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오늘도 스타트업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으며 진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비전과 미래의 소망을 생생하게 살펴보자.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내외부의 ‘관점’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발행한 ‘스타트업 트렌드 2016’은 정보기술과 지식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의 인식과 현실을 파악하는 데 최적의 자료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창업자 177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취업 준비생 200명, 스타트업 재직자 200명에게 들어본 스타트업의 현재와 미래를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초반에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족도를 100점 만점 점수로 환산하면 전체 평균은 54.8점이며 창업 1년 차 미만은 62.1점으로 높았으나 1년 차에서 3년 차는 55점, 3년 차 이상은 50.6점을 줬다. 창업에 대한 인식에 있어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23.%, “나빠졌다”는 30.2%로 나타났다.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창업에 대한 시각이 많이 좋아졌으나 정부의 인위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실패해 부정적인 시선도 많아졌다는 말이 나왔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성화에 있어 정부 역할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44점에 그쳤다. 창업 1년 차 미만은 51.3점의 점수를 줬으나 3년 차 이상은 39.8점에 머물렀다. 창업자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전히 자금이다. 이어 규제완화와 사회적 인식개선을 꼽았다.

창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그리고 사업기획과 제품개발, 자금조달 능력을 꼽았다. 나아가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지만 최근 ICT 기술의 발전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민감한 지점, 투자에 있어 제일 중요한 가치가 무엇일까. 창업 연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창업가들은 투자를 유치하는 벤처캐피탈을 선정할 때 기업의 가치와 투자받을 금액을 기준으로 투자사를 선정하고 있다. 다만 초기 기업일수록 투자사의 평판을 중요시하고 3년 차 이상의 기업은 자금 이외의 지원을 고려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입주하고 싶어 하는 창업지원센터는 구글 서울 캠퍼스였다.

대기업 재직자들은 스타트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스타트업, 즉 창업에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장 창업에 한해서다. 직접 창업에 대한 고려 수준을 보면 전년 대비 긍정적으로 변한 사람(40.2%)이 부정적으로 변한 사람(13.2%)보다 세 배가량 높았다. 다만 창업을 고려하는 수준이(39.6%) 작년 대비 3.7% 감소해 아직은 유보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창업을 고려한다면, 대기업 재직자 중 29.3%가 IT나 지식 서비스업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기업 재직자의 스타트업 이직 고려(25.8%)는 예년과 비교해 다소 낮아지고 있었다. 대기업 재직자들이 창업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조직의 빠른 속도가 꼽혔다.

졸업 예정자들은 어떨까. 23.5%가 창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31.9%가 IT와 지식서비스업 창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응답자의 49%는 스타트업 취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타트업 재직자 중 41.5%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직자들이 CEO(최고경영자)에게 준 평균점수는 10점 만점에 6.4점이며 재직자의 33%가 본인의 직장을 지인들에게 추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슬아슬하고 어렵지만…

스타트업 트렌드 2016을 통해 본 현재 업계 내외부의 관점은 일반적인 상식과 일맥상통하거나, 역행하는 결과가 혼재되어 있다.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들의 경우 지금의 업무에 만족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창업 그 자체에 대한 호불호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시야를 세계로 돌려보면 더욱 냉정한 정글의 법칙이 펼쳐진다. 이른바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했으나 이들의 부침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생태계 자체가 얼어붙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CNBC가 8월 피치북(PitchBook)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스타트업 유니콘 투자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유니콘에 대한 투자는 100건을 넘겼으나, 올해는 43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올해 유니콘으로 등극한 신생 스타트업은 고작 17곳에 그쳤다.

올해 초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링크드인 인수도 유니콘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스타트업 열풍을 타고 화려하게 부상했던 유니콘들이 최근 부침을 거듭하며 몸값이 낮아지자, 기존 ICT 기업들이 반격에 나서는 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강현실 시장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여전히 ‘깜깜이 기술력’만 보여주고 있는 매직리프, 한 편의 사기극으로 끝난 테라노스 사태 등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리스크를 키웠다는 평가다.

특히 테라노스 사태가 스타트업 업계에 남긴 상처는 너무 크고 깊었다. 테라노스의 CEO(최고경영자) 엘리자베스 홈스는 2003년 스탠퍼드대학교를 중퇴하고 19세의 나이로 ‘테라노스’를 창업해 11년 동안 연구에 매달린 끝에, 피 한 방울로 240여개의 각종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 ‘에디슨’을 개발하며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양을 늘리기 위해 희석된 혈액 샘플을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오는가 하면 에디슨의 효용가치를 두고 논란이 심해지며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스타트업=투명한 기술력’이라는 공식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일각에서 현재의 스타트업 열풍이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온디맨드 사업자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 수순’에 돌입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러나 스타트업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큰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성장통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유니콘의 시대가 저물고 온디맨드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아직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