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코리아> 조정훈 지음, 새빛 펴냄

 

저자는 15년 동안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근무하며 코소보, 인도, 방글라데시, 팔레스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국제 개발과 협력 업무를 했다.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인 코소보의 독립 과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팔레스타인에서는 실제로 총알이 오가는 현장에 있기도 했던 그는 그간의 삶에 대해 ‘인생을 여러 번 산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17년 동안 한국의 바깥에서 일하면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과, 국내 곳곳에 존재하는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물이 담겼다. 저자는 제목에서 한국을 ‘섬나라’라고 칭하는데, 그 이유를 “지정학적으로 북한에 가로막혀 대륙으로 이어지지 못했으며, 대륙과 해양을 이어오며 문명을 창출하고 또 전달했던 그 한반도가 이제는 섬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뒤의 말이 더욱 묵직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섬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에 별 관심이 없다. 이제 통일 염원은 치열한 자본주의의 일상 속에 묻혀 버렸다. 그렇게 잘 살기 위해 죽어라 일하는데 현실이 따라오지 못하는 바로 그 이유가 섬나라 대한민국임을 깨닫지 못한 채로.”

저자는 부정부패가 많은 나라 나이지리아에서 가난의 민낯을 보고, 북한과 가장 비슷하다고 일컬어지는 벨라루스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에는 울면서 들어가서 울면서 나왔으며, 그 이웃 나라인 인도에서도 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의 참상과 심각한 부패를 목격했다.

저자는 세계은행의 모자를 쓰고 세계 곳곳의 가난을 만났고, 그러면서 가난은 쉽사리 한 세대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가 돌아와서 만난 한국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지고 더 이상 가난 때문에 싸구려 취급을 당하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정신적인 가난과 각 계층 간의 단절이라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남북단절에서 시작된 한국의 단절은 지역 간의 단절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단절에까지 이어져 있다. 이러한 단절을 극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아픔을 치유하려면 서로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끌어 주는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치유의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민주주의를 넘어 비전과 소통을 이루는 정치가 필요하며 성장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다 함께 잘 사는 성숙한 경제가 되어야 한다. 어제의 산업 역군이 아닌, 내일의 창의력 인재를 길러내는 공동체 교육을 하고, 마치 비빔밥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른바 ‘세대 잇기 프로젝트’를 주장하는 이 책의 부제는 ‘섬이 된 한반도·섬이 된 계층·섬이 된 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