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숙 네이버 대표. 출처=네이버

한성숙 대표 체제의 네이버가 기술기반 플랫폼을 중심으로 스몰 비즈니스 방법론을 펼치고 있다.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많은 사업자에 문호를 개방, 일종의 상생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올해 분사한 네이버랩스를 중심으로 기술기반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한성숙 대표가 부사장 시절부터 끌고온 프로젝트 꽃의 스몰 비즈니스를 더욱더 강화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과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  최근 맞춤형 운전비서인 어웨이까지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또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의 성공을 위해 600억원에 달하는 사내펀드를 조성했으며 지난해 기준 창업 후 3개월내 300만원 이상 거래를 발생시킨 쇼핑창업자 1만2000명을 발굴했다.

"대기업이 맞냐는 질문에 맞다고 자백하다"

기술기반 플랫폼이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과 맞물리며 라인의 성공적인 상장, 이에 따른 외연 확장으로 이어졌다면 스몰 비즈니스 지원은 일종의 상생경영으로 풀이된다. 특히 후자에는 재미있는 단서가 붙는다. "네이버는 다른 재벌 대기업과 다르다"

실제로 네이버는 올해 초 이해진 의장, 김상헌 대표 체제에서 변대규 의장, 한성숙 대표 체제로 매끄럽게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불필요한 경영상의 잡음은 없었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의 이양이 이뤄졌다는 것이 내외부의 평가였다. 지난해 이사직을 폐지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창출한 것도 상당한 호평을 끌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준 대기업 집단인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선정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파열음이 일어났다.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이해진 창업주의 총수 지정 여부였다. 이 창업주는 직접 공정위로 찾아가 네이버를 총수없는 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 창업주는 지난달 22일 종가 76만7000원에서 3% 할인된 74만3990원으로 시간외매매, 즉 블록딜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네이버 지분을 팔아 지분율을 기존 4.64%에서 4.31%로 낮추기도 했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 지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심지어 지난해 폐지한 임원제가 화두로 부상하기도 했다. 공시의무를 가진 임원의 숫자가 2명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이 창업주의 네이버에 대한 영향력을 가늠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올해 6월 단행된 미래에셋대우와의 자사주 교환도 의심을 받았다. 네이버가 가진 자사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넘기면 의결권이 부활하고, 미래에셋대우가 일종의 백기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 창업주의 경영권 방어에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네이버를 굳이 준대기업에 지정하고 이 창업주를 총수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을 거치며 국내 대기업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이 곱지 않았기에 굳이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는 네이버에게 족쇄를 채워야 하는가'는 반론도 등장했다.

이런 분위기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해진 의장은 스티브 잡스와 다르다"고 말하자 극에 달했다.

김 위원장은 이 창업주의 총수 지정과 관련해 "스티브 잡스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만나는 사람을 모두 화나게 하는 독재자 스타일의 최악의 최고경영자(CEO)였으나 잡스는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잡스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며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 됐으면 미래를 보는 비전이 필요하지만, 이 창업주는 잡스처럼 우리사회에 그런 걸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창업주가 네이버를 두고 혁신의 기업이라 말하며 다른 대기업과는 다른 잣대를 요구하자 이를 거절한 이유를 밝힌 셈이다.

그러자 이재웅 다음 창업주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상조 위원장이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일부 논란이 일자 '오만'을 '부적절'로 바꾸기는 했으나 큰 틀에서 김 위원장을 저격한 것은 분명했다.

▲ 이세웅 다음 창업주 SNS. 출처=페이스북 갈무리

문제가 커지자 김 위원장은 즉각 사과했다. 나아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첫 업무보고에서도 재차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IT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시장 지배자적 사업자에 있는 네이버가 한국의 IT 산업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당시 발언을 "부적절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가 네이버의 위로로 끝난게 아니었다. 네이버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일이 말 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졌다.

김상헌 전 대표 시절 네이버가 진경준 전 검사장 자녀에게 황제과외를 베풀었고, 고위 법조인 아들에게 부적절한 인턴십 제공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김 전 대표는 법조인 출신이며 진 전 검사장이 연루된 넥슨 공짜주식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수사대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논란이 커지자 한성숙 대표는 지난 13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한 대표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과거 비공식적인 경로로 특정인들의 자녀에게 체험형 인턴십 등의 혜택이 제공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현(現) 대표로서, 앞으로 네이버를 더욱 투명하게 경영해야 할 책임을 깊게 통감하고 있다”고 고개숙였다.

