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다양한 유기체들이 수십억년 전부터 공존해오고 있다. 생물학은 이런 유기체들의 본질과 작동 시스템을 연구하고 설명하는 자연과학이다. 반면 합성생물학은 생물학과 동일한 기술과 장비를 주로 사용하지만 학문적 발견보다는 자연생물시스템을 탐색해 DNA의 단위기능을 달리 활용하거나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능을 합성하는 생물공학이다. 즉 합성생물학은 생물학을 인간의 힘으로 조절이 가능한 공학으로 바꾸는 활동이다. 자연환경을 오염시켜온 석유화학시대를 마감하고 자연의 순리에 맞게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인류가 필요한 화학제품, 소비재, 에너지, 생체재료, 생물 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방법을 찾는 기술 활동이다.

생물학에서 다루는 유전공학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고 현재 있는 유전자 서열의 일부를 복제해 절단하고 이를 다른 생명체에 삽입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은 유전공학보다 한 걸음 더 나간 단계이다. 합성생물학에선 자연을 하나의 제조플랫폼으로 간주한다. 모든 생명체는 유전적인 톱니바퀴들과 나사들이 얽혀서 만든 거대한 생물세포들이 집합된 공장이라고 본다. 세포를 하나의 기계공장이라고 가상하고 DNA를 기계부품들을 조입해놓은 모듈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기계모듈이 수많은 톱니바퀴나 나사못 그리고 기어 등으로 조립되어 만들어졌듯이 DNA도 수많은 바이오브릭(BioBrick)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상한다. 이 바이오블릭은 DNA를 이루고 있는 염기서열 조각들로 각기 다른 생물학적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같은 DNA서열 조각이라면 같은 크기와 작용을 하는 톱니와 같은 기계부품이라고 인지할 수 있다. 만약에 각기 다른 기능 작용을 하는 바이오브릭들을 새롭게 조합한다면 새로운 기계모듈이 만들어지듯이 DNA를 만들 수 있다. 이 새로운 모듈을 자연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에 있는 DNA와 교체해주면 박테리아의 거동이나 활동이 달라진다. 이를 바이오합성(Synbio)라고도 부른다. 이런 방법으로 자연계 미생물들의 작용을 바꿔주어 전혀 새로운 바이오효소, 바이오오일, 바이오섬유, 바이오의약품 등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에 학계와 산업계가 관심을 갖는 의제는 DNA 합성, 단백질 합성, 셀 공장, 빅 데이터 및 인공 지능이 생물학을 충족시키는 것, 그리고 해양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혁신 등에 학자들의 관심이 높다. 2019년까지 130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된다고 관측하고 있으며 기존 기업들은 물론이고 신생기업들의 참여와 투자가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신산업분야이다.

 

합성생물학 프로젝트의 경연, iGEM

국제유전자조작기계(iGEM)대회는 합성생물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매년 실시하는 유전공학 프로젝트 경연대회이다. 참가 자격이 초기에는 대학생 팀과 고등학생 팀을 대상으로 했으나 최근엔 일반인 팀도 참여한다. 지난 2004년부터 13년째 이어져 오는 행사로 올해 잼보리 행사는 11월 9일부터 5일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다. 참가팀들은 지난 4월부터 이미 프로젝트에 대한 제목과 초록을 제출해 주최 측의 승인을 받은 팀만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팀의 프로젝트 수준은 아래 고등학교 팀들의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 북경의 국경일고등학교(BNDS_CHINA)팀의 프로젝트 제목은 ‘고농도 감마-아미노 부티르산(GABA) 농축 프로바이오틱스’다. GABA는 많은 발효식품에서 발견되는 뇌신경전달물질 억제제이다. 고농축 GABA를 생산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프로젝트에선 생산과정을 단순화하는 합성생물학 방법으로 GABA-고농축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하고 자 한다. 세균성 GABA 합성법에서 두 종류의 단백질(GadC, GadA)의 전사율을 조정함으로써 독특한 DNA 서열을 가진 GABA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산균을 선택할 수 있다고 연구제안하고 있다. 한편 한국 외국어대학교부속고등학교(TNCR_Korea)팀은 프로젝트 제목이 ‘글루텐 없는 다이어트의 가능한 대안’이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글루텐이 없는 식단을 보통 권장하지만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총(Microflora)에 글루텐 분해 유전자를 투입해 합성생물학적으로 비 식이요법을 개발한다고 한다.

