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2일(현지시각) 신사옥 애플파크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3세대 스마트워치와 아이폰8, 아이폰X를 전격 공개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아이폰X였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원 모어 씽(one more thing)!”이라는 외침과 함께 베일을 벗은 아이폰 10주년은 애플의 가을을 설명하는 가장 극적인 장치가 됐다. 아이폰8, 아이폰X의 공개에 따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 LG전자의 LG V30 등 하반기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 모두 무대에 올랐다.

▲ 아이폰X. 출처=애플

아이폰8과 아이폰X의 미묘함

애플은 아이폰8과 아이폰X를 동시에 공개했다. 아이폰8은 오는 15일부터 예약판매에 돌입해 22일 정식으로 출시된다.

1차 출시국은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와 캐나다를 비롯해 중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홍콩이다. 이들 나라는 22일 아이폰8을 받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2차 출시국은 바레인, 불가리아, 인도, 폴란드, 러시아며 이들은 29일부터 현지에서 출시된다. 한국은 이번에도 3차 출시국이 될 전망이다. 64GB와 256GB로 출시된다. 가격은 각각 699달러, 799달러다.

아이폰X는 아이폰8보다 출시가 늦다. 10월27일 예약판매에 돌입해 11월3일 1차 출시된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 들어가지 못해 빨라도 연말은 돼야 아이폰X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4GB와 256GB로 출시되며 가격은 999달러부터 시작한다. 일각의 예상 대로 상당한 고가다. 히든카드인 아이폰X가 아이폰8보다 늦게 출시되는 것은 부품 수급 등 전반적인 인프라 공급망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새로운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아이폰X를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폰8을 구매해 시장잠식, 일종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 아이폰X. 출처=애플

물론 애플의 카니발리제이션은 경쟁자인 삼성전자, LG전자와 비교해 그 정도는 약하다는 평가다.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을 가진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주력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만 승부를 보기 때문이다. 아이폰SE 등은 점유율 측면에서 아직은 미비한 수준이다. 그러나 아이폰8과 아이폰X의 출시주기가 차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아이폰X는 기본적으로 극단의 베젤리스 디자인을 추구했다. 5.8인치며 아이폰 역사 최초로 OLED를 적용해 눈길을 끈다. 지문인식시스템인 터치ID가 사라졌으며 페이스ID가 적용됐다. 그리고 홈버튼이 사라져 외관에 큰 변화를 추구했다.

페이스ID는 안면인식기술에 기반했으며 애플페이와 연동된다. 핀테크 기반의 보안인증기술에 활용된다면 상당한 수준의 센싱기술력을 탑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안경을 쓰거나 옷을 갈아입어도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4K HDR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며 나만의 이모티콘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도 실렸다.

▲ 아이폰8 후면. 출처=애플

잘 팔릴까?

아이폰X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더버지는 “아이폰X는 스마트폰의 미래를 보는 느낌”이라고 호평했으며 기즈모도는 "아이폰X은 애플의 역대 스마트폰 중 가장 흥미로운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외신 대부분은 우호적이다. 다만 씨넷은 “단말기 잠금해제를 위해 홈 버튼 대신 얼굴을 사용하는 것이(페이스ID) 스마트폰을 더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법일 지는 두고볼 일”이라며 일부 기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폰X 공개 후 일부에서 디스플레이 상단의 디자인이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소위 M자 탈모 현상이다. 카메라와 센서, 스피커, 여기에 페이스ID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며 상단 공간에 데드존이 생겼고, 디자인에 ' M자 탈모'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데드존이 게임이나 동영상 플레이를 일부 가리는 장면이 발표회 현장에서 노출된 것도 불안요소다.

나만의 이모티콘 기능도 호불호가 갈린다.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 특별히 강조된 기술이지만 네이버의 스노우 등 증강현실 SNS에서 이미 구현되는 기술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나만의 이모티콘, 즉 애니모지 기능은 기본적인 안면인식에 움직임을 더한 방식보다 더욱 정교하고 부드러운 구동을 보여주지만 특별한 사용자 경험이라고 말하기는 어폐가 있다”며 “플랫폼 기능성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실용성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나만의 이모티콘. 출처=애플

아이폰X의 전체 디자인이 극단적인 베젤리스 스타일, 패블릿 기조를 따라가며 삼성전자나 LG전자같은 경쟁자와 큰 차이점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비슷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의 트렌드로 해석할 수 있으나 아이폰 1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다.

앞으로의 판세는 어떻게 될까. 아이폰X가 훌륭한 기능을 보여줬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막강한 경쟁자에 대한 차별점이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젤리스와 패블릿, 이 두 가지가 하반기 프리미엄 시장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변수”라면서  “아이폰X가 경쟁자들과 비슷한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기술상향표준화 기조가 심해졌다는 점이 증명됐고, 앞으로는 브랜드 가치에 따른 팬덤의 이동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이폰X가 다소 평범하다는 말이 많지만, 그래도 애플은 애플”이라며 “팬덤을 중심으로 상당한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아이폰X. 출처=애플

아이폰X만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아이폰X에 쏠렸지만, 이번 공개행사는 아이폰X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플TV도 눈길을 끌었다. 예상대로 4K HDR을 지원하며 고화질 사용자 경험을 제대로 끌어냈다는 평가다. 팀 쿡 CEO는 애플TV가 4K로 지원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더욱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워치 3세대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웨어러블 시장이 크게 살아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최근 스마트워치를 중심으로 일부 부활의 기미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심에서 애플워치는 세계 시계시장 전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우뚝 섰다. 팀 쿡 CEO는 “애플워치는 지난해 대비 올해 50%의 점유율 상승을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협업해 심장연구 프로그램을 도입해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애플워치 3세대. 출처=애플

애플워치 3세대는 2종류다. 특히 LTE 통화가 지원되는 기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발표회 현장에서 애플워치 3세대로 전화를 걸자 호수 위 배에서 스마트워치로 전화를 받는 장면이 시연되는 등,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분리가 극적으로 표현됐다. 가격은 399달러며 셀롤러가 탑재되지 않은 애플워치는 329달러다. 예약판매는 15일부터고 한국 출시는 미정이다.

부가기기에 불과하지만 에어파워의 신기능도 주목받았다. 무선충전기며 아이폰X가 지원되지만, 애플워치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아이폰X, 아이폰8, 애플워치, 에어팟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고 충전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선충전은 QI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