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회생절차를 밟아야 할 상황에서 회생절차를 밟지 않는 것도 처벌대상이 된다”

서울을 처음 방문한 미국 뉴욕남부 연방파산법원의 로버트 드레인(Robert Drain) 판사는  미국 중소기업의 회생제도에 대해 이같이 말을 꺼냈다. 

드레인 판사는 "미국 파산법은 중소기업의 경우 지배주주가 출자전환으로 지배권을 상실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배주주는 기업 가치를 증대시킬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지배주주는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출자전환으로 지배권을 상실하는 지배주주에게 회생졸업 후 일정수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 상환주 형식으로 주권을 되사올수 있는 제도가 논의 중이라고 드레인 판사는 말했다.

기업과 연대보증 관계로 얽혀 있는 대표자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회생절차를 미루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 로버트 드레인(Robert Drain) 미 연방법원 파산판사(가운데)가 14일 열린 도산국제컨퍼런스 사전 행사에서 미국의 회생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서울회생법원은 14일 개원기념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드레인 판사는 미국의 회생절차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드레인 판사는 미국의 경우 회생절차를 졸업한 기업에 대해 신용제공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 특히 건설회사들은 회생절차를 졸업하더라도 보증서 발급이 어려워 공사수주가 어려운 것과 대비된다. 

그는 “회생절차를 졸업한 기업에 대해 신용을 제공하는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정상적으로 회생절차를 밟아 재기에 성공한 기업에 대해 금융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신용제공을 거절하면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개입 최소화...부실채권 투자 시장 넓어

선진적인 도산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듣는 미국 파산법 운용에서도, 법원은 기업회생절차에서 개입을 최소한으로 한다는 것이 드레인판사의 설명이다. 회생절차중 대부분 사안에 대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때문.

이같은 현상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소송으로 인한 피로감이 커지고,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채권자, 채무자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회생절차중에서 M&A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드레인 판사는 “미국은 회생기업과 부실채권에 대해 투자하는 곳이 많다”며 “주로 헤지펀드가 회생 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후 기업의 정상화를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고 활발한 M&A시장을 강조했다.

드레인 판사는 주제발표 후 청중과의 자유토론에서 해운회사의 회생절차와 같이 채권, 채무 관계가 국제적으로 얽혀 있을 때 생기는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드레인 판사는 “해운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경우, 신청과 동시에 강제집행과 변제가 금지되는 자동중지 제도(Automatic Stay)가 있지만, 원활한 영업을 위해 담보권자가 아님에도 일부 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상환을 명령하고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며 “국제사회가 도산에 직면한 기업에 대해 거래를 유도하는 선조치가 필요한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전 컨퍼런스는 15일에도 세계 각국 도산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속개된다. 이날 행사는 15일 컨퍼런스에 앞서 열린 사전 컨퍼런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