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당 일자리가 적지 않다. 흔히 프리랜서라고 불리는 이들은 외국어 통·번역, 모델, 성우부터 의사, 변호사까지 다양하다.

의사라고 해서 병원에 소속돼야만 진료를 할 수 있고, 변호사라고 법무법인이나 기업에 재직해야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전 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당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퇴직 전문가도 반겨주는 ‘통역’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통역 업무가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역 업무는 구직과 업무 수행이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다. 농업이나 전기, 신기술 등 특정 분야에 종사했던 외국어 능력자는 더 구직이 쉽다. 에이전시에 등록해 한 두 차례 경력이 쌓인다면 회사에서 일정 관리도 해준다.

통역 업무는 크게 아타셰(Attache)와 리에종(Liaison)으로 구분한다. 아타셰는 프랑스어로 외교 대사들의 공식 수행원을 뜻한다. 업무는 통상 스포츠 행사에서는 ‘수행원’ 역할을 주로 한다. 보통 세계 대회를 보다 보면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선수 인파 속에서 눈에 띄는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아타셰다.

리에종 역시 프랑스어로 본래 ‘연락담당관’이란 뜻을 지녔다. 이들 업무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VIP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리에종 또한 아타셰와 같이 통역 업무를 비롯해 의전과 관리까지 함께 수행한다.

이들은 보통 시간제로 영어는 6~7만원, 중국어와 일본어는 8~9만원을 받는다. 통역사가 많이 부족한 아랍어는 시간당 30~4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또 한 통역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인 줄루족 현장 통역은 일당이 100만원까지 했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 기 간에 피파(FIFA) 관계자를 수행했던 아타셰는 연봉이 1억이 넘기도 했다고 한다.

국내 통·번역업체 관계자는 “통·번역 관련 대학을 졸업한 5년 이상 경력자나, 외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의 경우 통역 업무를 하면서 연 4000만~5000만원을 벌어가기도 한다”면서 “퇴직한 기업 임원 중 외국어와 특정 분야에 능숙하신 분을 채용해 전문성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델들의 부수입 ‘의전’과 ‘레이싱 모델’

자신의 몸매를 뽐내는 모델들이 하는 일당 업무도 있다. 이들은 의상 촬영이나 런웨이 쇼에 참가하는 일이 비정기적이기 때문에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모델들은 여러 일 중에서 의전 업무를 가장 많이 한다. 의전은 사회에서 통용된 의미로 행사 의례를 수행한다는 좁은 의미로 많이 쓰인다. 업무는 공식 행사를 치르는 의식을 차질 없이 진행하게 도와주면서 VIP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들의 기본 업무시간은 3~4시간이다.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 일하기도 한다. 업무 시간을 초과하면 1.5배의 초과 수당을 지급한다. 일급은 보통 서울에선 10~12만원, 지방에선 6~8만원이다. 전문으로 의전 업무를 하는 사람은 에이전시와 계약해 일당으로 2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모델들이 부수입으로 하는 업무 중에 가장 짭짤한 일당을 받는 일은 ‘레이싱 모델’이다. 에이전시를 통해 레이싱 모델을 부수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전문적으로 레이싱 모델만 하는 사람도 많다.

한 모델업계 관계자는 “일반 모델과 레이싱 모델은 기본적인 행동지침에 있어 매우 다르다”면서 “돈이 급하게 필요한 모델들이 주로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레이싱 모델은 본래 ‘포뮬러 1’ 같은 오픈 휠 레이스에서 드라이버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부가적으로 스폰서를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레이싱 모델 임금은 모터쇼를 기준으로 경력이 없는 신인 모델은 평균 30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나름의 경력이 있는 모델은 50~70만원 선이다. 귀빈 방문 시 차량 소개와 안내, 통역을 맡는 의전 모델은 100만원대까지 오른다. 인포메이션 업무를 주로 하는 정장을 입은 모델들은 15~18만원 사이의 일급을 받는다.

