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올해 세 번째 금리인상을 예고했지만 물가 부진 탓에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Fed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중시하는 근원PCE 지수가 여전히 부진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Fed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노동부는 8월 소미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0.4% 상승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0.3% 상승을 웃돈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는 1.9% 상승했는데 7월(1.7%)보다 상승폭이 커진 덕분에 Fed 목표치 2%에 바싹 근접했다.

물가는 주태가격과 휘발유 값 상승이 주도했다. 특히 단독주택과 아파트, 호텔 가격을 반영한 주거지수(shelter index)는 지난달 임대료의 대폭 인상으로 0.5% 상승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음식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는 8월 0.2% 올랐다. 지난 4개월간 0.1% 상승에 묶여 있던 근원소비자물가가 위쪽으로 움직였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를 나타냈다.

정체 상태를 보인 물가가 예상보다 오르면서 미국 내에서는 기준금리 인상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가격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50.9%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이후 시장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예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리케인이 하비가 미국 남동부 해안을 초토화시켰을 때 시장에서 예상한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25%까지 떨어졌지만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론이 다시 불거졌다. 여름 휴가철 운전 시즌이 끝났지만 허리케인으로 정유공장이 타격을 받아 휘발유 가격이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탓이다.

고용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1만4000건 감소한 28만4000건으로, 전문가 예상치 30만 건을 밑돌았다. 더욱이 실업률은 8월 4.4%로 전달(4.3%)에 비해 조금 올랐으나 거의 완전고용 상태나 다름없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은 당시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9월2일 발표될 '8월 미국 고용지표'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피셔 부의장은  "이 지표가 연준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에 근접하고 있으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으로 역시 2%(연준 목표치)를 향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물가 상승세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Fed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가지수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7월 전년대비 1.4% 오르는데 그쳐, 목표치 2%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케이트 원 에드워드존스 투자전략가는 “이날 지표는 Fed 정책 경로를 바꾸지는 못햇다”면서 “허리케인 하비 충격 이후 나온 첫 번째 CPI는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높은 휘발유 가격과 기타 외부 요소가 물가를 Fed목표 2%를 향해 밀어붙인다고 해서 시장 참여자들이 놀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Fed는 계속해서 신중하고 느리게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플란테모란파이낸셜어드바이저의 짐 베어드 최고운용책임자는 “큰 그림에서 보자면 미국의 물가는 아직 부진한 채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헬스케어 비용이 급등하지 않은 점만 봐도 그렇다. 헬스케어 지출은 1년 전에 비해 1.8% 올랐는데 이는 1965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라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실업률이 4.4%로 완전고용에 가까울 만큼 미국 고용시장이 좋은데도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목표치를 밑돌아 Fed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연내 추가금리 인상을 예고한 Fed 내부에선 매파와 비둘기파들이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0.3% 하락하자 비둘기파의 목소리가 좀 더 커지는 것 같다. 지난해에도 실질임금은 쥐꼬리만한 0.6% 상승했을 뿐이다.

마켓워치는“제일로 빠듯한 노동시장에도 낮은 물가상승률 탓에 Fed가 당혹해하는 것 같다”면서 “Fed는 연말까지 금리인상을 보류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