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자문위원회가 13일(현지시각) 영국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Shingrix)의 승인을 만장일치로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싱그릭스의 등장으로 독점 구조인 대상포진 시장에 일대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GSK는 미국외에 유럽연합(EU),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의 보건당국에 싱그릭스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에는 내년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FDA 자문위원회는 이번 검토에서 싱그릭스가 임상시험에서 조스타박스보다 더 우수한 효능을 나타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에서 싱그릭스는 조스타박스보다 나이가 많은 환자의 대상포진에 더 큰 효과를 보였다. 백신 접종 후 4년 동안 싱그릭스는 70세 이상의 사람에게 약 90%의 효과가 있었지만 반면 조스타박스의 효능은 시간이 지나면서 현저하게 떨어졌다.

총 2만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 2건 중 싱그릭스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은 위약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자문위원회는 싱그릭스를 접종받은 사람들 중 일부에서 보고된 통풍, 뇌졸중 같은 특정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다수의 대상자가 백인인 점도 우려했다.GSK는 이 같은 문제가 싱그릭스와 관련이 없다고 봤지만 승인 이후 안전성 모니터링을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자문위원회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지만 FDA가 통상 자문위 권고를 따르는 것을 감안하면 싱그릭스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정보기업이자 로이터통신의 자회사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23년 싱그릭스의 예상 판매액은 10억달러(약 1조1326억원)이다.

이로써 싱그릭스는 조스타박스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대상포진 예방백신 시장의 유일한 선두주자는 지난 2006년 FDA의 승인을 받은 미국 MSD의 조스타박스(Zostavax)다. 조스타박스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7억3000만달러(8268억원)이지만 싱그릭스의 등장 이후 매출액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엠마누엘 하논 GSK 수석부사장 겸 백신 연구책임자는 “대상포진의 발병 위험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는데 미국인의 3명 중 1명 꼴로 발생한다”면서 “이번 자문위원회의 표결로 우리는 싱그릭스의 승인에 한걸음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GSK는 싱그릭스의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FDA 승인 이후 가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GSK는 한국에는 내년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한국 GSK 관계자는 “미국 FDA 승인 이후 서류를 준비해 우리나라 식약처에는 내년 쯤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이 지난해 8월 식약처에 자사의 대상포진 백신 ‘NBP608'의 허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연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출시는 GSK보다 빠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간 경쟁도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은 환자의 몸이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재발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에서 빈발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걸리는 것은 아니다. 만약 여성이 임신 중 수두에 감염됐었다면 그의 아이는 2세 이전에 대상포진을 앓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만명의 대상포진 환자가 발생하며 발생률은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비슷하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좋아지면 자연적으로 낫기도 하지만 일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합병증을 앓는다. 심하면 신경을 차단하는 요법을 받아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때문에 대상포진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신경통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수일간 이어지다가 좁쌀 크기의 수포와 발진이 길게 줄을 이어 발생한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할 수 있다. 드물게 통증을 있지만 피부 발진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