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 최근 외식을 아예 안해요. 아이들이 어린데 혹시라도 문제 생길까봐 집에서 다 만들어 먹였죠. 근데 살충제 계란이나 E형간염 돼지고기 사태 등을 보면 먹을거리 재료도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 도대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있나 싶더라고요. 일단 중국산이면 사지 않으려고 하지만 요즘엔 원산지를 속이기도 하니,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가 생길 수 밖에요.  - 서울 강동구 주부 김진영(43세) 씨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살충제 계란과 닭고기, E형간염 돼지고기에 일명 ‘햄버거병’이 사회의 쟁점이 되면서 온 국민들이 ‘먹을거리 포비아(공포증)’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살충제 파동으로  계란 한 판(30알) 가격이 1만원 가까이 치솟았다가 4000원대까지 폭락했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으로 수요는 줄어들었다. 또 불고기버거를 먹은 아이가 ‘햄버거병’이라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평소 대비 평균 매출이 20% 정도 줄어들었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국민들이 먹고 쓰는 실생활 중심의 제품에서 문제가 지속되면서 먹을거리 포비아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4일 추석이 더 걱정이라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중국산 먹을거리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탓에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국내 휴대 반입 식품(중국산)에 대한 최근 5년간 수거 검사 실적(2015년~2017년 8월)’ 자료에 따르면, 총 3125건의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조사한 결과 102건에서 문제를 적발했다. 특히 중국산 김치 등 가공식품에 대한 검사는 520건이 이뤄졌는데, 이 중 75건(14.4%)이 부적합한 식품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먹을거리로 부적합한 식품들을 회수하는 조치가 빈번해 보인다. 식약처에 따르면 수입식품업체 진성인덱스트리(경기 평택시 소재)가 수입·판매한 중국산 ‘신선마늘쫑’ 제품에서 기준을 초과한 잔류농약(이프로디온)이 검출돼 회수했다. 이프로디온 잔류 기준은 1㎏당 0.1㎎이지만 이 제품에서는 0.6㎎이 나왔다는 게 식약처 측의 설명이다. 회수대상은 수입 일자가 6일인 제품이다.

지난달 9일 수입된 중국산 ‘활미꾸라지’에서는 동물용의약품(오플록사신)이 기준 초과 검출돼 해당 제품을 회수·폐기 조치했다. 해당 ‘활미꾸라지’는 수입식품업체 ㈜동인무역(경기 평택시 소재)에서 수입·판매한 제품으로 검출불가 기준인동물용의약품(오플록사신) 0.0020mg/kg이 검출됐다.

▲ 기준치 이상의 잔류농약이 검출된 조치된 중국산 마늘쫑. 출처: 식약처

또 지난 6월에는 식품제조·가공업체인 경기도 남양주시 으뜸농산이 수입신고 없이 밀수입한 중국산 건고추를 원료로 제조·판매한 ‘으뜸고춧가루’ 제품을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했다. 회수 대상은 유통기한이 2018년 3월1일부터 2018년 6월11일까지로 표시된 ‘으뜸고춧가루’ 제품이다.

이달 8일 들여온 염지란(양념을 넣어 가공한 알 제품)에서는 세균이 무려 1억4000만 마리나 검출됐다. 이는 기준치(5만 마리)의 2800배나 되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물엿과 캐러멜색소 등을 섞어 만든 이른바 ‘짝퉁 홍삼’ 제품을 팔아온 인삼 관련 협회 임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가짜 홍삼 제품 수백억 원어치를 100% 국내산이라고 속여 주요 면세점 납품했으며 해외에도 팔았다. 또 같은해 중국산 낙지에선 카드뮴이 기준치(3.0㎎/㎏)를 넘는 4.6㎎/㎏ 검출돼 반송·폐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들여온 식품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유통과정에 대한 정부의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代工)이 국내로 들여오는 식품이 연간 1만7000t으로 추정되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은 허술하다.  식약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2013년과 2014년엔 조사를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과 관련된 조사 결과에 대해 정부가 올바른 정보를 빨리 제공해야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수입이 증가하는 고사리, 밤 등 제수용품과 와인, 건강기능식품 등 선물용 식품에 대해 수입검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정밀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해당 제품은 수출국으로 반송하거나 폐기하고 부적합 제품과 동일한 수입식품이 다시 수입되는 경우 5회 이상 정밀검사를 받는 등 중점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중 유통 중인 부적합 식품의 유통 차단을 위해 ‘위해식품 판매차단 시스템’ 과 ‘식품안전 파수꾼’ 앱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