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을 창조하기 위한 두 가지 기본적인 활동은 마케팅과 혁신이다. 성과를 올리는 것은 마케팅과 혁신뿐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남긴 말이다. 이렇게 중요한 마케팅이 당신의 조직에서는 어떤 상황인가? 잘 돌아가고 있는가? 만약 상황이 좋지 않다면 여기서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

그러나, 그 해결책을 단순히 ‘마케팅’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마케팅이 실제로 계획‧실행되는 곳인 회사라는 ‘조직’ 측면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좋은 ‘마케팅’ 해결책도 실행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과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해보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자.

추가로 “경영의 목표는 뛰어난 사람들을 데리고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다. 이에 이 글은 극히 평범한 마케터도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관점에서 작성되었다.

 

Ch. 13 이런 느낌이 아니야

“아 명랑해 씨. 이런 레퍼런스 컷으로는 프리미엄 커피의 이미지를 빌딩할 수 없어. 다시 잡아 와. 이런 레퍼런스 컷은 전달해봤자 포토그래퍼에게 혼란만 불러일으킨다고, 젊은 애가 이렇게 감이 없어서 어떡하냐. 너 마케팅 하고 싶어 하는 애 맞냐? 감 없는 건 쉽게 개선 안 되는데, 참 나.”

“네… 다시 잡아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 됐어. 이건 내가 잡아서 전달할 테니, 랑해 씨는 딴 일 해. 세 번씩이나 기회를 줬으면 뭔가를 보여줘야 될 거 아냐.”

출근 2주째, 새로 온 마케팅 이사는 프리미엄 커피의 촬영 가이드를 보고 받던 중, 답답함을 참지 못하며 소리치듯 얘기했다. 원래 프리미엄 커피는 김 팀장의 담당이었으나 새로운 마케팅 이사가 해당 제품은 담당자가 뽑힐 때까지 본인이 하겠다며 가져갔다. 그리고 어시스턴트로 명랑해 씨를 지목했으며 랑해 씨가 맡고 있던 저가형 주스는 김 팀장이 담당하기로 했다. 사장님에게 성과를 빨리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 보였다.

“평 과장님. 뷰티 밀크 프로모션 기획서는 다 됐어요?”

“아, 이사님. 어제 아침에 말씀드린 대로 사장님께서 지시하신 보고서 작업하느라 현재 초안만 작성됐습니다.”

“일단 가져와 봐요.”

“네, 여기 있습니다. ‘피부에 도움 되는 우유’라는 뷰티 밀크 콘셉트를 확실히 하기 위해 뷰티 밀크에 사용된 채소, 과일의 마스크 팩을 만들어 제품 구매 시, 해당 마스크 팩을 증정하는 프로모션 진행 예정이구요. 초기에 반응이 좋았던 대학교 쪽으로 프로모션하려고 합니다.”

“평 과장님. 이거 폰트가 하나도 안 맞잖아. 그리고 글자 크기도 다 다르고.”

“아… 이사님. 이건 말씀 드린 대로 초안이라, 나중에 제대로 보고 드릴 때는 다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거 하나하나가 다 중요한 겁니다.”

“네. 주의하겠습니다.”

“그리고 ROI가 어떻게 되죠?”

“마케팅 효과와 예상 비용은 마지막 페이지에 정리돼 있는데, 아직 예상 매출액은 뽑지 못했습니다.”

“음… 난 이 중에서 PR 노출이 정확히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런 아이디어밖에 없어요?”

“지금 브랜드 론칭한 지 1년도 안됐기 때문에, 뷰티 밀크가 콘셉트를 확실히 잡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해당 프로모션을 주기적으로 실행한다면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객들에게 더 확실하게 인식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프로모션이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평 과장님, 그렇게 고리타분한 거 말고, 지금은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게 필요해요. 크리에이티브한 콘셉트 하나만 잡으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한 걸 잡아보세요.”

“아… 이사님. 지금은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하게 해줄 수 있는, 이런 종류의 프로모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 크리에이티브한 게 어떤 방향을 얘기하시는 건지 방향성이라도 좀 알려줄 수 있을까요?”

“그건 평 과장님의 롤(Role)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다른 아이디어를 내보겠습니다.”

“제가 평 과장님 때는, 밤새서 아이디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이렇게 남들 다 하는 거 말구요.”

