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칼퇴근!> 노다 요시나리 지음, 정은희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아마도 역대 최고의 선거 슬로건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일 것이다. 지난 1956년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내건 이 구호는 자유당 치하 경제난과 부정부패를 정곡으로 찔러 들어갔다. 이후에도 선거 전문가들이 숱한 구호들을 생산했지만 그에 버금갈 만한 슬로건은 반세기가 지나서야 나왔다. 바로 2012년 대선 당시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이다. 시대정신을 담은 거대담론이 아니면서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그처럼 모두의 마음을 흔드는 구호가 없었다.

지난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의 공약 ‘칼퇴근법’이 가장 와 닿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야근하지 않도록 ‘출퇴근시간 기록 의무제’를 도입하고, 초과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에 무한 야근의 빌미가 된 ‘포괄임금제’를 규제하며, 퇴근 후 카톡 등 SNS를 통한 업무 지시를 근절하는 대책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작년 기준 1인당 연평균 2069시간이다. OECD 35개 회원국 평균보다 305시간 많다. 멕시코에 이은 2위다. 그런데도, 아직 ‘칼퇴근법’ 도입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정작 야근과의 전쟁이 한창인 나라는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356시간이나 적은 일본이다. 일본은 유명 광고회사 덴츠에 갓 입사한 명문 도쿄대 출신 여사원이 가혹한 야근에 시달리다 자살한 이후 ‘과로사방지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요즘 일본 서점가에는 스스로 업무수행 능력을 높여 야근을 줄여보자는 자구노력형 서적이 봇물을 이룬다. 얼마 전 본란에서 소개한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김무귀 지음, 리더스북 펴냄)도 그중 하나이다. 그 책은 일을 잘하는 머리, 즉 일 머리를 좋게 하려면 업무 수행에 관한 좋은 습관을 쌓아가라고 조언한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는 ‘절차’를 제대로 만들면 칼퇴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절차를 만드는 핵심은 시간 관리다. 눈앞에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일도 내다보며 일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일을 끝내야 하는 날짜 등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을 세울 때는 힘의 배분보다 시간 배분을 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능력을 ‘시간 감각’이라고 한다. 시간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술이 좋다.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은 무한정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해야 한다.

위 도표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스티븐 코비가 만든 '우선순위 매트릭스'이다. 여기서 강조하려는 것은 ‘B‘(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가 ‘C’(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보다는 우선순위가 높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