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츠(왼쪽) 필라이트. 출처: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침체기를 격고 있는 맥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필라이트’와 ‘피츠’의 인기에 김빠진 맥주같은 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업계 1위 오비맥주도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등 시장이 움츠러들었다는 말이 많고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등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맛으로 무장한 수입맥주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탓에 국산 맥주는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주류 업계 2위와 3위 업체가 내놓은 신제품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 일본 주류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발포주를 하이트진로가 출시하면서 수입 맥주의 아성에 대응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위인 롯데주류는 깔끔한 끝맛을 자랑하는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필라이트’를 출시하면서 발포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롯데주류가 6월에 ‘피츠 수퍼클리어’를 내놓으면서 맞불을 놨다. 길게는 넉달, 짧게는 석달이 흘렀다. 과연 누가 더 많이 팔았을까.

하이트 진로의 ‘필라이트’는 7월 말 기준 출시 100일 만에 총 120만 상자를 팔았다.  355㎖ 캔으로 3400만개다.  1초에 4캔씩 팔린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댄다.

우선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의 90년 역사 주류 제조 노하우로 만든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100% 아로마호프를 사용하고 맥아와 국내산 보리를 사용해 깨끗하면서도 깔끔한 맛과 풍미를 살려낸 게 특징이라고 한다. 

값도 싸다. 출고가격은 355㎖캔 기준 717원. 같은 용량의 기존 맥주에 비해 40% 이상 저렴하다. 가격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필라이트’의 연간 매출액 목표는 출시 초기에 연간 80만 상자에서 소비자 호응이 좋아 400만 상자로 상향됐다”고 밝혔다.

롯데주류의 ‘피츠’도 파죽지세의 판매 기록을 내고 있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피츠 수퍼클리어’는 출시 100일 만에 4000만병(330㎖ 기준) 팔렸다.  4000만병을 일렬로 세우면 약 9600km가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480km) 10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출고가격은 500㎖ 병기준으로  1147원이며,  오비맥주 ‘카스’와 동일하다. 그런데도 많이 팔렸다. 이유는 맛에 있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끝까지 깔끔한 맛이 특징으로, 자체 개발한 고발효 효모인 ‘수퍼 이스트(Super Yeast)’를 사용해 발효도를 90%까지 끌어올려 맥주의 잡미를 없애고 최적의 깔끔함을 구현해 냈다. 또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맥주 발효 원액에 추가로 물을 타지 않는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을 동일하게 적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피츠 수퍼클리어’는 수 차례의 소비자 조사를 거쳐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꼭 맞게 만든 제대로 만든 맥주”라며 “올해 맥주 매출 목표량은 ‘클라우드’ 900억과 ‘피츠’ 700억으로, 프리미엄과 스탠다드 시장을 모두 가져가며 향후 시장점유율 15%를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두 경쟁 업체가 내놓은 맥주의 100일 성적 기준으로 보면, 롯데주류가 더 많은 양의 맥주를 팔았다. 아울러 두 회사가 100일 만에 팔아치운 7400만캔은 20세 이상 인구 4183만을 기준으로 하면, 음주를 할 수 있는 성인 1인이 100일 동안 한 번 이상씩은 마셔본 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에 가성비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수입 맥주를 4캔에 1만원에 판매하자 국산 맥주가 맥을 추지 못했는데 두 업체가 저렴한 가격과 깔끔한 맛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라며 “다만, 맥주 시장이 지속적인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비전으로 새로운 돌파구 역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