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마치고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잔의 원가는 얼마일까? 원두가격의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지만 커피 한잔에 들어가는 10g의 원두가격은 123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휘휘 저어 만든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대부분 3000원에서 5000원 수준이다.

다소 충격적인 뻥튀기 장사로 보인다. 그러나 내막을 잘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메리카노 한잔에는 가게 임대료, 인건비, 운송비, 심지어 우유까지 들어가는 등 복합다변한 가격상승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두 가격이 123원이라고 아메리카노를 123원에 판매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상품 유통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커피. 출처=픽사베이

최근 애플이 아이폰X를 공개했다. 1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등장한 아이폰X에 대한 평가는 극과극이다. 일단 애플은 아이폰8을 통해 무난하게 애플 시리즈의 후계구도를 계승하고 아이폰X에 기존 애플의 문법과는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대목은 아이폰X 부품 원가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하는 순간 불거지는데, 아이폰X에 이르러 부품 원가에 대한 ‘충격’은 상당히 강력해진 분위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폰X 256GB의 부품 단가 총합은 412달러(약46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GSM아레나가 15일(현지시간) 중국의 아이차이나 시장보고서를 인용해 발표한 수치며, 아이폰X 256GB 가격은 1149달러(약129만원)다.

애플은 아이폰X를 하나 판매할 경우 약83만원을 남기는 셈이다. 이익률은 64%에 달한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에서는 3분기 중국 화웨이에 뒤를 잡히는 수준으로 전락했으나, 이익으로 보면 애플을 따라올 자가 없다.

▲ 아이폰X. 출처=애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무자비한 마진정책’이라 질타한다. 그러나 아메리카노 한잔의 가격이 123원일 수 없듯이 아이폰X가 약 83만원을 마진으로 남기는 것을 무턱대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애플이 종종 하청업체 폭스콘 직원의 자살을 외면하고, 부품업체에 단가 후려치기에 나서는 것을 비판한다면 온당한 지적이지만 이익률 64%에는 아메리카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가비용이 합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가비용은 로열티, 운송비, 인건비 등이다. 결정적으로 애플의 파괴적인 브랜딩까지 포함되어 있다.

오히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려면 부품원가의 핵심을 살펴보는 것이 맞다. 아이폰X가 1000달러를 넘긴 이유가 무엇일까? 애플이 이익률을 높이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부품원가 자체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결정타가 바로 아이폰X에 최초로 들어간 OLED며,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량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아이폰X 하나에 들어가는 OLED 비용이 약 80달러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이 아이폰X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대만의 애플 전문가 밍치 궈 애널리스트의 말이 실감나는 이유다.

많은 전문가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A11은 대만의 파운드리 왕자 TSMC가 26달러에 제공한다고 한다. 또 256GB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는 도시바가 45달러로 제공한다고 한다. 최근 도시바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애플이 손을 내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폰X의 모뎀칩은 최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퀄컴이 여전히 18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가격만큼 아이폰X 가격도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부품에 대한 자세한 조사와 함께, 하드웨어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애플의 브랜딩 전략을 참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차라리 부품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현재의 국내 제조사에 대한 ‘미래의 걱정’을 하는 것이 ‘애플이 너무 심하게 남겨먹는 것 아니야’라는 불만보다 생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