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의 인기, 거품일까 아닐까?

비트코인을 두고 미국의 대표 투자은행계 거물들이 '거품'이라며 맹공을 퍼붓자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이 그를 힐난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비트코인 비판론자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튤립사기보다 더 나쁘다”고 직설로 공격하면서  “결국 터질 사기”라고 일갈했다.

다이먼 CEO는 “비트코인은 암시장에 사용되기 좋은 화폐”라며 “비트코인은 실제로 누군가를 죽게 하고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트 코인을 거래하는 직원은 해고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2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라흐(Jeffrey Gundlach) 최고재무책임자(CFO) 도 자기의 웹캐스트에서 “비트코인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조작에 취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노벨상 수상작인 로버트 실러 역시 최근 온라인 매체 쿼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버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맹공에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미국의 온라인 전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다이먼의 비판 이후 12일에 2.7% 하락한 비트코인 가격은 13일 오전에 다시  9% 떨어져 코인 하나당 3767달러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은 최근 11일 동안 파죽지세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날선 비판에 4200달러에서 3700달러대로 급락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4배 이상 폭등하면서 인기를 몰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초 960달러선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번 초 440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CNBC 방송은 지난달 비트코인 전문가인 톰 리 펀드스트렛 공동창업자의 말을 인용해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까지 6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면서 “2022년에는 2만50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가상화폐 업계는 금융위기 때 JP모건은 정부 구제금융을 받았다고 응수했다. 이는 다이먼은 그 당시 위기를 피할 수 없었으니 앞으로도 비트코인 시장 예측을 할 '권위'가 없다는 뜻이었다. 노기에 찬 이들은 비트코인을 옹화하면서  "늙은 개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말로 맞섰다. 이 말은 누군가에게 새 기술을 가르치거나 사람의 습관이나 성격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며 다이먼을 비꼰 것이다. 

심지어 크립토컴페어 공동 설립자인 찰스 헤이터(Charles Hayter) CEO는 크립토컴페어 이용자의 말을 인용해 다이먼의 위선을 공격했다. 이 이용자는 "비트코인은 우리 돈을 잃는다고해서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보너스로 갖고 있지 않았다"면서 "비트코인은 JP모건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비꼬았다. 다른 이용자는 "구제 금융을 받은 게 비트코인이냐 JP모건이냐"고 물었다.

비트코인, 거품 터진 튤립 거래 전철 밟을까

논란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지만 다이먼의 예언대로 비트코인이  ‘튤립 버블’의 전철을 밟을지에 대해 관심은 높다.

튤립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거품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피던 튤립은 터키를 거쳐 17세기 초 네덜란드로 들어왔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튤립은 네덜란드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수요가 늘어나니 튤립 가격은 급등했다.

여기에 투기 세력이 가담해 사재기를 하자 튤립은 ‘실체없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비닐하우스에서 연중, 대량으로 재배를 할 수 없었기에 물량은 한정적이었다. 현금이나 튤립 알뿌리 대신 특정일에 튤립을 거래한다는 계약서가 주를 이뤘다. 내년에 필 튤립을 사고 파는 선물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 비싼 알뿌리 하나는 5500플로린에 거래됐는데 이는 황소 수백마리를 살 수 있는 엄청난 돈이었다.

거품은 갑작스레 무너졌다. 1637년 2월, 치솟는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요가 줄고, 실물거래된 튤립 값을 소비자들이 지불하지 못하자  대규모 파산이 발생, 결국 네덜란드는 ‘경제 불황’에 빠지고 말았다. 튤립 버블은 실물없이 이뤄지는 거래의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상으로 이뤄지는 비트코인 거래가 튤립 버블에 비유되는 이유다.

높아지는 비트코인 규제 목소리

일본 정부는 최근 가상통화 거래에 최고 45%의 세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같은 날 일본 국세청이 비트코인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잡소득(우리나라의 기타소득)으로 구분해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지난 4일 자국 내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영을 전면 금지하며 비트코인 규제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하며 “ICO가 경제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고, 중국 법률을 위반했다”고 밝힌 바 있다. ICO는 기업이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듯  비트코인이 새 화폐를 발행하면서 투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지난 3일 가상통화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중장기적 계획을 발표했다. 가상통화 거래에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가상통화의 흐름을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