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베인 엔드 컴퍼니라는 세계적인 전략컨설팅 회사에서 전략 컨설턴트로서 기업 컨설팅을 할때 많이 받았던 질문중의 하나가 ‘도대체 전략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이었다.

한때 드라마에 나오는 젊고 멋있는 남자주인공들은 거의 모두 전략기획실장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전략기획이라는 게 멋있어 보이긴 하는데 뭐라고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던 것이었다.

명색이 전략 컨설턴트로서 ‘전략은 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이나 책략이다’ 라는 사전에 나오는 정의를 베껴 얘기하자니 폼도 나지 않아,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얻은 결론은 ‘전략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전쟁에서 계속 이기는 방법이다’ 였다.

손자병법을 쓴 손무의 후손인 손빈이 제나라 위왕과 대부 전기의 말 경주 내기에서 항상 지는 대부 전기에게 항상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넌지시 일러주었다. 그것은 세 번의 경주에서 자신의 말을 상 중 하로 구분하여 자신의 하급의 말과 상대의 제일 좋은 말과 경주를 시키고, 중급의 말과 상대의 하급 말, 상급의 말과 상대의 중급 말과 경주를 시킴으로써 한번은 지지만 두 번의 승리를 보장하는 삼사법 이라는 유명한 전략을 일러준 것이었다.

이 고사는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되도록 전쟁을 피하되, 피하지 못한다면 전쟁을 하기 전에 이길 수 밖에 없게 만든 후 전쟁터로 향하라’는 병법의 기본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기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전략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전략의 전제조건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이다. 이 세상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모든 자원을 가진 사람은 없다. 일반 대중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세계의 최고 부자라는 사람들도 항상 더 많은 재산을 위해 노력하며 인재가 없다, 부족하다며 배부른 타령들이다. 그러니 누구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이라는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다음으로 이기는 방법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냐? 에 대한 질문도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은 ‘천(天), 자(地), 인(人)을 잘 활용하여’ 이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얘기냐고 하실 분들이 있으실텐데,

천(天)이 의미하는 것은 메가 트렌드를 파악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세상의 흐름을 잘 관찰하여 그 순리에 따라 다가오고 있는 트렌드를 잘 파악하여 앞서 적용해야 한다.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전환 시기에 철기로 만든 새로운 전쟁도구와 기술로의 진화를 미리 알고 준비한 세력은 그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세력은 전쟁에 져 노예가 되거나 피정복자로서의 핍박을 당했다.

다음으로 지(地)는 지형지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말한다. 경영학에서는 환경분석이라고 한다. 또한 자신의 강·약점 및 경쟁자의 강·약점 뿐만아니라 목표 대상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지형지물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내가 잘 아는 곳에서 내가 잘 아는 시간에 내가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전쟁을 함으로써 이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人)은 ‘사람을 잘 움직여서’ 이다. 결국 전쟁은 사람이 수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흐름을 잘 파악하고 환경분석을 잘 해도 나와 같이 싸우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서 꼭 이기고 말겠다는 필승의지가 있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군사가 있어도 이긴다는 장담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양만춘의 안시성 방어처럼 작은 군사를 가지고도 군사가 많은 적들을 물리친 수많은 사례를 볼 수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왜군이 부산진과 동래성을 함락하고 한양을 향해 파죽지세로 진군을 하고 있을때 조선의 마지막 보루는 삼도도순변사로 임명된 신립 장군이 이끄는 병사들이었다.

신립 장군은 병법에 나오는 유명한 전략중 하나인 배수진을 쳐서 강을 뒤에 두고 죽을 각오로 탄금대에서 적과 싸웠으나 전투에 지고 강물에 투신 자결하였다. 이로써 선조는 한양과 궁궐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게 되며 전쟁초반 조선의 대부분의 국토가 왜군의 침략에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

북방 오랑캐를 벌벌 떨게 한 신립 장군이 패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신립 장군은 왜군이 연이은 승리로 사기가 높으며 백년의 전국시대를 통해 전쟁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고 배수진을 쳐서 임전무퇴의 각오로 전투에 임했으나, 자신의 과거 승리의 원동력이었던 기마병을 과신하여 조령이라는 높고 험준한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전략을 포기한 것이 패배의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가 되었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승리방정식도 필요하면 과감하게 버려야 하며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전략을 구사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니발 장군의 경우처럼 초기 전투에는 이겨 기상이 드높았으나 궁극적으로는 로마와의 전쟁에 패해 조국의 사람들이 죽거나 노예가 되고 조국이 파괴되어 황폐화 된다면 몇몇 전투에서의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경우 한니발 장군이 아니라 마지막 전투를 이겨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끈 로마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장군을 진정한 전략가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추가하는 조건은 ‘영속적으로’ 라는 단어이다.

그럼 필자가 생각하는 전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가 되어 간다.

‘전략은 제한된 자원으로 천지인(天地人)을 잘 활용하여 전쟁에서 영속적으로 승리하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 이다’ 가 필자가 내리는 전략에 대한 정의다.

간략하게 줄이면 전략은 ‘계속 이기는 방법’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