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축 처진 기계라니. 영 기운이 없는 듯하다. 의식이 희미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 그 물건 몸에 달린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본다. 갑자기 깨어나 자세를 잡는다. 이완된 근육에 힘을 가득 준 것처럼 단단하다. 그러더니 내 휴대폰을 포로로 붙잡는다. 아귀힘이 강한 탓인지 빠져나오질 못한다.

 

PLAY G – 너 뭐야?

빔블씨 – 안녕! 겁내지 마. 나랑 P9은 지금 교감 중이니까.

PLAY G – 교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정체를 밝혀.

P9 – 교감 맞아. 빔블씨는 좋은 분이셔.

▲ 사진=노연주 기자

빔블씨 – 내 소개를 하지. 빔블씨(Vimble-c)라고 해. 짐벌 전문 브랜드 페이유(Feiyu) 출신이야. 난 페이유 창사 10주년 기념으로 새로 나온 스마트폰 짐벌(Gimbal)이지.

PLAY G – 짐벌? 그게 뭔데?

빔블씨 –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촬영할 때를 생각해봐. 아무리 손을 떨지 않으려 해도 영상에 떨림이 다 기록되지. 움직이며 찍으면 더 심하게 흔들리고. 심하면 영상이 진동하는 것처럼 보이지. 이럴 때 내가 필요해. 움직임을 읽고 자세를 바꿔가며 흔들림을 보정해준다고!

PLAY G – 오, 난 가끔 수전증이 있곤 하거든.

빔블씨 – 그래, 너 같은 사람한테 내가 딱이지. 난 정확히는 3축 짐벌이야. 자이로스코프 센서와 모터 3개로 수평을 감지해 흔들림을 보정하지. 내 몸엔 페이유 최신 모터가 달려있어. 더 안정적으로 부드러운 영상을 얻어낼 수 있을 거야. 마치 프로가 촬영한 것처럼.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그런데 왜 내 폰을 붙들고 있는 거야?

빔블씨 – 아직도 이해 못했군. 난 스마트폰 짐벌이야. 스마트폰과 교감해야 완전체가 될 수 있지.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으로 영상 촬영을 할 때 보조 역할을 하는 거야. 나와 P9은 물리적으로는 물론 블루투스로 연결된 상태지. 내 몸에 달린 버튼으로 P9을 조종할 수 있어.

PLAY G – 나 같은 보통 사람한테도 네가 충분히 유용할까?

빔블씨 – 활용하기 나름이지. 요즘 사람들은 기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존하더군. 날 사용하면 기억의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야. 여행 기억, 액티비티 경험, 아이의 모습까지. 흔들림 없는 영상으로 남길 수 있지. 너의 추억이 영화가 될 거야.

PLAY G – 그렇다면 흔들림 보정 말고 다른 기능은 없는 거야?

빔블씨 – 있지! 일단은 몸에 달린 조이스틱과 버튼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크리에이티브하게 촬영할 수 있어. 페이스 트레킹 기능도 있지. 얼굴을 인식해 화면이 따라다니는 모드야. 재미있는 셀프 동영상을 찍는 게 가능하겠지? 세로 모드도 지원해. 간단한 조작으로 화면을 세워 찍을 수 있지. 사실 페이스북 라이브나 1인 방송에 세로 모드가 적합한 경우가 있거든. 버튼 하나로 사진 찍는 것도 가능해. 파노라마 사진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고. 난 다른 거치 도구 없이 바닥에 설 수 있어.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다 좋은데, 사용하기 어려운 거 아냐? 나 기계치 기질이 있거든.

빔블씨 – 얼마나 심한 기계치인지 모르겠는데 어렵지 않을 거야. 설명서를 보고 조작법을 잠깐 배우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지. 나를 손으로 쥐고 엄지 손가락으론 조이스틱과 블루투스 셔터를, 집게 손가락으론 모드 전환과 줌인·아웃 컨트롤을 하면 그만이지.

PLAY G – 체력은 괜찮은 편이야?

빔블씨 – 배터리 얘기하는 거지? 한번 충전하면 5시간 정도는 촬영할 수 있지. 휴대폰처럼 보조배터리로 충전도 가능해.

PLAY G – 그래서 얼마야?

빔블씨 –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0만원대 후반. 한국 사람들은 스마트폰 짐벌이라고 하면 D사 출신 그 녀석을 기억하더라고. 그 친구는 몸값이 2배야. 내가 훨씬 경제적이지. 참고로 난 검지만 피부가 흰 빔블씨도 있어.

PLAY G – 같이 촬영이나 나가볼까?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스마트폰 짐벌인 DJI 오즈모 모바일에 비해 귀여운 느낌이다. 오즈모가 전문 장비 성격이 강한 반면 빔블씨는 조금 더 캐주얼하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입문용 짐벌로 제격이다. 제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격하게 움직이면 가끔 버벅이지만 결과물이 대체로 만족스럽다. 짐벌의 맛을 알기엔 모자람이 없다. 짐벌이 아직 ‘대중의 물건’은 아니지만 빔블씨가 트렌드를 바꿀지도 모르겠다. 짐벌이 셀카봉처럼 사진이든 영상이든 ‘찍는 문화’에 언제든 녹아들 여지는 다분하다. 그 중심에 빔블씨가 있을 테고. 빔블씨를 생애 첫 짐벌로 지금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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