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졌던 최순실 사태를 보면 한국의 기업들의 태도가 아직도 후진국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는 무마 차원에서 이미지 반전을 노리기 위해 사회 공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사회 공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된다. 기업들은 돈 내고 욕 먹을 바에는 차라리 기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팽배해진다. 전년 대비 대기업의 기부금 지출 내역을 보더라도 그 감소폭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토대로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공기업 제외)들의 기부금 내역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부금으로 2755억원을 사회에 환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는 40%, 지난 상반기에 비해서는 12%나 줄어든 것이다. 최순실 사태의 영향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초기에 다국적 기업의 리스크 관리 기법으로 많이 활용됐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코카콜라는 콜라 원액 1ℓ에 3ℓ의 물이 필요했다. 대대로 물 부족 지역인 아프리카에서 물을 제대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물 관리재단을 설립하고 판매 활동도 동시에 했다.

이러한 기업 활동이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난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탐스는 2006년 미국인 설립자 브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다가 사람들이 맨발로 하루에도 맨발로 수 ㎞를 걸어 다니는 현실을 목격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블레이크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 아르헨티나 전통 신발인 알파르카타를 보고 이를 응용한 신발을 기획했다.

이것이 탐스였다. 탐스 슈즈는 초기 기획할 때부터 구매자가 신발을 하나 구입하면 아르헨티나 아이들에게 신발을 하나 기증할 수 있는 ‘One for One’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내걸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착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라서, 탐스의 원포원 콘셉트는 실제 소비자들이 소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열광했다. 이와 같이 기업의 본질이 사회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상으로 기존의 사회에 대한 책임이 기업가치와 연결된 사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물품을 지원하고, 연탄을 나르고, 학교를 짓는다고 해서 갑자기 투명하고 윤리적인 책임 경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이 조세, 노동, 환경문제 등을 일으키면서 이런 것을 무마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기부 활동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은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자선적 기부활동을 하지 말아야 할까? 꼭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의 기준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기업 가치 측면으로 움직여야 한다. 비즈니스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그 활동이 기업의 고유 활동과 직결되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경, 노동, 부패, 사회적 가치 등을 고려해 기업은 사회적 활동을 혁신적으로 재정립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달성하여, 기업의 사회적 활동과 비용지출이 사회적 가치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역량, 특성, 관심분야 등 기업이 가치를 미리 파악하고, 사회적 공헌 활동을 주도할 수 있는 내부 거버넌스를 확립해 면밀한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 활동을 통해 이윤과 고용을 창출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가치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