 

올해 행사에 프로젝트가 승인된 팀은 총 298팀이다. 참가팀들이 국가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참가인력 규모는 합성생물학에 대한 국가별 기술개발인력의 저변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이 가장 규모가 앞섰으나 올해는 중국에서 77팀이 참가해 73팀이 참가한 미국을 앞섰다. 영국이 15팀, 캐나다와 독일이 각 14팀이고 한국은 단지 2개 팀(대학 1팀, 고등학교 1팀)만이 참가 신청을 했다. 참가팀에겐 2000개가 넘는 DNA 부품 등과 필요한 소프트웨어 등이 모두 담긴 키트가 배포될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년간 사용된 약 2만종의 DNA부품들이 수록된 부품 등록소에 수록된 자료도 참조할 수 있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연구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술개발인력 양성효과가 매우 크다. 교육기관이나 연구기관이라면 이 행사에 크게 관심을 쏟아야 하지만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미국이나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OECD 국가들에 비해서도 연구인력 양성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합성생물학 분야의 연구 활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 많은 인재들이 양성된 관계로 전 세계 바이오산업계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연구자들은 제법 많은 것으로 조사된다. 미국 보건성 산하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NCBI)를 통해 최근 5년간 합성생물학에 관한 출판논문의 저자별 국가를 조사해 보면 미국이 3155편이고 중국이 2번째로 1999편이다. 한국(409편)은 독일(1316편), 영국(1068편), 일본(608편), 프랑스(583편)에 이어 7번째다. 상당수의 연구 인력이 합성생물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기관 소속으로 연구 활동을 하는 인력은 분석하기 어려워서 거론하지 않지만 분명한 점은 국내에선 합성생물학에 대한 연구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바이오 소재개발은 아직 태동기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시장에 알려진 바이오소재는 116종이나 되며 시판 중인 상품만 51종이다. 합성바이오프로젝트(Synthetic Biology Project)의 조사에 의하면 합성바이오상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모두 합해 세계적으로 총 81개로 집계된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농업용으론 동물사료용 필수아미노산, 작물보호용 항진균제, 뿌리성장을 촉진하는 박테리아 등 4종이 있다. 바이오 연료로는 부탄올, 오일, 디젤, 에탄올, 제트연료 등을 대체하는 14종이 있는데 시판되는 건 아직 3종이다. 식품분야에선 품미, 향기, 영양소, 영양보조제 등으로 10종이 있다. 산업용 효소로는 에탄올, 원료처리용 효소로 9종이 있다. 산업용 유체로는 유전체, 분산제, 열전달, 윤활유, 가소제, 용제, 계면활성제 등으로 11종이 있다. 의학부문엔 질병 예방과 치료 기능으로 22종이 개발되어 있는데 상품화된 사례는 1건 있다. 개인용품으로는 바이오 화장품, 비누, 바이오세제 등으로 5종이 시판되고 있다. 생물소재로는 11종이 개발되어 있는데 바이오코팅제, 바이오플라스틱, 고무, 바이오섬유 등이다. 화학물질로 17종이 개발되어 있으며 주로 발효공정 촉매나 전구체로 활용된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위스 기업 에볼바(Evolva)는 레스베라트롤을 포도가 아닌 효모의 발효공법으로 대량생산하는 바이오 기술을 개발했다.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이고 항암, 항바이러스, 항노화, 항염증 등 인체의 만성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는 레스베라트롤을 포도에서 직접 추출하는 경우엔 살충제나 중금속 오염을 그대로 유전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바이오 공법이 안전하고 고순도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바이오암버(BioAmber)사는 옥수수를 갈아서 발효시킨 후 정제해 숙신산(Succinic Acid) 생산하는 바이오공법기술을 가지고 있다. 숙신산은 폴리우레탄, 도료 및 코팅제, 접착제, 밀봉재, 인조 가죽, 식품 및 향료 첨가제, 화장품 및 퍼스널 케어 제품, 생분해 성 플라스틱, 나일론, 산업용 윤활제, 염료, 안료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바이오앰버사는 앞으로 숲속의 나무나 산업폐기물로부터도 숙식산을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공법을 개발한다고 한다.

듀폰(DuPont)은 이젠 대표적인 바이오소재기업이 되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인 바이오소재는 14종이나 된다. 예를 들면 옥수수로부터 만든 바이오 섬유소재인 소로나(Sorona)는 부드럽고 강도가 높아서 의류나 카펫 소재로 호평을 받는다. 자동차나 가정용 가구, 포장 또는 엔지니어링 열가소성 수지를 비롯한 다양한 용도로도 적합하다. 바이오이소플렌(BioIsoprene)은 타이어 소재로 사용된다. 피자임(Phyzyme)은 사육조류와 가축의 사료 섭취량과 배설물을 줄이는 효과를 거둔다.

대한민국의 주력산업들 중에서 반도체 산업을 제외하면 철강, 자동차, 선박, 기계, 석유산업 등이 신흥 공업국의 저임금사회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상황이다. 고소득 국가로 성장하려면 산업구조도 독특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미 해외로 나간 저임금 생산 공장을 리쇼어링한다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기존의 주력산업들도 국내는 고부가가치 첨단제품을 개발하는 기술개발단지 중심으로 역할 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바이오 합성생물 산업처럼 신생 고부가가치 산업이 꽃필 수 있도록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과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산업 전략은 미래사회 변화에 초점을 맞춰 주력산업 전략도 바꿔야 한다. 고임금 고기술자를 다량 확보한 첨단기술국가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국가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