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실험 이후 한국의 군사력 강화가 눈에 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없앤데 이어 한국에 정밀무기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이 구입할 무기에 이목이 쏠린다.

▲ 제너럴어토믹스의 어벤저 드론.출처=제너럴어토믹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다음날인 4일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수십억 달러어치의 대한 무기판매를 승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와 장비 판매에 대한 개념적 승인(conceptual approval)을 했다”고 했지만 자세한 계약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개념적 승인'이란 정부와 의회 승인 절차를 앞당기도록 정책 방향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무기 판매를 신속히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원은 6일(현지시각) 함정과 항공기는 건조와 제작에 몇 년이 걸리고 정밀무기도 생산량을 늘리는데 몇 달이 걸리는 만큼 미국이 보유 무기를 활용할 것이라며 한국의 쇼핑리스트에 오를 수도 있는 무기를 자체 전망했다.

디펜스원은 미사일방어망과 미사일 탄두중량 증대, F-35 구입 ,전술핵무기 도입 등을 열거했지만 새로운 것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개발할 탄도미사일 중량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2012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최대사거리 800km에 탄두중량 500kg로 묶여 있다.

주목할 부분은 디펜스원이 “미국은 자체 비축 무기에서 더 강력한 폭탄과 미사일을 한국에 공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대목이다. 물론 그것이 무엇인지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보유한 강력한 재래식 무기를 한국에 팔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미국 등 연합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IS 공격을 위해 2014년 8월 이후 1만2453회 공습해 4만1697발의 폭탄과 미사일을 투하했다. 미국은 필요한 폭탄을 다른 나라에서 꿔오기도 했다. 따라서 디펜스원이 염두에 든 것은 전투기에서 투하하거나 발사할 수 있는 무기는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

다른 한 가지 주목을 끄는 것은 드론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고고도정찰기 글로벌호크를 구입할 예정이다. 이건 다 아는 사실이다. 디펜스원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옵션으로 방산업체 제너럴어토믹스의 ‘어벤저’ 드론 즉 ‘프레데터C’를 을 꼽았다.

어벤저는 프로펠러 추진 드론보다 더 빨리 더 높이 나는 드론이며 더 정밀하게 감시하고 공격할 수 있는 드론이다. 우선 동체 상부에 설치되는 프랫앤휘트니사의 PW545B 터보팬 엔진은 4800파운드의 강력한 추력을 낸다. 기존 프레데터는 플로펠러 엔진인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어벤저는 길이 13m, 주익 날개 너비 20m의 큰 덩치 덕분에 연료를 많이 탑재하고 무기도 많이 싣는다.연료탑재량은 3.5t, 최대이륙중량은 8.25t이다. 무기는 내부 무장창에 1.6t, 외부 6곳의 무기 장착대에 총 2.9t을 장착한다.

최고 비행 고도 5만피트(15km)에서 최고 시속 760km로 최장 18시간 비행하며 감시, 공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멀티스펙트럼 센서인 MS-1777A를 탑재한 어벤저는 북한 감시와 표적 조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센서는 덩치가 커 MQ-9 ‘리퍼’ 드론에는 탑재되지 못하고 글로벌호크에 탑재된다.

데이비드 알렉산더 제너럴어토믹스 항공기시스템 부문 대표는 지난달 장기체공 감시과 항속비행 시간을 자랑했는데 특히 북한 감시에 유용할 것이라고 디펜스원은 전망했다.

▲ SM-3블록2A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출처=미해군

그래서 값이 비싸다. 이 센서를 탑재한 프레데터 C 드론은 값이 1200만~1500만달러(135억5000만~169억4000만원)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래봐야 수백억 원에 불과하다.트럼프가 말한 수십억 달러(수조원)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렇다면 다른 게 있어야 한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1기(발사대 6기, 미사일 48발)나 이지스함 탑재, 탄도미사일 요격용 SM-3 블록2A 등이 아닐까. 이 미사일은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 한 발에 수백억 원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과 일본만이 생산하고 있다.

전술핵무기 도입은 비용을 감안하면 트럼프 말에 딱 맞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탓에 한국 국방부가 사들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북한 핵무기에는 전술핵으로 대응해 ‘공포의 균형’을 달성하려는 한국군 당국의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현되기는 대단히 어렵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말을 즐겨 사용하기 때문에 전술핵도 그중 하나일 수 있지만 트럼프는 아직 그걸 입에 담지는 않고 있는 것만 보면 선택지에서 제외됐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의 의지다. 한국 정부와 군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방비가 400억달러에 이른다. 결코 적지 않다. 문제는 미국에 국방을 맡기는 안이한 발상을 뿌리뽑겠다는 굳건한 의지와 역량이 있느냐이다.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