한 대표의 사과로 상황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일반적인 대기업과 다르다는 네이버가 일종의 '법경유착'을 꾀했다는 점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

총수없는 대기업 지정을 위해 이 창업주가 강조한 대목이 '네이버는 일반 대기업과 다르다'는 논리였기에 이런 실망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네이버 입장에서 더욱 심각한 리스크는 따로 있다. 바로 '말과 행동이 달라지고 있다'는 인식을 대중에 심어주는 대목이다. 결정타는 지난 9일 열렸던 국회 토론회다.

▲ 한성숙 대표 사과문. 출처=네이버 다이어리 갈무리

플랫폼 중립성은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오픈넷은 국회에서 '우리나라 망중립성의 방향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열어 망 중립성 기조를 강화하는 한편, 플랫폼 중립성에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와 관련된 실질적인 법안이 준비중에 열린 간담회이기 때문에 현장에는 네이버는 물론 구글과 같은 글로벌 사업 관계자도 있었다.

간담회의 핵심은 망 중립성 강화의 필요성이다. 발제에 나선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는 "진입장벽에 높고 시장 지배력이 강한 망 사업자의 등장을 막는 한편, 망 중립성을 특수 공정거래규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제로레이팅은 망 중립성 포함 문제가 아니라, 공정거래법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우리나라 망중립성의 방향에 대한 정책 토론회.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는 망 중립성 완화는 통신사의 자의적 차별 위험이 높고, 독점 시장 지배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으며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도 망 중립성 완화는 인터넷 산업에 재앙수준의 타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망 중립성 강화를 넘어 국내 기업과 글로벌 ICT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까지 나아갔다.

미국이 최근 아짓 파이 FCC(미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망 중립성 완화를 준비하는 가운데 등장한 담론이라 국회에서의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방송통신위원회의 모티브가 미국 FCC일 정도로 우리는 철저하게 방송 플랫폼 시장에서 미국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망 중립성 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망 중립성 강화에 대해서는 일정정도 '강화'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뒤이어 나온 '플랫폼 중립성'에는 유연한 모습을 주문하는 장면이다. 실제로 박 교수는 망 중립성 강화를 주장하면서 “독점의 차원에서 공정거래법에 자유로울 수 없지만, 플랫폼 중립성은 인터넷 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망 중립성은 모든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일정정도 중립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플랫폼 중립성에 지나치게 관대한 스탠스를 보이는 것도 그 자체로 문제다.

망 중립성 수준의 강화는 아니더라도 서비스 플랫폼도 명확한 시장 지배자적 사업자가 존재하며, 이들도 분명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망 중립성을 유연하게 대입하더라도 최소한 네이버와 다음 등 검색 플랫폼에 대한 중립성 강화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박 교수는 "플랫폼 중립성을 아예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포털 등에 지나치게 유연한 작대를 들이대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인터넷기업협회의 최성진 사무총장도 비슷한 취지의발언을 했다.

당시 토론회를 통해 확인된 네이버의 '말과 행동이 다른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스몰 비즈니스, 프로젝트 꽃 등의 상생협력으로 자체적인 플랫폼 중립성을 구축하겠다는 네이버가 종종 유망 스타트업과 마찰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최근 부동산 O2O 기업인 직방이 콘텐츠 노출 이슈 등으로 네이버와 마찰을 일으키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하나는 망과 플랫폼에 대한 180도 다른 접근법이다. '망 중립성 강화는 혁신의 탄생에 반드시 필요하고, 플랫폼 중립성 강화는 혁신의 탄생에 반드시 리스크다'는 주장은 서비스 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분명 이해가 될 수 있지만, 그 강도에 지나치게 자의적인 뉘앙스가 풍긴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망 중립성 강화를 100%로 생각한다면, 플랫폼 중립성도 최소한 80% 수준의 강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정책당국에 대한 지적이면서 동시에 네이버, 다음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혁신의 가치를 철저하게 플랫폼 사업자로부터만 찾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후자에 있어 의미있는 발언이 나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정무위원회 보고에서 "네이버쇼핑이 전면에 N페이만 제공하면서 타사 간편결제서비스는 배제하고 있는데 법위반 사항이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의 질문에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 중립성이 일정 정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