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플리커

중국이 이번 달, 13년 만에 달러화 표시 국채 발행을 위한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홍콩 금융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채권 발행 규모는 20억달러다.

중국이 달러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200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중국은 5년물과 10년물 17억 달러어치의 달러화 및 유로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었다. 이번에 발행되는 채권 인수자는 대부분 중국 금융회사가 될 전망이다. 채권 만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발행할 채권은 중국이 발행하는 달러화 표시 국채로는 역대 최대 규모지만, 절대 규모 자체로는 그렇게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오랜만에 달러화 국채를 발행하기로 한 것은 지난 6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표시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중국 정부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리서치 업체인 크레디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990년대에 몇 가지 글로벌 국채를 발행했다. 여기에는 오는 2027년과 2096년에 만기되는 국채 약 2억달러 어치가 포함된다. 수익률은 2027년 만기 상품이 3.3%, 2096년 만기 상품이 4.0%다. 또 1996년 발행된 표면 이자율(쿠폰) 9%의 100년물 1억 달러어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4년 이후 거의 국채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중국 당국은 지속적인 '핫머니'(단기자금)의 유입 – 갑자기 몰려든 외국 투자 자금 - 과 외환 보유고의 신속한 축적에 대응하느라 급급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경기가 안정되고 달러화에 대한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자본 유출 단속으로 국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중국은 글로벌 투자 공동체들과의 입지를 강화하고 채권 시장에서 그들의 관심을 끌기를 원한다는 표시를 나타낸 것이다.

코넬 대학교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이번 중국의 채권 발행 계획을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의 채권 발행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또 달러화 채권을 판다고 해서 국제 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는 장기 목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의 채권 발행은 그런 목표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레디트사이트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국채는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익률로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5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최근 1.747%, 10년물 수익률은 2.171%였다.

시장정보 제공 업체인 IHS 마킷에 따르면, 중국의 이번 국채 발행은 중국 국채의 디폴트 보험 비용이 2년 만에 최저치로 낮아진 가운데 이루어지는 일이다. 중국 5년물 국채 1000만 달러를 보호하기 위한 연간 비용(보험 비용)은 현재 5만 8000달러다. 지난 2015년 9월의 10만 달러보다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이는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전개될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낮아졌음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신규 국채는 대부분 중국인 투자자들과 금융기관이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애널리스트와 은행 관계자들은 말했다. 중국 정부는 높은 수익률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채권 시장으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는 아직 낮은 편이다. 중국 위안화의 가치와 중국 부채를 향한 우려가 높아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의 채권시장으로 진입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그래도 성공적인 달러 국채의 발행은 투자자들에게 중국의 경제 성장과 신용에 대한 신뢰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거래는 다음 달 18일 열리는 중국의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6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의 Aa3에서 A1으로 강등했을 때, 무디스는 중국의 부채 증가와 성장 둔화를 강등 이유로 들었다. 그 직후 중국 재무부는 하반기 중 국채 20억 달러어치를 발행할 계획임을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