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실시했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신청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말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공동으로 DIP파이낸싱(DIP Financing)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1개월여만에 위험부담이 커지자 서비스를 거둬들이기로 한 것이다.  

DIP파이낸싱(Debt In Possession Financing)은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에 대해 운영자금 이나 회생절차 종결을 위한 자금(exit financing)을 지원하는 법정관리 투자기법이다. 투자자는 회생절차 기업으로부터 다소 높은 이자율로 다른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지위를 갖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가뭄에 콩나듯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정부 출자 IBK기업은행이 DIP파이낸싱 사업을 벌여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암코와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봤으나, 리스크 측면에 부담이 있어 DIP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구조조정 전문회사 유암코와 함께 회생전이거나 회생인가를 받기전 기업의 회생을 위해 각각 500억원을 투자해 기업가치를 올리려 했으나, 내부적인 검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NPL)이 감소하는 효과를 고려해봤으나 현재 우리은행의 NPL이 잘 관리돼 있고, 수익성과 건전성에 있어 추가적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한은행도 최근 유암코와 함께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펀드 설립규모는 1000억원 가량으로 우리은행이 계획안 금액과 비슷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등을 고려해 다방면으로 펀드조성을 위한 사업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암코와 협의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회생기업에 지원에 리스크 부담이 있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책은행 중심...보여주기식 DIP금융

국내 DIP금융지원은 실질적으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만 시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에 1300억원의 신규자금을 DIP파이낸싱으로 지원했다.

지난 2004년 쌍용자동차가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된 이후 2009년 상하이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쌍용자동차에 대한 자금 지원을 기피한데 따른것이다.

기업은행은 유암코와 함께 지난해 7월 500억 규모로 ‘IBK-유암코 중소기업구조조정 제1차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1호 펀드) 설립을 추진해 워크아웃을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에 투자했다.

기업은행은 이같은 펀드를 조성해 같은해 9월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이원정공에 첫 투자를 진행했고, 지난해 11월 사출 성형 전문 제작업체인 동신유압과 굴착기·크레인 등 중장비 부품업체 에스틸까지 모두 3곳의 업체를 지원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 유암코와 함께 2호펀드 설립을 마쳤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호펀드에 기업은행과 유암코가 각각 50억원, 445억원씩, 유암코 관계사인 유엔아이대부가 5억원을 출자해 총 500억원을 조성해 워크아웃을 원하는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금융지원만 있다면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해 과감한 투자는 물론 이런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며 "시중은행들이 수익다각화를 얘기하면서 실질적으론 리스크 회피에만 급급하다보면 기업금융 사업부문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