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관전 포인트가 참 많다. 갤럭시 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체면을 구겼으나 올해 상반기 갤럭시S8로 명예회복을 했고, 하반기 갤럭시 노트8을 통해 완전한 부활을 알리려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아이폰X로 최강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애플, LG V30에 파격적인 혁신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LG전자의 행보는 구경꾼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다만 국내 스마트폰 유통 시장을 보면 걱정이 많다. 통신사들의 반대에 직면했으나 정부의 밀어붙이기로 시작된 약정할인율 25% 인상은 일단 국민 입장에서 좋은 일이니 넘어가자. 과정이 공평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변화를 위한 발전적인 논쟁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이후의 시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제정 당시 그 당위성을 설명하며 투명한 스마트폰 유통 구조와 가계통신비 인하를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투명한 스마트폰 유통 구조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불투명한 제조사와 통신사의 ‘짬짜미’로 얼룩졌으며 기대했던 가계통신비 인하효과는 미비했다. 물이 억지로 맑아지자 일부 고기들은 음성적인 흙탕물로 옮겨갔고 불법 리베이트와 보조금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현상이 단통법 일몰 후에도 바로잡힐 수 있을까.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되어 단통법 독소조항들이 사라지면 국민들은 정말 행복할까? 약정할인율 25% 인상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벌써부터 나오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단통법 이후의 시대를 상상하면, 아직은 희망보다 불안의 감성이 더욱 짙다. 이유는 간단하다. 틈새는 여전하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물이 결국은 거대한 둑을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고떨이 과정에서 나오는 불법이다. 갤럭시 노트8 예약판매가 시작되자 많은 사람들은 지금 갤럭시 노트8의 할인에 집중하고 있다. 예약판매 기간 90%의 가입자가 25% 약정할인 상품에 가입했고, 단말기 보조금과 비교하면 2년 약정 기준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추석을 맞아 불법 리베이트가 풀릴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방통위가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여주고 있으나 소위 ‘대란’이 터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갤럭시 노트8보다 갤럭시S8이다. 즉 상반기 라인업에 매겨지는 불법 보조금이다. 갤럭시 노트8이라는 대어를 앞두고 제조사들이 재고떨이에 나서며 갤럭시S8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불법 리베이트가 매겨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출시 후 15개월이 지나야 보조금 상한제가 풀리지만 현재 일부 매장에 가면 갤럭시S8 실 구매가는 20만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 상태다.

틈새다. 많은 사람들이 갤럭시 노트8 불법 리베이트에 이목이 쏠려 있으나 사실 바로 직전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재고떨이에 들어가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무차별적으로 들어가는 지점. 이는 단통법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앞으로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단통법이 사라지는 시대는 어떻게 다가올까? 급진적인 변화가 당장 오기는 어렵다. 보조금 상한제가 폐기되어도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주력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강력한 보조금 정책을 취할 리 만무하고, 25% 약정할인에 대한 온도 차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틈새의 고민이다. 더욱 디테일하게 대비해 더 이상 스마트폰 구입을 두고 고민하지 않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