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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답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틀렸다”투기의 기술을 자산관리시장으로 가져온 두물머리 천영록 대표
이성규 기자  |  dark1053@econovill.com  |  승인 2017.09.27  13:49:52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사진: 박재성 기자

“하이리스크가 하이리턴을 가져오지 않는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의 말이다. 두물머리는 로보어드바이저 ‘불리오’를 통해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는 펀드를 선별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천 대표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대해 공감하지 않으며 로우리스크가 하이리턴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어 천 대표는 책상 위에 놓인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낮은 시기가 있고 이어 점점 높아지는 시기, 그리고 변동성이 최정점에 달하는 시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타이밍은 변동성이 낮은 시기부터 높아지는 시기까지의 사이, 빠져 나와야 하는 시기는 변동성이 높아지는 시기부터 최정점에 달하는 시기까지 사이의 기간이다.”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며 위험성이 큰 만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익률은 얼마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지 여부에 달렸다.

천 대표의 주장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주가가 낮은 수준에서 변동성이 축소되고 주가가 높아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낮은, 즉 위험이 적은 순간에 주식을 사고 위험이 점차 높아지는 시기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천 대표가 말한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다. 하지만 그는 말로만 하지 않는다.

“우리는 로직을 100% 공개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하나의 투자 철학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그 철학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얘기하면 불리오는 듀얼모멘텀을 사용한다. 또 하락장에 투자하지 않기 위한 규칙을 만들고 강세장에 투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논문들을 참조했고 그 결과, 간단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장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는 물론 각 변수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강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모든 변수를 고려하기도 어렵고 설령 모든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변수의 시장 영향력이 달리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를 선택하고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 투자에 유리하다.

 

투기와 자산관리라는 ‘극과 극’의 시장

천 대표는 두물머리 설립 전, KTB투자증권에서 프랍 트레이더로 일했다. 프랍 트레이더란 증권사 자기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직업을 말한다.

“트레이더들은 투기 시장에서 싸움을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다. 두 영역은 극과 극이다. 나는 트레이더, 즉 ‘투기꾼’에서 자산관리 시장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왜 그는 ‘극’(極)의 길을 택한 것일까.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사진: 박재성 기자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이 수익률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라. 보험은 수수료를 내면서 행복해한다. 내가 위험을 당했을 때, 나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은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천 대표의 말 중에서 기자가 가장 크게 공감한 대목이다. 왜 사람들은 자산관리를 원할까. 왜 사람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원할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투자시장에서 사람들은 기댈 곳이 필요한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문화를 보면서 회사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상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증권사 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핀테크 등의 산업 출현이 일시적 인기라는 생각보다 세계적이고 장기적인 트렌드인 것 같았다.”

그가 말한 ‘이상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일’은 ‘사람들의 행복’이란 단어와 맞물렸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끝에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에 발을 내딛은 것이다.

“투기의 시장에서 배운 기술을 자산관리 시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뜻이 맞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고 투자자금도 문제였다. 초기 투자는 지인 트레이더들이 도와줬는데 아무래도 같은 직업군에서 일했던 것이 많은 공감을 샀던 것 같다. 투자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거절했고 뜻밖의 인물들이 망설이지 않고 투자했다. 그게 감동적이고 지금까지도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불리오는 월 1만원의 정액제로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일 뿐 수수료 모델을 지양한 것이다.

“사람들이 자산이 얼마든지 여부와 상관없이 월 1만원 정액제를 채택한 이유는 수수료 기반 수익구조를 가져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수료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는 기존 금융업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리오의 수익구조 때문에 고액자산가든 소액투자자든 우리에게는 똑같은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수수료 기반 수익구조의 문제점 중 금융사들이 고액자산가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1억원을 가진 고객 1명과 1000만원을 가진 고객 10명 중 전자를 택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자산관리는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천 대표는 알게 모르게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해왔다. 불리오 창업 당시부터 블로그를 운영해 직접 글을 쓰는 것은 물론 ‘ELS 리서치’ 사이트를 통해 ELS에 대한 분석 및 투자 가이드를 제시해 왔다. ELS는 구조화 상품 중 하나로 각종 주식, 채권은 물론 선물, 옵션 등이 결합돼 있어 트레이더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현명하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손끝에서 PB를 만나도록 하고 싶다. 현재 불리오는 펀드 투자에 특화돼 있지만 향후 ELS를 추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여타 상품군으로 확대해 일반 사람들도 쉽게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날 천 대표와 나눈 얘기 중 “증권맨이 착각을 한다”는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금융소비자들이 높은 수익을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보다 자신의 자산이 제대로 관리를 받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천 대표도 그가 말한 ‘착각’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지만 이제는 벗어났다. 물론 그가 주장하는 금융소비자들의 ‘행복’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천 대표가 틀렸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착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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