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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이야기]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의 질환
김민지 문성의료재단 문성병원 과장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9.10  07:39:55
   

50대 여성 김 모 씨는 최근 들어 다리의 불편한 증상으로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다. 다리에 벌레가 스물스물 기어가는 느낌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어 잠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주무르거나 털어내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나, 다시 누워서 잠을 청하면 동일한 증상이 반복되어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내일 일어나면 병원에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잠을 청해도 아침에 일어나 다리를 살펴보면 전날 밤의 통증은 온데간데없었고, 바쁘게 직장일과 집안일을 하다 보면 시간을 내어 병원에 가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다시 밤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 누우면 똑같이 반복되는 불편한 느낌으로 잠들 수 없는 증상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적으로 있으면서 잠들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었고, 김 씨는 수면부족으로 인해 낮 동안 꾸벅꾸벅 졸거나 무기력함에 시달리는 일이 많아졌다. 특별한 다른 질환이 없이 스스로 건강 체질이라고 믿어왔던 김 씨도 걱정이 되어 병원을 내원하게 되었다.

김 씨가 호소하는 증상은 전형적인 하지불안증후군(RLS, Restless Legs Syndrome)의 증상으로 다리의 불편한 느낌이 특징인 만성신경계 질환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9~7.5%를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며 고령의 여성에게서 잘 나타난다.

다리의 불편감이나 고통스러운 느낌과 함께 다리를 움직이려는 강한 충동이 특징이다. 이상 감각의 양상으로 바늘로 찌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다리 근육 속 깊숙이 무거운 느낌 등으로 다양하고, 이 증상은 가만히 있을 때 심해지며 다리를 움직이면 줄어든다. 저녁이나 밤에 심해지고, 밤에 잘 때 이런 증상이 악화되어 수면을 방해해 내원하게 된다.

하지불안증후군(RLS)은 원인의 유무에 따라 일차RLS와 이차RLS로 분류한다. 이차RLS은 임신이나 만성 신부전, 철결핍빈혈 등 체내 철분 결핍을 가져오는 상태나 질환에 흔히 동반된다. 철분 부족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도파민 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다.

환자는 피질하부위의 도파민이 부족한 상태이며, 도파민이 부족하면 이 부위를 통한 척수와 피질의 억제 작용이 감소해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뇌 내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철분 이용이 떨어지면 세포기능이 저하해 줄무늬체에 대한 도파민 활동이 감소하는데, 체내 철분량은 야간에 50%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하지불안 증상이 야간에 악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리의 통증 외에도 수면장애로 병원을 내원했다가 하지불안증후군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진단은 환자가 호소하는 임상증상을 바탕으로 한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있고, 이러한 증상은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시작되거나 더 심해지고,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느낌은 걷거나, 다리를 뻗거나, 움직이면 완화된다. 또한 증상은 낮보다 저녁이나 밤에 더 나빠지거나, 저녁이나 밤에만 발생하는 특징을 가진다.

김 씨는 임상증상으로는 하지불안증후군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상태로, 이차RLS를 감별하기 위해 혈액 검사를 통해 당뇨병, 신장기능에 대한 검사, 철분검사를 해 철분 상태를 평가했고 신경전도검사를 해 다발신경병을 감별받았다. 혈액검사상 빈혈이 확인되어 철분제 보충과 함께 도파민작용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고, 약물 치료 이외에도 생활 습관의 조절도 권고받았다. 잠들기 전 커피나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 음료를 피하고, 잠자리 환경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샤워나 족욕, 스트레칭과 다리 마사지를 병행하면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흔한 병이지만 증상에 대한 인지 부족으로 인해 아직 많은 환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거나 정확한 검사와 알맞은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는 질환이다. 전문의와의 진료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받고 알맞은 치료를 시행한다면 통증 호전과 충분한 수면으로 인해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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