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셔터스톡

비트코인의 적정가는 물론 더 나아가 가상화폐의 미래를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다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만이 존재한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비트코인의 성격이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가 아니며 총량도 2100만개가 한계다. 한마디로 통화의 중앙화와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을 거부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는 중앙은행 중심의 통화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며 큰 틀에서 보면 자본주의 전체를 부정한다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이 가진 성격과 유사한 주장을 하는 경제학파는 비주류로 구분되는 오스트리아학파다. 오스트리아학파가 주장하는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학파 내에서도 많은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오스트리아학파가 주장하는 주된 내용은 정부의 개입이 또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좁혀진다. 정부의 노력으로도 경기회복이 더디다면 이 또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근간에 두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무제한 양적완화(QE)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론과 동시에 오스트리아학파의 주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나카모토 사토시 비트코인 논문

한편, 비트코인은 금융위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2008년 10월 31일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라는 익명을 사용하는 프로그래머에 의해 향후 ‘논문’으로 불리게 될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Bitcoin: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로 알려지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종말’이라고도 종종 표현된다. 은행 중심의 시스템은 신용팽창을 일으킨다. 신용팽창, 즉 화폐가 많아질수록 그 가치는 낮아지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노동에 할애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영원히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위기를 두고 ‘올 것이 온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만약 QE로 인해 전 세계 경기가 빠르게 됐다면 ‘자본주의 종말론’은 그 자취를 감췄을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종말론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성격을 지닌 비트코인은 그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비트코인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시기부터가 너무 ‘정교’하다. 되돌아보면 2010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 상황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수록 비트코인 가격은 더 강하게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은 지난 2015년 금융위기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신호탄을 쏴 올렸지만 최근 들어 미 금리인상에 대한 ‘신중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럴수록 비트코인 가격은 자본주의를 비웃는 듯이 더욱 높게 솟아오른다. 비트코인 가격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블록이 쪼개지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한 은행 관계자는 “10억원 이상을 가진 고액자산가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하지만 일반 고객들은 관심이 많은데 부의 재편을 원하는 쪽이라면 고액자산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금융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불만들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그 불만을 대신 표현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얘기라 할 수 있지만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현 금융시스템, 더 나아가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 ‘자본주의의 종말’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비트코인 가격은 자본주의에 대해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결과를 말해주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