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고 활동하고, 놀러가고, 만나는 동아리, 모임, 그룹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흔히 나누는 이야기다. 한복 왜 입니? 또는 한복을 입지 않고, 입어본 적도 없거나, 놀러갈 때 입는 용도로는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묻는다. ‘한복 왜 입었니?’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 봤다. 다음의 답변은 전통문화프로젝트그룹 한복여행가 단원들의 이야기다.

첫 번째 답변, ‘이뻐서.’ 형태나 배색, 모양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없이 다양한 옷들을 방 안 가득 걸어놓고 ‘나만의 패션쇼’를 열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한복. 제 눈에 안경이라지만, 우리도 역시 우리 눈에 예뻐 보이는 옷을 입을 뿐이다.

두 번째 답변, ‘한복이 지닌 아름다움이 좋아서. 입으면 특별해지는 느낌이 든다.’ 특별히 전통이나 우리옷 혹은 겨레옷이라는 의미를 가져다 붙이려는 것은 아니다. 한복이 지닌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여러 의미로 풀이할 수 있겠지만, 첫 번째 답변의 의미를 포함해서 ‘고고’하거나 ‘우아’한 느낌을 대표적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 여기에 한복 구성 요소를 조금씩만 다르게 디자인하면 충분히 깜찍하고 발랄한 느낌의 옷으로도 입을 수 있다. 옷이 가진 의미나 상징성도 있겠고, 원색으로 배색해도 어색하지 않은 신비로움이 있는 옷. 그렇기에 입었을 때 더욱 특별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마치 마법처럼.

세 번째 답변, ‘한복한테 버프받는 느낌이에요.’ 흔히 ‘버프’라고 하면 게임에서 사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캐릭터가 가진 기본 능력치를 일정 시간 동안 상승시키는 효과나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면 매력, 센스, 기품. 나아가 말주변, 붙임성, 사교성 등을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한복을 입고 있으면 끝도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화를 눌러주고 혈자리를 자극하기 때문일까. 옷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이 달라지는 경험은 흔한 것이 아니다.

네 번째 답변, ‘한복을 입을 때마다 모든 분들이 다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그리고 제가 봤을 때 일반 옷보다 훨씬 잘 어울리고 멋져요.’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으로서의 한복이다. 그 어떤 비싸고 좋은 옷을 입어도 내게 어울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입는 용도로 몸에 걸쳤던 것이 의복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지금에 이르러 의복이란, 무릇 입는 사람의 개성이나 사고, 생각의 표현이기도 하다. 내가 ‘잘 어울린다’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타인 또한 ‘너 잘 어울려’라고 말하는 상황은 매우 특별한 상황이다. 주관적인 평가와 객관적인 평가가 일치했을 때, 우리는 더욱 큰 성취감을 느낀다. ‘내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섯 번째 답변, ‘기성복을 입으면 아무래도 튀지 않는 옷을 찾게 되는데, 한복을 입으면서 제가 정말 잘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 취향이 어떤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많이 사고 입게 되었습니다.’ ‘맞춤으로 입기 좋아서!’ 원단 선택에서 세부 사이즈 조정, 아주 작은 부분까지 입는 사람에 맞추어 재단하고 바느질하는 옷. 완벽한 커스터마이징 의류다. 맞춤 정장처럼 이 세상에 단 한 벌,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옷이다. 거기에 평소 억눌러왔던 나만의 취향과 입맛을 모두 털어놓아도, 이상하지 않다. 과감한 색상으로 배색해 만들수록, 한복은 더욱 화려한 느낌으로 완성된다. 맘껏 튀어도 된다. 한복이니까.

여섯 번째 답변, ‘어느 누구나 어울리는 옷이라는 생각에.’ 어쩌면 한복은 한국인이라서 어울린다기보다는, 입는 사람에게 맞추어 만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만든 한복은 몸을 적당하고 기분 좋게 휘감는다. 오뜨꾸뛰르 방식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어울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개인의 센스와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마지막 답변, ‘그냥.’ 별다른 말이 필요할까? 오늘 집 밖을 나서기 전, 옷장을 열어 둘러본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날씨가 좋으니, 한복. 바람이 불고 있으니, 한복. 뭔가 괜히 끌려서, 한복. 어제 입었으니까, 한복. 특별하고 잘 보이고 싶은 날에도 한복을 입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로도 입을 수 있는 옷이 바로 한복이다. 한복을 입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이해하기 힘든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오늘도 한복을 입는다. ‘그냥.’

미사여구와 화려한 표현으로 모든 것을 예쁘게 포장해야 할 것 같은 시대에 사는 우리. 가끔은 어깨에 올라앉은 부담은 내려놓고, 그윽한 표정도 잠시 내려놓아 보자.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한복을 홍보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특별한 생각은 없었지만 그저 뭔가 나의 세포와 뉴런이 이 옷을 입도록 나를 이끌었다. 아주, 담백하게, ‘그냥’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