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처음 있는 일이다. 무려 6승 0패다. 이 기세로 남은 4판도 전부 이긴다면? 심해 탈출도 헛된 꿈은 아니겠지.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혼자 흥분해 ‘삽질’만 했다. 결국 패배, 또 패배, 다시 패배. 마지막 경기를 겨우 이겨 최종 7승 3패로 배치고사를 마무리했다.

오버워치 이야기다. 최근 새로운 시즌(6시즌)을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새 시즌을 시작할 때 배치고사를 치른다. 10게임으로 내 실력을 평가받는 절차다. 만년 심해로선 사실 7승 3패도 감지덕지다. 처음엔 실망했지만 이내 만족했다. ‘최선이었다.’

이번 배치고사를 새로운 게이밍기어와 함께했다. 만족스런 결과를 이끈 장비 하나하나를 소개한다. 키보드, 마우스, 노트북에 이어 마지막으로 헤드셋 차례다. 스틸시리즈 아크티스(Arctis)5 게이밍 헤드셋을 사용했다. 참고로 난 장비발을 믿지 않는다. 내 실력은 더 못 믿는다.

▲ 사진=노연주 기자

 

북유럽풍 게이밍 헤드셋

“스틸시리즈? 거기 마우스패드 회사 아니야?”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퀵(Qck) 시리즈가 워낙에 유명하니까. 프로게이머들이 편애하는 마우스패드다. 사실 스틸시리즈는 게이밍 마우스패드는 물론 게이밍 기어 풀라인업을 갖춘 게이밍 전문 브랜드다. 마우스나 키보드 제품 역시 게이머를 만족시키기에 경쟁력이 충분하다.

게이밍 헤드셋도 마찬가지다. 시베리아(SIBERIA)부터 아크티스까지. 게이머들과 함께 무수히 많은 승리를 이뤄냈다. 내가 사용한 아크티스5는 스틸시리즈 헤드셋 중 허리급에 해당하는 물건이다. 허리급은 언제나 옳다. 적정 퍼포먼스와 합리적 가격을 동시에 갖췄으니.

내게로 온 아크티스5는 패키지부터 짙은 북유럽 감성을 풍겼다. 특이한 패턴이 시선을 강탈한다. 스틸시리즈는 덴마크 브랜드이니 ‘북유럽 감성’이란 말과 제법 어울리지 않을지. 아크티스5 자체도 그런 느낌이 잔뜩 묻어난다.

검은 몸체에 패턴 헤어밴드, 그리고 1680만 컬러 RGB 백라이트의 조화. 잘빠진 물건을 감상하는 일은 그 자체로 즐겁다. 참고로 아크티스5는 권위 있는 독일 레드닷 어워드 2017에서 제품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 사진=노연주 기자

 

완벽한 사플의 조건

오버워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게이밍 마우스에 관심이 생겼다. FPS(1인칭 슈팅게임)라는 장르 특성상 마우스 컨트롤이 중요하니까. 내 마우스가 생기자 관심이 다른 데로 넘어갔다. 게이밍 헤드셋으로 말이다. 사플(사운드 플레이, 소리 정보를 활용하는 플레이 방식)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플을 잘해야 오버워치 고수로 거듭날 수 있다. 오버워치는 유저에게 다양한 소리정보를 전달한다. 캐릭터의 음성대사, 발자국 소리, 효과음 등으로 게임 현황을 알려준다. 팀원과 활발한 보이스 채팅이 우릴 승리로 이끈다는 건 물론이고. 공간감 있는 입체음향과 음성을 깨끗하게 전달해주는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이 필요한 이유다.

게이밍 헤드셋도 음향기기의 일종이다. 좋은 음향기기란 소리에 충실한 물건이다. 아크티스5 역시 소리에 충실하다. 40mm 큼직한 네오디뮴 드라이버가 제법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공간감을 구현해 현장 분위기를 살려준다.

게이밍 헤드셋은 특히나 공간감 구현이 중요하다. 게이머가 게임 안에 직접 들어가있는 느낌을 줘야 하니까. 아크티스5는 DTS 헤드폰:X 7.1 서라운드 음향 기술을 탑재해 공간감을 최대한 살려준다. 2채널 스테레오 스피커에다가 소프트웨어로 7.1채널 음향을 내는 기술이다. 주로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에 적용된다.

▲ 사진=노연주 기자

아크티스5는 볼륨이라든지 마이크 음소거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 긴박한 게임 중에도 당황하지 않게 해준다. 마이크는 탈착형이나 고정형이 아닌, 헤드에 넣었다 빼는 식이라 편하다.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를 채용해 팀원과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사용자 목소리 주파수에 맞춰 주변 소음은 걸러주는 마이크다. 팀원에 내 목소리를 또렷하게 전하는 데 유리하다.

USB 사운드카드 챗믹스 다이얼이란 것도 패키지에 포함된다. 다이얼을 돌려 게임 음향과 보이스채팅 볼륨 비중을 정할 수 있다. 상대방 음향장비 상황에 따라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 유용하다. 역시 직관적이라 게이밍에 방해되지 않는다. 스틸시리즈 엔진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소리를 튜닝할 수도 있고. 이걸로 조명효과 변경도 가능하다.

▲ 사진=노연주 기자

 

머리 위에 떠있는 느낌으로

사운드만큼이나 중요한 게 착용감이다. 헤드셋 착용감이 좋다는 건 뭘까? 착용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차이가 적은 게 아닐지. ‘마치 착용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줘야 한단 얘기다. 오래 착용해도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아야 하고. 내 캐릭터가 극딜(집중 공격을 받는 것) 당하고 있는데 내 귀나 두피까지 데미지를 입으면 얼마나 서럽겠나.

아크티스5는 일단 무게가 298g으로 가벼운 편이라 부담없다. 패턴이 들어간 헤어밴드는 단순히 멋이 아니다. 머리와 닿아 감싸주는 서스펜션 헤어밴드다. 스키고글에 사용하는 신축성 소재다. 덕분에 헤드셋이 머리 위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오래 착용해도 두피에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의 아크티스 전용 헤어밴드를 만나볼 수도 있다. 알록달록 예쁜 밴드가 많다. 카메라 스트랩 바꾸는 느낌으로 교체 가능하다. 취향 저격 헤어밴드를 골라 나만의 아크티스로 꾸밀 수 있단 얘기다.

귀에 닿는 부분에 에어 위브 이어쿠션을 적용했다. 메모리폼마냥 푹신하다. 바람 잘 통하고 수분을 흡수하며 차음성이 좋은 소재라고 한다. 오랜 게이밍에, 간혹 땀을 흘리기도 했는데 쾌적함이 유지되더라. 이어쿠션이 질긴 소재이면 귀가 빨개지며 아프기까지 한데, 아크티스5는 그런 경험을 주지 않는다. 민감성 귀의 소유자에게 딱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아티크스5와 PC게임만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콘솔 게임기와도 연결 가능하다. 3.5mm 단자도 있어 스마트폰이랑 연결해 모바일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사운드 성능도 출중하니 영상이나 음악을 감상할 때도 유용하다. 게이밍 헤드셋이라고 해서 꼭 게임할 때만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게이밍 헤드셋으로선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만족감을 준다. 인터넷 최저가가 13만원대이니 저렴한 편은 아니다. 오늘도 정신승리를 해본다. 내가 게임만을 위해 이 돈을 투자한 건 아니라고. 출퇴근길 노래 들을 때도 아크티스5와 함께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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