“네… 알겠습니다, 이사님.”

김아쉽 팀장과 정반대 스타일에 답답함을 느낀 평 과장이었지만, 적응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평 과장이 자리로 돌아가자 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얘기했다.

“자, 모두 들으세요. 지금 마케팅부가 전체적으로 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친한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간단한 강의를 요청해 놨으니, 다음 주 금요일 오후는 모두 시간을 비우세요.” 다들 대답은 했으나 힘 빠진 목소리였다. 특히 김아쉽 팀장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좋지 않아졌다.

조직 관점

“한식이랑 중식 주방장이 만나면 의견 대립이 별로 없어. 그런데 한식 전문가 둘이 만났는데 조금씩 의견 대립이 생기면 자존심 싸움인 거야.” - 유희열. <무한도전> 중

마케팅·영업·연구소가 모여 미팅을 하면 다른 부서 업무에 대해 의견 제시는 있을 수 있지만, 각 부서의 전문성을 인정해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미팅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마케팅 부서 내에서는 어떨까? 아예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어느 정도 마케팅 업무를 한 사람이라면 글 속의 평 과장과 마케팅 이사처럼 자신의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의견 대립이 생길 수 있다. 즉, 한식 전문가 둘이 만나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니 의견 대립이 생기는 것이다.

마케팅을 모르는 사장님이라면, 연구소장님이라면, 마케팅 방향성에 대해 잘못된 얘기를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이 마케팅을 한다고 하는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 제안은 더 받아들이기가 힘든 법이다. 어쨌든, 회사 내에서는 그 답이 맞든 틀리든 상사의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상사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다. 그래야 다른 방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다음 사례를 참조하라.

허브 켈러허(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최장 재직 CEO)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항공사를 운영하는 비결을 딱 30초 만에 설명해 주리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요. 이 점만 명심하면 당신도 나 못지않게 우리 회사를 위해 어떤 결정이든 내릴 수 있을 거요. 마케팅 부서의 트레이시가 당신을 찾아왔소. 그녀가 말하길, 고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휴스턴발 라스베이거스행 고객들이 비행 중 간단한 식사를 하고 싶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거요. 그때까지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간식거리는 땅콩뿐이었는데 트레이시는 맛있는 치킨 시저 샐러드를 메뉴에 포함하면 승객들이 좋아할 거라고 했소. 자. 그럼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소.”

질문을 받은 사람이 잠시 머뭇거리자 켈러허가 말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하는 거요. ‘트레이시, 치킨 시저 샐러드를 추가해도 우리 회사가 가장 저렴한 회사로 남을 수 있을까? 가장 저렴한 항공사라는 우리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빌어먹을 치킨 샐러드는 서비스할 필요가 없네’라고.”(<스틱!> 중, 댄 히스·칩 히스 저)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효율성을 높여준다.  

마케팅 관점

마케팅 = 있어 보이다

대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심지어 마케팅 실무를 하는 사람조차 마케팅 업무를 화려하고 있어 보이는 업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글 속의 마케팅 이사처럼 뭔가 새롭고 창의적인 것들만이 마케팅의 중요한 부분인 것처럼 부각되어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외향적이며, 트렌드 리더가 되어야 할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건 마케팅의 일부이며 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해당한다.

“만약 똑같은 캠페인을 수년간 계속해야 한다면 이 일에 100명이나 되는 대행사 직원이 왜 필요한가요?” 한 광고주가 물었다. “광고를 만들어야 할 1명과 광고를 바꾸지 못하게 할 99명이 필요합니다.” TBWA(전 앱솔루트 광고 대행사)의 답변이다.

‘결코 변하지 않되, 늘 변하는 캠페인(Never changing – Always changing)’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앱솔루트 보드카의 광고를 집행한 TBWA의 답변과 같이, 마케팅은 기발한 광고 콘셉트를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요소를 추구해야 할 수도 있으며, 경쟁사와의 전략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방어용 제품을 빠른 시간 내에 출시해야 될 수도 있으며, 제품을 존속시키기 위해 원가 절감에 매달려야 될 수도 있으며, 잘못 생산된 제품을 잡아내기 위해 하루 종일 매장을 돌아다니고 물류센터에서 박스 갈이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케팅은 결코, 있어 보이는 업무가 전부가 아니다. 마케팅이란 업무를 너무 한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브랜드가 겉멋만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꼭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