특히 이들 몸값은 모터쇼 행사가 있는 기간에는 몸값이 하늘을 찌른다. 업계 관계자는 “모터쇼 기간에는 자동차 업체마다 서로 예쁜 모델들을 확보하기 위해 몸값이 4~5배까지 오른다”며 “톱모델은 모터쇼 기간 동안 2000만원 이상 벌어간다”고 말했다. 2010년에 레이싱 모델을 은퇴한 구지성은 한 달에 6000만원까지 벌어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이싱 모델을 관리하는 에이전시 관계자는 톱모델에게는 자동차 업체에서 피부 관리비와 미용비, 메이크업비도 모자라 시승차까지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통 모터쇼 기준으로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는데, 1시간 일하고 1시간 쉬는 방식으로 하루 5시간 일한다. 근무시간은 짧고 수익은 짭짤하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변호사와 의사도 ‘일당직’ 있다

고급 인력으로 구분되는 변호사와 의사들도 일용직으로 채용돼 두둑한 일당을 받기도 한다. 변호사들은 기업 자문을 일용직으로 하는 일이 많다. 보통 회의 건당 계약하는 경우가 많지만, 프로젝트가 긴 건에 대해서는 월에 100만~150만원으로 계약해 1년 동안 회의에 참석해서 자문하는 경우도 있다.

건당으로 계약해서 하는 자문 업무는 시간으로 계산되기도 하는데, 이를 변호사들 사이에서 ‘타임 차지 계약’이라고 부른다. 보통 작은 자문 업체 자문은 시간당 10만~20만원, 큰 업체의 경우 시간당 30만~50만원 정도다. 일부 대형 로펌의 경우 시간당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의사도 회사의 건강검진을 하는 일용직을 통해 20만원 정도 받기도 한다. 이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꿀알바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의사들의 꿀알바는 최근에 많이 사라졌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의사들이 회사나 군대 건강검진 관리·감독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병원과 회사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서 서비스를 지원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직 중에서는 성우도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성우는 협회 성우와 비협회 성우가 있는데. 협회 성우는 보통정기 계약제로 운영된다. 비협회 성우는 일당제나 프로그램 건당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시간당 10만~20만원에서 많게는 일당으로 400만원까지 받는다.

한 성우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블록버스터 시리즈 영화 <트랜스포머> 속 ‘옵티머스 프라임’의 성우 피터 큘렌(Petter Cullen)은 일당으로 약 1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노하우! 전문직 일자리 구하기>

이러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당일은 보통 에이전시를 통해 소개받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래도 만약 전문직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면 구직 전문 사이트를 방문하는 게 최선책이다. 구직 사이트를 통해 일거리를 한 두 번이라도 주선받는다면, 에이전시가 이력을 등록해준다. 이후부터는 에이전시로부터 문자나 이메일로 일정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의전 업무의 경우 보통 에이전시 관계자를 통해 가입하는 홈페이지에서 주로 소개받는다. 이 홈페이지는 비밀리에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가입이 어렵다. 약 100명이 넘는 에이전시와 업무 종사자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도 더러 있다. 이곳은 비밀로 구직이 이뤄지는 만큼 임금도 일반 구직 사이트보다 높은 편이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보통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용직의 경우 에이전시가 직접 연락책을 만들거나,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의 입을 타서 고용되는 일이 많다”면서 “이들은 에이전시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해서 일자리를 주선해주는 편”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나 의사도 비슷하다. 이들은 기업에 근무했던 변호사의 경우 연락책이 구성되어 있거나 업계 관계자들끼리 친한 경우가 많아 쉽게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변호했던 의뢰인을 통해서 소개받는 경우도 있다. 의사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엔 일용직으로 구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기업과 법무법인 두 곳에서 근무했던 박순철 변호사는 “시급 형태로 기업에 자문하는 일이 드물게 있다”면서 “대부분 지인을 통해 소개받는 경우가 많고, 의뢰인들로부터 소문이 난 시급 상담 변호사들의 경우 예약이 집중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