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가 18일 예약판매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미리 준비한 3000대의 물량이 40여분만에 완판됐을 만큼 인기가 좋았다는 후문입니다. 판매 시작과 동시에 주문생산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의 예약 사이트가 먹통이 되어 많은 이들은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카카오미니는 카카오의 통합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아이)의 음성형 엔진(음성인식과 합성 기술), 대화형 엔진(자연어처리 기술), 추천형 엔진(빅데이터 및 머신러닝 기반 추천 기술)이 적용된 기기입니다.

 

카카오미니는 예약판매 기간 정가보다 50% 할인된 가격인 5만9000원에 팔렸습니다. 음원 서비스 멜론의 1년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권을 1200원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단행됐어요. 멜론의 1년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권이 12만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용자 입장에게는 남는 장사입니다.

이건 카카오미니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멜론 1년 이용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사면서 카카오미니를 덤으로 얻어가는 셈입니다.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옥의 티’라고 말할 수 있는데, 바로 홈페이지 다운입니다. 많은 예약구매자들이 몰리다보니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의 예약 사이트가 먹통이 돼버렸습니다.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다 아쉽게 기회를 놓치기도 했으며, 운이 좋게 구매 페이지를 본 사람은 마치 로또에 당첨된 사람처럼 기뻐했어요. 카카오는 “많은 구매자들이 몰릴 것을 예상했고 서버를 증설하고 대비했으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며 “10월 말 정식판매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카카오미니 출시에 따른 홈페이지 다운은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분명 문제지만 이를 가지고 시시콜콜하게 문제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뜻이에요.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 아니 네이버 뮤직 1년 이용권을 구입하면 웨이브를 덤으로 주는 행사 당시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습니다. 폭주하는 인기의 척도를 잘 확인할 수 있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나 카카오이기 때문에 더 신중할 필요는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카카오미니. 출처=카카오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카카오는 간혹 오류와 다운을 일으킵니다. 이용자들이 특정지역에 몰리는 경우 카카오톡이 불통되는 사태가 종종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택시도 카카오톡 만큼은 아니지만 간혹 먹통이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아무리 카카오가 훌륭한 기업이라고 해도 실수에 의한 먹통, 혹은 인프라 다운 가능성은 있으니까요.

다만 카카오는 이 문제를 다른 기업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을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상태에서 카카오의 성격은 ‘24시간 스탠바이 플랫폼’의 정체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카카오가 자신들의 비전을 잘 가다듬어 끝내 성공한다면, 그 목표는 ‘모든 서비스를 카카오로 묶어낸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카카오의 서비스 24시간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되는 순간, 카카오는 다른 기업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미니 대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24시간 스탠바이 플랫폼은 아니지만 카카오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며,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카카오의 서비스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멜론 1년 이용권을 저렴하게 팔며 카카오미니를 덤으로 주는 행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인지 예상하지 못하고, 또 이를 적절하게 담아내지 못하면 이용자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카카오 서비스 전반에 대한 불신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이들은 전자상거래 업체이기 때문에 같은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해야 동일한 소비 사용자 경험을 일관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끝이자 시작이 바로 AWS와 알리 클라우드입니다. 엄청나게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클라우드 사업에 눈을 돌렸고, 현재 이는 자체 인프라를 넘어 미래 ICT 기술의 발전을 선도하는 의외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위한 집착이에요.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자신의 플랫폼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상품을 사는 것은 물론, 안정적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클라우드까지 만들어 버리는 과감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그 수준까지 무조건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클라우드 사업을 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계속 강조하지만 카카오미니 대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움직이는 힘있는 행보를 주목하고, 그들만큼의 집착과 상상력을 더욱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서비스 자체의 지속가능한 플랫폼 역량을 시간이 나는 대로, 틈이 나는 대로 계속 보여주고 강조해 이용자들의 원천적인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결국 카카오는 더 빠르고, 더 안정적인 서비스를 추구해야 합니다. 인공지능도 중요하고 기발한 사용자 경험도 좋지만 온디맨드 플랫폼을 무기로 다양한 행보를 보여도 핵심은 카카오톡, 그리고 카카오 서비스 전반의 안정적인 유지입니다.

일각에서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대란이 마케팅을 위한 ‘의도적인 노이즈’라는 말까지 우스개소리로 나옵니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발송이 지나치게 지연될 당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다른 기업이라면 ‘진짜 노이즈 마케팅일 가능성도 있겠구나’라고 맞장구치며 웃겠지만, 24시간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노리는 카카오가 그러면 정말 곤란합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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