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던 국내 기업들이 지속된 매출 하락에 쓴잔을 마시고 퇴장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가 이미 전면 철수를 선언했고,  롯데마트도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의 중국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에 유통은 물론 제과, 음료, 화학 등 22개 롯데 계열사 역시 매출이 저조한 사업을 중심으로 도미노 철수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롯데의 이름을 달고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는 백화점·마트·슈퍼 등 유통사업 외에도 제과·칠성음료 등 식품 분야, 호텔·면세점·시네마 등 서비스 분야, 케미칼·알미늄 등 석유화학제조 분야, 캐피털 등 금융계열사가 있다.

롯데는 롯데마트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대부분 점포 실사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매각이 진행중인 것은 맞고, 전체 매장의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투자은행(IB) 등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247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이전에 비해 5분의1 수준이며 손실이 커 당연히 전체 매각을 추진해야 할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사정이 급한 쪽은 롯데라는 게 모두 알려진 사실이라 ‘가격 후려치기’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롯데 측과 증권가 등에서 추산한 중국 롯데마트의 장부가는 약 83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매각은 더 낮은 가격에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장 운영이 불가능한데도 직원들 월급 등이 나가면서 돈이 새고 있는 상황이라 하루라도 빨리 협상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롯데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전면 철수 결정에 따라 마트를 주요 판매처로 활용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현지 법인 매각설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어 할 말이 없다”며 공식 언급을 꺼리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현재 관련 계열사도 매각 추진중이라는 설이 돌고 있지만, 아직 계획이나 진행사항은 없다”면서 “다만 중국 사업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직과 인력은 축소될 예정으로, 규모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주요 판매채널이 철수하는 상황에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관련 계열사 도미노 철수에 대해 가능성을 두고 있다. 롯데마트도 전면 철수 직전까지도 입을 다물고 극도로 조심한 만큼  마트 매각이 물살을 타면 다른 계열사 역시 한꺼번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철수하지만, 롯데마트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는 계속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 각각 진출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롯데마트 44개 점포에서 1조11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중국 1조129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마트 측은 “당장 새로운 나라 진출 보다는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의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지만 철수가 불가피한 만큼, 빠른시일 내에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롭게 뜨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