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서울편(2)>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서울편이다. 저자는 “서울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세계 굴지의 고도(古都) 중 하나”이며 “한성백제 500년은 별도로 친다 해도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도시이면서 근현대 100여년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수도”라고 서울을 추켜세운다.

하지만 한편으로 “서울은 한국 내에서 위상이 너무 커서 ‘서울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으며, 최고와 최하가 공존하는 도시이고 그만큼 모순과 격차가 많다”는 객관적인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역사도시로서 서울의 품위와 권위는 조선왕조의 5대 궁궐에서 나온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1)>은 조선왕조의 궁궐에 대해 다룬다. 제목 ‘만천명월 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은 말한다’는 창덕궁 존덕정에 걸려 있는 정조대왕의 글에서 빌려온 것이다. 저자는 궁궐의 주인인 옛 임금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들려주고자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을 구석구석 살피며 조선 건축의 아름다움, 왕족들의 삶과 애환, 전각마다 서린 사연들을 풀어낸다.

조선의 왕조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종묘. 저자는 종묘의 가치를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그리고 종묘가 지닌 역사적·상징적 의미에 대해 열렬하게 이야기한다.

창덕궁에서는 다양한 형태와 구조를 지닌 전각들을 답사한다.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인정전, 유일한 청기와 건물인 선정전, 정면 캐노피로 화려함을 극대화한 희정당과 문인들의 사랑채를 본뜬 낙선재까지, 조선 건축의 모든 것이 있다. 또 승화루의 효명세자, 희정당의 순종황제, 낙선재의 덕혜옹주 등 각 전각과 관련된 인물들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창덕궁이 조선의 왕과 그 가족들의 생활공간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창덕궁 후원은 우리나라 정원의 백미로 불리는데, 비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0만평에 이르는 골짜기 네 곳을 그대로 정원으로 삼고 계곡 곳곳에 건물과 정자를 지어 만든 한국 고유의 정원이다. 후원은 자연이 만든 경계에 따라 부용정과 규장각, 관람지와 존덕정 주변, 옥류천 일대, 연경당의 네 권역으로 나뉘며, 창건 주체와 시기, 건물의 기능과 형태 등은 모두 다르다.

창경궁은 항시 자유 관람이 가능한 곳으로, 경복궁이나 창덕궁처럼 법궁으로서의 위상이나 덕수궁 같은 별격도 없지만 저자는 이곳을 그 어느 궁궐보다 특색 있고 매력적으로 소개한다. 과거와 현재, 엄숙함과 친근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맛을 가진 곳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서울편(2)>는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들, 한양도성, 성균관, 동관왕묘, 덕수궁, 자문밖을 답사한 것이다. 2편의 제목인 ‘유주학선 무주학불(有酒學仙 無酒學佛)’은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들을 답사하며 현재진행형 수도 서울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조선 국초 계획도시로서 건설된 서울의 내력 역시 차근차근 짚는다.

서울의 옛 경계인 한양도성은 새로운 수도 한양을 상징하며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 굴곡진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낙산, 인왕산, 남산, 북악산 등의 산줄기를 타고 서울을 둘러싸고 있어서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답사지로서 탁월하다.

자문밖은 ‘자하문(창의문) 바깥’을 뜻하는 말로 ‘한양 최고의 별서(別墅) 터’인 부암동 일대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안평대군의 무계정사, 흥선대원군의 석파정, 반계 윤웅렬의 별서, 추사 김정희의 별서 등이 있어 조선시대 상류층의 풍류와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조선왕조의 궁궐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덕수궁은 저물어가던 왕조의 쓸쓸한 역사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저자는 조선 초기부터 덕수궁 자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짚으며 덕수궁의 내력에 대해 설명한다.

동관왕묘는 <삼국지연의>의 관우를 모시는 무묘다. 임진왜란 중 중국에서 건너온 관왕묘가 전국 각지에 들어서고, 왕부터 백성들까지 관왕을 숭배한 모습에서 조선시대 신앙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최근 동관왕묘에 막대한 유물들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이곳을 비롯해 주변 문화유산을 정비하면 도시재생까지 이뤄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지막 답사지인 성균관은 조선왕조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곳이다. 강학(講學) 공간인 명륜당과 향사(享祀) 공간인 대성전을 통해 조선시대 교육 체제와 문묘 제례에 대해 설명하고, <무명자집> 속 장편시 ‘반중잡영’을 토대로 성균관에서 공부하던 유생들의 나날을 소개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서울편(2)>에서 저자는 서울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 내밀한 사정들을 능숙하게 버무리며 독자들이 문화유산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건축물을 돌아보는 천편일률적인 기행에서 나아가 그 공간의 내력,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 등 좀 더 밀도 높은 답사를 안내한다. ‘서울편’은 앞으로 셋째, 넷째 권이 예정되어 있으며 셋째 권에서 인사동, 북촌, 서촌, 성북동 등 묵은 동네들을, 넷째 권에서는 한강과 북한산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