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7일 자사 내비게이션인 T맵에 인공지능(AI) 누구를 탑재해 공개했다. SK(주)가 이날 미국의 P2P(개인간 거래) 카셰어링 업체인 튜로에 투자했다.  SK는 이제 자동차 전반에 투자를 강화하면서 인공지능을 연결하고 있는 형국이다.

▲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 출처=SK

SKT, T맵에 인공지능 탑재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후 이동형 단말기인 누구 미니까지 연이어 공개한 SK텔레콤이 7일 내비게이션 T맵에 인공지능을 탑재했다. T맵x누구가 주인공이다. 운전 중 화면 터치 없이 음성 명령만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 변경할 수 있는 차세대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스마트폰 기반의 내비게이션이 인공지능과 연결돼 길 안내뿐만 아니라 음악 서비스를 비롯해 날씨, 일정 등을 말로 이용하는 일종의 카 라이프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가 첫 선을 보인지 1년 만이다.

▲ 변화된 T맵 UX. 출처=SKT

T맵x누구(T map x NUGU)는  향상된 교통 안전성과 고객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기존 T맵의 음성 지원이 단순히 한 두 단어의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 검색을 지원하는 수준이었다면, `T맵x누구`는 음성만으로 내비게이션 고유의 기능은 물론 `누구`가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02년 네이트 드라이브 출시 후 2014년 빅데이터 기반 도착 예정시간을 제공하고 2016년 도로 위 돌발상황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넘어 이제 인공지능과 내비게이션이 만나는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 유독 운전 중 화면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목적지를 신규 설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게 해 교통 안전성을 강화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음성 명령을 통해 언제든 가장 저렴하거나 가까운 주유소를 찾을 수 있고 주차장까지 알아볼 수 있다. 또 사고상황 등 도로교통 정보를 알려달라고 할 수도 있으며 길 안내 볼륨을 조절하고, T맵을 종료하는 것도 터치 없이 가능하다.

자동차 운행 중 터치 스크린이 사고유발의 원인이라는 점에 착안한 음성 서비스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음주운전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 알콜 농도 0.1%에 가까운 위험한 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같다. 일반 운전자에 비해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4배 이상이나 높고 운전대 조작 실수나 급브레이크, 신호위반, 차선위반 등을 할 확률이 3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지난해 경찰 단속에 걸린 건수는 7만3266건으로 2013년 3만 3536건과 비교해 118%나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적발건수는 3만9985건에 이른다.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운전을 하며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T맵이 인공지능과 결합한 것은 내비게이션의 새로운 진화로  해석할 수 있다. 운전 중 음성 명령만으로 `누구` 스피커가 제공하는 30여 가지 기능 중 운전에 특화된 약 10가지를 사용할 수 있다. 커넥티드카의 비전을 빠르게 장악하겠다는 SKT의 의지가 읽힌다.

또 `T맵x누구`는 엔진소리, 바람소리, 대화상황 등 다양한 자동차 소음 환경에서의 학습을 통해 음성인식 성공률을 최고 96%까지 향상시켰다.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은 “T맵x누구는 안전과 즐거움 두 가지 측면에서 자동차 생활이 진화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면서  “인공지능 누구를 자동차 생활뿐만 아니라 홈, 레져 등 다른 생활 영역으로 연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에는 추가 업데이트를 통해 T맵 사용 중 걸려 온 전화를 음성명령으로 수신하거나 간단하게 '운전중'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 등이 추가된다.

SK(주)가 추진하고 있는 카셰어링 시장 진출은 새로운 측면의 신성장 동력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SK(주)는 가입자 3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카셰어링 업계 1위인 쏘카에 2016년 589억원, 지난 5월 1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쏘카의 창업주 김지만 대표가 창업한 풀러스 지분 20%를 매입했다.

