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월 발생한 일본 고베 대지진의 후유증을 치유하려는 고베시의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채무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히사모토 기조(久元 喜造) 시장이 이끄는 고베시는 대지진 당시 이재민들에 대해 고베시가 보증한 재해지원대출금을 미상환한 시민들에 대해 상환청구권을 포기하는 의안을 지난달 30일 의회에 제출, 최근 시의회가 가결 통과시켰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고베시는 대지진 당시 이재민들이 갖고 있는 시 보증의 재해지원 대출 자금 중 미상환한 1957건 약 33억엔(이자 포함, 약 346억원)에 대해 구상채권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증인인 고베시가 이재민이 대출받은 돈을 상환하지 못하면 고베시가 은행에 대신 상환하고 이재민에 대해 다시 청구하기로 했는데, 고베시가 이 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고베시는 의안의 통과로 대출자 중 절반 정도가 면제 대상이 될 전망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고베시가 이처럼 보증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을 포기하는 것은 일본 최초라고 밝혔다.

1995년 대지진 사태이후 당시 재해지원자금은 지진 피해자마다 최대 350만엔(약 3670만원) 한도로 지원됐다. 고베시는 이재민에게 약 3만1000건, 총 777억엔(약 8158억원)을 대출보증했다.

상환 기간은 10년이지만, 채무자의 열악한 생활 정도에 따라 정부는 미상환액에 대해 올해 4월에 4번째의 기한 연장을 했다.

앞서 지난 2015년 4월 일본 정부는 대출일로부터 20년이 지나거나 채무자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미리 청구할 수 있는 사선구상권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판단으로 상환 면제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고베시는 이를 계기로 6000건의 대출금 상환 청구를 보류하고 올해 6월 말에 약 4000건을 1면제하되, 나머지 채무자에 대해서는 면제기준을 둘러싸고 정부와 견해가 일치되지 않아 결정을 미루고 있다.

고베시 관계자는 "중앙정부는 포기 여부에 판단을 하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상환자에 대한 문제가 표면화되기 때문에 지자체로선 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