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를 취재하다보면 두 개의 키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종합 플랫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단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업의 본질. 태생적으로 ICT 기반의 스타트업들은 이미 존재하던 서비스를 온라인의 영역으로 불러와 플랫폼 사업을 많이 하죠. 원래 배달음식시장은 존재했으나 배달의민족이 이를 온라인으로 끌어와 플랫폼 사업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온라인 사용자 경험은 한계가 있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은 결국 오프라인에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돈이 나오는 곳은 오프라인의 고객만족에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종합 플랫폼 기업과 업의 본질에 대한 열망은 똑같은 말입니다. 종합 플랫폼 기업이 되면 업의 본질을 충족시킬 수 있고 업의 본질이 충족되면 종합 플랫폼 기업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토이저러스와 레고의 붕괴...시대의 흐름 때문일까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가 어렵다고 합니다.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토이저러스는 법률회사인 커클랜드&엘리스를 고용해 채무 재조정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레고도 어렵다고 해요. 심지어 마텔까지. 장난감 회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에서 도태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전통의 장난감은 컴퓨터 게임에 밀리고 있고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죠.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연히 이러한 전제는 장난감 회사는 구태의연하다는 등식으로 발전합니다.

사실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우리는 흔히 업과 업을 수행하는 회사를 동일시하는 실수를 저질러요. 토이저러스와 레고와 관련된 기사를 읽으며 묘한 불편함을 느꼈는데, 그 이야기를 합시다. 바로 이겁니다. '장난감과 장난감 회사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은 토이저러스와 레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시대의 흐름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표현을 합니다. 그러나 명확하게 구분해야 해요. 시대의 흐름에서 도태되고 있는 곳은 장난감 회사이지 장난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난감 사업은 리스크가 꽤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그러나 국내 장난감 업계 시장 규모는 연간 1조6000억원에 이르며,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키덜트(장난감을 모으는 성인) 시장은 지난해 기준 1조원을 넘기고 있습니다.

최대 내수시장을 가진 나라 중 하나인 중국의 상황도 볼까요. 코트라가 지난해 재미있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 중국 완구시장을 공략하라'는 보고서인데요. 이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완구협회는 2015년 중국 완구 소비시장 규모가 650억위안에 이르며  최근 몇 년간 중국 완구시장 성장률은 10~15%에 이른다고  합니다. 중국의 완구 수출액도 7대 전통 노동집약형 상품 가운데 유일하게 3.5% 증가했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의 두 자녀 출산 허용 정책,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 성장에 따른 캐릭터 산업 확대 등으로 중국 내 완구시장이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토이저러스와 레고 등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으나, 장난감이라는 시장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아이들이 장난감을 덜 가지고 노는 일이 벌어지기는 하죠. 예전만큼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애니메이션만 보나요? 장난감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유튜브의 보급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많은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키즈 콘텐츠를 한 번이라도 봤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캐리소프트, 헤이지니, 유라야놀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키즈 콘텐츠를 보면 대부분 장난감 가지고 노는 영상이에요.

구분해야 합니다. 장난감이 위험한 것은 '아직' 아닙니다. 장난감 회사가 위험한 겁니다. 토이저러스와 레고 매장에 와서 쓱 둘러보고는 온라인으로 대행점에 주문하는 유통구조가 위협요소입니다.

최근 CJ의 다이아 페스티벌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취재 겸 놀러갔는데요.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뷰티와 게임에 몰린 10대들 이상으로 키즈 크리에이터에 몰려드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MCN 시장에서 키즈 카테고리는 최강의 플랫폼 중 하나에요. 그런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게임과 뷰티에 몰린 10대들은 없는 용돈 쪼개어 소위 '굿즈'를 사는데, 키즈 크리에이터에 몰려든 아이들 옆에는 부모들이 있었다는 점. 지갑은 부모가 열더군요. 저도 다이아 페스티벌에 가서 제 아들에게 5만원짜리 장난감 사줬습니다. 옆의 부스에서 10대 아이들은 3000원짜리 스티커 사면서 행복해하더군요. 아이들이 존재하는 한 본질은 어디에 있다? 유희, 장난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 토이저러스 홈페이지. 출처=홈페이지 갈무리

업의 본질이 변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장난감 회사들이 아직은 건재한 장난감 시장만 믿고 어려운 시기를 버텨야할까요? 온라인 플랫폼 강화해서 비용절감에 나서야 할까요? 물론 하고 있으며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집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협력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PC방의 맞수는 누구일까요? 와이파이 빵빵하게 지원하고 1인 테이블이 구비됐으며 전원선을 지원하는 스타벅스일 수 있습니다. 골프장의 맞수는 김영란 법일까요? 맞는 말일 수 있지만 SNS일 수 있습니다. 사교로 골프를 치던 사람들이 SNS로 몰려와 관계를 맺으니까요. 또 완성차 업체의 맞수는 온디맨드 카셰어링 업체며, 동물원과 놀이동산의 맞수는 쇼핑몰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운동화 제작회사의 맞수는 누구일까요? 게임회사죠. 앞에서 설명했지만 게임하느라 아이들이 장난감도 사지 않고 밖으로도 나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마지막 장면. 운동화 제작회사와 게임회사의 관련성을 곰곰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 사례는 지난 2006년 출간된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는 책에 나오는 건데요, 최근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닌텐도는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에 자사 IP(지식재산권)을 제공했고, 아이들은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포켓몬을 사냥하기 위해 열심히 뜁니다. 뛰려면 뭐가 필요하죠? 운동화입니다. 이렇게 되면 닌텐도는 나이키의 맞수가 아니라 동반자가 될 수 있어요.

장난감 회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어차피 장난감이라는 시장은, 아이들이 누리는 유희의 영역은 다양해졌으면 다양해졌지 당분간 사라지지 않고 성장할 겁니다. 예전에는 팽이만 굴렸다면 지금은 변신로봇이 나오잖아요. 문제는 장난감을 만드는 장난감 회사에 있어요. 이들은 도리어 업의 본질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고, 시장의 선택을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스마트폰의 모바일 혁명과 더욱 연결되면 그만입니다. 맞수가 아니라 동반자가 되는겁니다. 굳이 그 회사가 토이저러스나 레고일 필요는 없어요. 이들이 망하고 다른 회사가 나올 수 있죠. 물론 레고는 살아남아 다시 업의 본질에 집중, ICT와 협력하고 연대하거나 맞설 곳으로 보이지만요.

우리는 가끔 특정 사업군에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 이를 지나치게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키아가 스마트폰의 혁신을 따라가지 못해 몰락했다? 틀렸습니다. 노키아는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만들었고 심비안이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노키아의 몰락은 모바일 시대가 빠르게 재편되는 간극에서 협소한 생태계 구축에 대한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렸던 조직문화가 원인입니다.

맞아요. 가끔은 복잡하게 생각해야 길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장난감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규모과 종류가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왜 장난감 회사가 어려울까? 장난감 사업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업의 본질에 충실해 맞수가 되거나 협력하면 그만이에요. 이 과정에서 무조건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서'라는 전제를 달면 편하기는 해도 잘못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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