주축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고차 거래 SK엔카, 자동차 렌트를 전문으로 하는 SK렌트카까지 더하면 SK(주)는 완성차 제조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 산업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SK(주)는 이날 미국 P2P 카셰어링 업체 튜로에 지분투자했다.  정확한 투자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쏘카와 같은 일반적인 B2C 카셰어링이 아닌, 일종의 C2C 카셰어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게 새롭다.  황근주 PM1부문장은 “쏘카와 튜로의 운영 노하우 교류에 따른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출처=튜로

내비게이션은 빅데이터의 보물창고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그리고 모바일 온디맨드 O2O(Online to Offline)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며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그 결과물이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를 목표로 하는 업체의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도래해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세상이 와도 데이터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데이터를 확보해 이용자의 패턴을 확인하고, 이를 인공지능이 가공해 연결된 사물에 뿌리는 것이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구현되면 스마트홈이 되고 산업의 영역으로 뻗어가면 GE의 프레딕스와 같은 산업인터넷이 된다. 2000년대 초반 유비쿼터스가 제대로 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사물인터넷이 화두가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데이터의 확보와 활용에 있다.

그런데 방대한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시대는 이미 우리의 곁에 와 있다. IBM의 왓슨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백혈병과 같은 난치병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도쿄 대학의 사토루 미야노(Satoru Miyano) 교수는 왓슨 유전학(Watson Genomics)을 통한 개별 맞춤형 치료 사례로 실제 백혈병 환자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MD 앤더슨 병원에서 이미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왓슨은 진단 정확도가 전문의를 넘어서서 96%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 IBM 컴퓨팅 플랫폼. 출처=IBM

문제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법과 활용이다. 개인정보 비식별 기술 등이 완성되고 있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는가가 열쇠다.  

정량 데이터는 물론 비정량 데이터 일부도 의미있는 데이터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기는 했으나 데이터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인류 문명이 시작된 후 2012년말까지 확보된 데이터는 2.7ZB(제타바이트)에 이르지만 2016년 한 해 발생한 데이터만 1.1ZB에 달한다. 2025년에는 누적 데이터가 163ZB까지 치솟는다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데이터 총량은 엄청나도 이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쓸모 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여기서 자동차, 즉 내비게이션이 각광을 받을 수 있다. 데이터가 발생하려면 특정 사물이 움직여야 하며 상호작용 해야 하는데 자동차와 이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기기인 내비게이션은 말 그대로 이동을 위해 탄생한 제품으로 데이터를 양산한다. 이를 활용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예를 들어 자동차를 타고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이 회사로 들어가기전 특정 골목의 카페에 들러 커피를 구입한다는 패턴이 확보되면, 인공지능이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 쿠폰을 제공하거나 커피와 곁들일 수 있는 브런치 가게 등을 알려주는 그림이 완성된다.

여기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곳이 카카오다.  카카오톡을 통한 모바일 O2O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내비와 카카오파킹(가칭)를 연속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카카오 I를 통해 현대자동차와 연합했다. O2O의 비즈니스 모델이 LBS(위치기반서비스)와 연동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의 T맵과 `누구`의 연동도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 1위인 T맵은 말 그대로 엄청난 가입자의 빅데이터가 가득찬 일종의 보물창고며, SK텔레콤은 여기에 인공지능의 기술력을 넣어 빅데이터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 이상호 AI사업단장은 "T맵의 일평균 사용자(ADAU)가 240만명에 이를  점을 고려하면 이들 이용자가 2건씩만 음성명령을 이용해도 매일 인공지능이 학습가능한 데이터가 480만건이나 된다"면서 "판매대수 20만여대로 국내 1위인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의 하루 대화 횟수가 약 50만에서 60만건인 점을 감안하면 머신러닝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10배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T맵은 지난해 7월 타 통신사 사용자들에게 유료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한 후, 8월 현재 월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인공지능 누구 하루 학습 데이터. 출처=SKT

스마트홈  확장하다   .

SK텔레콤의 T맵과 인공지능 결합의 목표는 데이터 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집, 즉 스마트홈 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으나 이를 자동차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순간 스마트홈의 확장이 벌어진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 자동차로 연결되며 카셰어링, 카풀 등 다양한 부가 IT 서비스와 연동되는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자동차라는 아이템에서 장차 자동차 수리, 관광상품 연계 등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자사 5G 시험망을 통해 커넥티드카 T5의 운용 시연에 성공하고 올해 2월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28GHz 기반의 5G 시험망을 바탕으로 시속 170Km의 속도를 구현하기에 이르렀다. 인텔을 비롯해 에릭슨, 한국도로공사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 및 단체와 협력해 나름의 로드맵도 짜고 있다.

당연히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의 비전과도 일맥상통하는 이러한 로드맵은 추후 자동차가 제조업의 결정체에서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나아가 모바일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