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한 국제 사회의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에도 북한의 대외 무역이 줄어들지 않고 초콜릿, 맥주 등 사치 식품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15일엔 일본 상공을 거쳐 북태평양까지 장장 3700km나 날아가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8번째, 올해 들어 16번째다. 최소 2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개발과 발사엔 많은 돈이 든다.

▲ 북한이 공개한 화성-12형 미사일 발사장면. 출처=김동엽 교수 페이스북

 

유엔 제재로 수출을 통한 경화 확보가 어려운 북한이 이런 사치품 수입과 미사일 개발과 발사에  필요한 재원조달이 가능한 것은 대북 제재에 허점이 있다는 반증이긴 하지만 북한 경제 성장이 기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의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북한에 퍼진 장마당을 비롯한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북한 경제 성장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SCMP "北 사치품 수입 증가”

SCMP는 16일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초콜릿과 알콜 수요가 증가했다면서 그 원동력이 북한 경제 성장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초콜릿은 167.9t 총 39만7708달러(약 4억5000만원)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93.8t, 25만3583달러에 비해 1.6배 늘어난 것이다. 북한은 맥주 수입도 늘렸다.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340만ℓ, 160만달러어치(약 18억원) 수출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3밴 가까운 1200만ℓ, 523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알코올 도수 80도 이상의 독주 수출도 급증해 올해 상반기 1560만ℓ, 754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0만ℓ, 252만달러에 비해 3배 가량 급증했다.SCMP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국제 사회가 대북 경제를 제재하고 있지만, 북한이 사치품(luxury) 수입을 늘린 것은 북한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SCMP는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3.9%로 199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를 보였고 ,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6회, 미사일 22발 발사

북한은 지난 2월 12일 평북 구성에서 중거리미사일 북극성-2형(사거리 2000㎞) 발사를 시작으로 15일 화성-12형 미사일 발사에 이르기까지 올해에만 16차례에 최소 22발의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북한이 비용을 공개하지 않아 도대체 얼마를 쏟아부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국책연구기관이 발간한 자료와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조사해보면 대충 추정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김정은 집권 5년 실정(失政) 백서'에 따르면, 북한제 스커드(사거리 300~700㎞인)의 수출 가격은 1기당 500만~700만달러, 노동(사거리 1300㎞)은 1000만달러다. 백서는 이를 근거로 사거리 3500㎞의 무수단은 기당 2000만달러로 추정했다. 최소 500만달러로 계산해도 1억1000만달러다. 최고가인 2000만달러로 잡으면 4억4000만달러가 나온다. 15일 환율 달러당 1132.50달러를 적용하면 1245억75600만원에서 4983억달러에 이른다. 최대 5000억원이 들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단순 추정이지만 결코 적지 않다.11 여기에 비하면 사치품 수입은 껌값 수준이다.

돈은 누가 대나? 답은 경제성장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유엔이 제재강도를 더 높이는 등 목을 죄고 있는데 무슨 돈이 있어 북한은 북한 기준으로 사치품을 사들일까?

이는 우선 대북 제재에 허점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북한의 경제가 성장해 구매력을 갖췄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 경제가 성장했다는 점에서 후자 쪽에 더 무게가 간다.

SCMP는 북한 경제는 2014년 전년 대비 3.9% 성장해 1999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에 긴장을 초래했지만 관련 부품 제조는 성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SCMP는 지적했다.

SCMP는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0일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2015년엔 -1.1%를 기록했다. 북한이 3%대 성장률을 보인 것은 2008년 이후 9년 만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65억5000만 달러로 전년(62억5000만 달러)에 비해 4.7%가 커졌다. 수출이 28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6%가 증가했고 수입도 37억3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4.8% 늘었다.  

SCMP는 김정은이  집권 직후 민간 부문에 더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노동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등 경제활성화 조치를 취했다고 소개했다. SCMP 말을 그대로 빌리면 이런 높은 성장률은 김정은의 개혁 정책 덕분이다.

기업 경영자에게 노동자의 봉급 수준을 책정하고, 근무 행태나 실적에 따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포함됐다. 국영기업과 국유기업은 해체됐고 농업 부문은 협동농장 중심에서 가족농 중심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수만 채의 주택이 건설됐다.

북한에 있는 수많은 장마당의 역할도 제재 속에 북한이 버티도록 하는 힘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과은 지난달 25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에 합법적인 장마당이 400개에 이른다”면서 “신흥부유층인 이른바 ‘돈주’에 대해선 똑같지는 않겠지만 한국전쟁 이후 재벌들의 태동기의 모습도 보인다”는 말로 이들의 기여를 긍정 평가했다.

쑨 신징지에 중국 지린(吉林)대 교수는 SCMP에 "지난해 높은 성장률은 김정은의 경제개혁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는 증거"라면서 "GDP 증가는 김정은의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쑨 교수는 “북한의 계획경제가 느슨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어느 정도 시장 수요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규태 한국카톨릭관동대교수도 이에 공감하면서 SCMP에 “북한의 자유시장의 발전이 북한경제의 견인차”라면서 “북한 정부는 일부 경제개혁을 도입하고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팔게 했는데 이것이 경제발전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