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는 매년 1000명가량이 사고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작년 경제적 손실액은 21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산재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산업안전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이번 대책을 수립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8월 17일 신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중대 산업 재해 예방 대책’의 목적과 배경이다.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를 가졌지만 OECD 총 35개국 중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 1, 2위를 오가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나타낸다. 2016년 기준 15대 주요 기업의 안전 투자 비용은 1.9조원으로, 기업당 약 1200억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 재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현장에서의 사고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그 원인들을 정리해보면 3가지로 요약된다. 업무에 활용되는 ‘설비의 위험성’과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기술의 미흡’,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의 실수’가 그것이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의 3가지 요인에 대한 대응이 같이 고려돼야 한다.

‘설비의 위험성’은 설비 향상과 각종 센서를 활용한 설비의 안전장치 확보로 낮아졌다. ‘기술의 미흡’은 KOSHA/OHSAS/PSM 등 체계적인 안전 관리 기술의 도입으로 보완돼 왔다. 상대적으로 ‘사람의 실수’ 바로 휴먼에러(Human Error)가 사고의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학계나 산업계에서 휴먼에러에 대한 많은 연구와 투자 등이 이루어짐에도 현장에서의 적용과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휴먼에러의 원인과 그에 대한 대책의 불일치가 가장 큰 이유다.

201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의하면 발생하는 사고의 80%가 휴먼에러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먼에러의 원인 중 70%는 약한 조직관리, 30%는 개인의 실수로 분석됐다. 휴먼에러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역할과 ‘개인’의 역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직적인 관리를 통해 휴먼에러를 감소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마다 일하는 환경이 다르고 잠재돼 있는 위험 요소가 달라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 관점에서 직무의 내용, 행동, 동선은 비교적 반복돼 위험 요인이나 실수의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구체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휴먼에러 예방을 위한 행동의 주체인 개인이 작업의 위험 요인을 알고, 회피하고, 제거하는 실천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실행력’이 휴먼에러를 감소시키는 키(Key)가 된다.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안전 경영 체계’를 ‘실행 체계’로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실행 체계를 만드는 것은 다음 4가지의 사이클을 구축하는 것이다.

첫째, ‘알게 하는 것’이다. 각 개인이 작업에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아는 것이 휴먼에러 감소의 1차 실천 방안이다. 획일적인 안전 교육과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를 업무별 안전교육과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로 바꿔 각 개인이 알도록 해야 한다. 알아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둘째, ‘지키게 하는 것’이다.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절차를 몰라서, 절차가 불합리해 지킬 수 없어서, 지킬 필요가 없어서 등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먼저다. 실례로 한 기업은 안전팀이 하루에 처리해야 할 안전 작업 허가가 20건이 넘어 실제 현장을 확인하고 지도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사인만 하는 과정에서 안전은 챙겨지지 않았고 안전팀은 계속 바쁜 악순환만 지속됐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핵심 위험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팀이 안전 작업 허가를 하고, 일상적인 작업은 각 실행 부서로 이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안전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행위는 존재하는 위험을 회피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험을 알고 제거하는 활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업의 특성과 개선 역량을 고려해 활동 방법을 제공하고 지도하는 것이 실제적인 위험 요소의 제거로 이어진다. 기업의 혁신 활동 수준과 제거 활동은 비례한다.

넷째, ‘유지하는 것’이다. 앞의 3가지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지,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보완함으로써 각 단계가 유지·발전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적뿐인 안전 감사가 아닌 보완과 향상을 위한 지도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은 단순히 물적·인적 손실을 예방하는 문제가 아니다. 안전은 노동과 경영의 질이며,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서 치열하게 추구되어야 할 높은 수준의 목표다.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실행력뿐이다. 산업안전에 마술은 없다. 실행 가능한 체계와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휴먼에러 감소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