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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선의 호모 옴니쿠스] 자산 설계를 누구랑 할까?
송승선 옴니채널 연구가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9.14  07:41:56
   

100세 시대를 맞이해 어떻게 노후대책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스럽다. 이미 직장 생활을 20년 넘게 했지만,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일했던 시간만큼 앞으로도 더 일해야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월급이라는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지금 설계와 운용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금융상품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열심히 읽는다. 하지만 그 상품의 특성을 다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에 가서 상담을 한다. 그런데 펀드 등 높은 투자 리스크를 지닌 금융 상품은 더더욱 내용을 이해하고 결정을 해야 하기에 상담 시간이 길어져서, 은행 영업 시간인 평일 근무 시간 중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마음 편히 상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얼마 전 은행 모바일 앱에서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발견했다.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터라 인공지능 로봇이 추천해주는 자산 관리가 궁금해 들어가 보았다. 은행 앱에서 구현된 서비스가 아니라 다시 새로운 자산 관리 앱을 깔도록 하나, 기존에 은행에 가입해 놓은 바이오 인증이 별도 가입 없이 그대로 적용되어 재가입의 불편함은 없었다. 들어가 보니, 자산 관리에 대해 현재 필자의 포트폴리오를 진단하고 로봇 어드바이저가 인공지능 기반의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고 한다. 또한, 꼼꼼 전문가가 제안하는 펀드 포트폴리오까지 크게 3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의 포트폴리오를 진단하니 현재까지의 필자는 시장평균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원하며, 손실 위험을 적극 수용하는 ‘공격 투자형’으로 나온다. 필자의 투자 성향에 동의가 안 되었는데, 마침 하단의 ‘투자 성향 알아보기’ 메뉴가 있어 현재의 소득 상황, 소득원, 부양가족 여부, 투자 시 수익극대와 손실최소에 대해 중요시하는 요소, 한 달 만에 10% 손실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현재의 투자금이 언제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의 나이 등 간단 정보를 넣으니 ‘위험 중립형’으로 필자의 투자 성향이 변경된다. 그래서 투자금을 1000만원, 목표기간 12개월을 넣고 ‘로보 펀드 포트폴리오’와 ‘전문가 펀드 포트폴리오’를 통해 추천을 받아보니 각기 국내 채권, 해외 채권, 국내 주식, 해외 주식의 구성비를 달리해 투자 성향별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안해준다. ‘로보 펀드 포트폴리오’는 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의 구성비가 높고, 투자 성향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각 단계마다 1% 정도씩 차이가 나고 변동성도 거의 구간마다 1% 정도 나도록 되어 있다. ‘전문가 펀드 포트폴리오’는 공격형, 적극투자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안정형 5가지로 제안을 주고, 기대수익률이 각 단계마다 약 1%씩 차이가 나고 변동성은 거의 구간마다 2% 이상 나도록 되어 있다. 로보 펀드 포트폴리오는 위험도가 낮은 군들이 비중이 높고, 전문가 펀드 포트폴리오는 고위험군 비중이 높은데, 이러한 보수성이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과거 실적 데이터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 초기라 더 안전하게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과정에서 선택 메뉴를 달리할 때마다 필자의 투자 성향을 묻는 똑같은 질문에 반복적으로 대답을 해야 해서 불편했다. 한 번 저장하면 다시 불러오기 기능이 있어 필요 시에만 변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 로보 펀드 포트폴리오의 실제 운용 실적이 궁금해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데, 구성된 포트폴리오 중 필자의 투자성향보다 높다고 표시된 고위험군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하나만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은 없고, 다 받아들여 일괄 거래하거나 아니면 전 프로세스를 취소해야 했다. 재설계 기능이 있으나 금액 변경만 가능하다. 다음은, 다시 한 번 연령, 수입, 상품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 그리고 투자 기대치와 목적, 투자 자금의 성격을 물어 다시 한 번 투자 성향 분석이 나온다. 다음 단계는 투자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가 진다는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과 투자 원금이 보장이 안 되고, 펀드의 투자 전략부터 각종 보수 및 수수료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숙지했다는 등 약관에 대한 동의와 불법, 탈법 차명거래 금지 설명 확인서의 10개가 넘는 항목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확인을 해야 한다. 목표 수익률, 위험 수익률, 정기 수익률도 기본값으로 제안되지만, 직접 변경할 수도 있다. 이 엄청난 정보를 은행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동의하려고 하니 금액에 상관없이 갑자기 두려워져서 마지막 남은 실행 버튼을 고민하다가 누르지 않았다. 제안된 포트폴리오가 제한적이고, 상품의 변경이 아닌 구성비의 변경만으로 투자 성향을 만족시키려 하고, 진행 단계에 있어서도 약관 등의 내용 하나하나 확인이 너무 어렵고, 추천에 대한 일부분 변경이나 재제안이 없고 일괄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결국 모든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한다는 많은 동의 항목에 두려워져서 마지막 실행 버튼 하나를 남기고 포기했다.

현재 필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분석해주는 것은 정말 좋았는데, 막상 추천해준 포트폴리오를 일괄적으로 다 받아들여 온전히 필자의 책임하에 진행하려고 하니, 필자의 우매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주고 조언해주는 ‘인간’ 은행원이 그리워졌다. 필자는 아직 로봇과 금융 투자를 할 준비는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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