관재인은 사기로 유죄확정받은 채무를 제외하고, 채무자 김 씨가 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