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어나더키친은 사업 리뉴얼을 통해서 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거듭난 케이스다. 40평 남짓한 이 매장의 원래 이름은 키친앤쿡이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등이 주메뉴였다. 고객 취향에 따라 스테이크의 굽기를 다르게 하다 보니 조리에 15분 이상 걸렸다. 맛은 뛰어났지만 다른 서양식 레스토랑들과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 이 매장의 경영자인 김유번 대표는 과감하게 업종을 리뉴얼했다.

랍스터를 새로운 메뉴로 도입하고 스테이크 조리 방식을 바꿔 1분 만에 서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랍스터와 스테이크를 결합해 세트 메뉴를 만들고 브랜드명과 그릇, 음식의 담음새를 바꿨다. 나머지 메뉴는 리모델링 전과 거의 동일하게 했다.

단지 그뿐이었다. 리모델링 후 월 3000만원대이던 매출은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현재는 1억3000만원대 매출을 올린다. 김유번 대표는 매출부진은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있는데 못 찾을 뿐이라고 말한다.

리뉴얼 모델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아니다. 스테이크 조리 방식을 바꿀 때 셰프들의 반대가 드셌지만 자신이 좋은 건 고객도 좋아할 것이라 판단해 밀어붙였다.

서울 가산동의 벤처타워에 있는 김밥 전문점은 최근 가격파괴 칼국수 전문점인 밀겨울로 매장을 리뉴얼했다. 리뉴얼 전 20평 매장의 하루 매출은 2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4년 전 김밥 전문점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그런대로 장사가 됐는데 인근에 경쟁점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매출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져 마음고생을 했다.

리뉴얼 후 당시 희망 매출은 하루 35만원대였다. 그런데 오픈 초기 140만원대, 지금은 100만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치킨점을 운영하던 송민호 씨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매출로 고민하다가 동일한 치킨업종이지만 브랜드를 변경했다. 그가 선택한 브랜드는 바른치킨이다. 특징은 기름 한 통당 치킨을 58마리만 튀기는 게 원칙인 브랜드다. 브랜드를 변경하고 리뉴얼한 후 매출은 두 배가량 뛰었고 그 덕에 1년이 채 안 돼 매장을 하나 더 출점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장수 경영은 모든 사업자들의 꿈이다. 그런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새로운 트렌드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사업의 품질이나 가격, 서비스는 그대로인데도 경쟁자나 새로운 업종이 등장하면 고객은 기존 사업에 식상함을 느끼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라면 자신의 점포 운영력은 그대로인데 가맹본부의 브랜드의 노후화가 자신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덩달아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업종 리뉴얼로 히트한 어나더키친의 성공 비결은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로 바꾼 것이다. 매장이 빅히트를 하면서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진출하게 됐다. 다른 지역에 낸 매장들도 심지어 6층과 2층에 낸 매장들조차 1억원대 안팎의 매출을 올려 사업모델의 성공을 검증했다.

은행 은퇴 후 김밥집을 운영하던 60대 부부는 난생 처음 시작한 김밥집을 칼국수 전문점으로 변경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업종 변경을 통해 기대보다 세 배나 높은 매출을 올리며 새로운 항해에 올랐다.

밀겨울 가산디폴리스점이 칼국수로 리뉴얼해 성공한 비결 중 하나는 해당 상권 특성이 저렴한 면 전문점과 잘 맞아떨어졌고 시니어 사업자인 부부가 운영하기 간편한 시스템 덕분이다.

동일한 브랜드에서 치킨 브랜드로 리뉴얼해 성공한 바른치킨의 송민호 씨는 지는 브랜드에서 뜨는 브랜드로 말을 갈아탄 것, 시대 흐름에 맞춰 쌀파우더와 깨끗한 식용유를 강조하는 건감테마를 선택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트렌드 변화는 가속화되고 변화의 요동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간다. 분명한 것은 장수경영도 좋지만 시기를 놓치지 말고 성공의 파도타기를 할 수 있는 도전정신과 트렌드 감각을 갖추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