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종말> 테일러 피어슨 지음, 방영호 옮김, 부키 펴냄

간신히 취업에 성공한 초보 직장인에게 저자는 ‘찬물 끼얹는’ 질문부터 던진다. “회사에서 복도를 지나가다가 5년 선배와 마주쳤을 때 한 번 생각해 보라. 5년 후 당신이 원하는 삶을 그 선배는 지금 살고 있는가? 지금의 선배 일을 5년 후 당신이 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마음이 들뜨는가?”

저자는 “직업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또한,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3가지 핵심 가치인 자유와 의미(Meaning)는 물론 돈(Money)도 직장에서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 직업관은 대혼란기를 맞고 있다. 학위 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대학 졸업자가 2000년 9000만명에서 2010년 1억3000만명으로 급증한 반면 현재의 직업은 첨단화 기계화 등으로 20년 뒤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다보스포럼)이다.

이런 지적에도 직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저자는 상당한 부연 설명을 한다. 인간의 노동 형태와 관련해 크게 세 번의 경제 전환기가 있었다. 바로 농업경제(1300~1700년), 산업경제(1700~1900년), 지식경제(1900~2000년)다. 지식경제 시대에는 모두가 직업을 통해 부를 창출했다. ‘좋은 직업’이 곧 가장 중요한 ‘레버리지 포인트’였다. 이 시기에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인구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1948년부터 2000년까지 일자리는 인구보다 1.7배 빨리 증가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인구가 일자리보다 2.4배 빨리 성장하고 있다. 더구나 21세기 첫 10년 동안 미국에서만 일자리가 10만 개나 줄었다.

저자는 월급을 ‘안정적인 마약’이라고 부른다. 더 이상 자신의 경력을 계획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가치 있는 기회를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촉구한다. 창업하라는 얘기다. 다행히 지금은 인간의 근본적인 동기를 추동하는 것이 곧 부로 이어지는 시대다. 바야흐로, 자유와 의미를 추구하면 돈까지 벌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창업이 과거보다 훨씬 용이해지기도 했다. 인터넷과 플랫폼 환경으로 대변되는 기술 혁신 덕분에 상품 생산 비용의 극적인 감소, 유통 구조의 대중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 극대화된 것이다.

저자는 프랜차이즈 점주처럼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는 창업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시스템을 스스로 창출하는 창업가 정신(앙트레프레너십, Entrepreneurship)을 구축하고 발휘하는 데 투자하라는 얘기다.

그가 말하는 방법론은 현실적·합리적이라서 마음에 든다. 그는 위험부담 없이 적은 비용으로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하고 비즈니스 세계에 진입할 두 가지 방법을 가르친다. 하나는, ‘단계별 접근(Stair Step)’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직업에 종사하거나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평일 밤이나 주말을 이용해 사업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비즈니스를 지배하고 있는 플랫폼 환경과 갖가지 소프트웨어로 가능해졌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고급 인력이 넘쳐나는 데다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 이들과 언제든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구축과 확장을 위한 협업도 용이해졌다. 이렇게 사업 초기,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일과의 동시 진행을 통해 어느 정도 시장 진입에 대한 자신감과 노하우가 생기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여할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수습생활(Apprenticeship)’ 방식이다. 평생직장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치 있는 기업에 수습생으로 들어가라.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해당 시장을 파악하고 그곳에서 창업 관련 능력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자금을 들이지 않고 사업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책 속에 나오는 비유가 마음에 와 닿는다.
“당신이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 지대로 나가 덤불 속을 뒤져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맛있는 식량을 얻을 확률이 90%, 굶주린 사자가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10%라고 가정한다. 이 경우 우리는 대개 ‘손실 회피 성향’으로 덤불 속을 뒤지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오랜 유전적 성향이 밖으로 튀어나오기 전에 과감히 ‘틀린’ 선택을 해보라. 왜냐하면 여기는 사바나 초원이 아니다. 현대 세계에서는 죽을 가능성이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오히려 좋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